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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검 윗선이 PD수첩 강제수사 압박했다”

입력
2018.09.14 16:53
수정
2018.09.14 20:4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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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008년 미국산 소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사건 당시 상부로부터 강제수사 압박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검찰ㆍ법무부 고위 관계자 및 청와대 등 ‘윗선’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당시 수사팀 주임검사인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검사(현 법무법인 서평 변호사)를 전날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임 전 부장검사는 검찰 조사에서 “PD수첩 사건 수사 당시 대검 소속 다수의 고위 관계자들이 ‘대검 최고위층’의 뜻이라며 체포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하라는 압박을 가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고위층과 법무부 관계자들도 강제수사를 진행하라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임 전 부장검사가 이끌던 수사팀은 명동성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최교일 전 1차장검사의 지휘를 받았다. 임채진 검찰총장, 김경한 법무부 장관 시절이었다.

2008년 4월 PD수첩에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방영하자 정운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해당 프로그램이 정부 명예를 훼손했다며 같은 해 6월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정 전 장관(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듬해 3월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수사팀은 보도 내용과 PD수첩 제작에 사용된 번역 자료 등을 검토하고 제작진을 소환해 제작진이 부분적 오역 등으로 부정확한 내용을 보도하긴 했지만, 언론의 자유 등에 비춰 기소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윗선의 압박을 막아내던 임 전 부장검사는 결국 2009년 1월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이후 수사팀을 교체한 검찰은 담당 PD 등 제작진을 체포하고 MBC본사 압수수색을 시도한 뒤, 재판에 넘겼다. 2011년 9월 대법원은 정부의 쇠고기 협상단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및 명예훼손)로 기소된 PD수첩 제작진 5명에 대해 최종 무죄 판단을 내렸다.

앞서 4일 진상조사단은 정 전 장관 사무실을 방문해 PD수첩 제작진 수사 의뢰와 고소 과정에 외압이 작용했는지 조사했다. 정 전 장관은 자발적인 결정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장관과 임 전 부장검사 조사로 윗선 수사로 이어갈 연결고리를 확보한 진상조사단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지휘라인 및 대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검토 중이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4월 수사 착수 경위나 수사 과정 등에 의혹이 있다고 판단, PD수첩 사건 본조사를 결정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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