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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민감해진 학생들 vs 보수적 학교’ 스쿨미투 불렀다

입력
2018.09.15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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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때도 있었다.’ 연달아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라온 ‘스쿨미투(#MeToo)’ 소식에 학교를 떠난 지 오래인 어른들이 던진 말이다. 학교 안 교사의 성희롱ㆍ성폭력 사건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라는 반응이 많다.

해묵은 문제를 꺼내 공론화한 이들은 상대적으로 차별 받지 않고 자란 지금의 10대다. 이들은 기성세대보다 성평등 같은 인권 분야에 대한 감수성이 높고 공정성에도 민감하다. 외동이거나 두자녀 가정에서 자란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가정 안에서 차별을 경험하지 않았다. 이현숙 아동청소년성폭력담소 탁틴내일 대표는 “지금 청소년들은 형식적이라도 어릴 때부터 성평등ㆍ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아 기성세대보다는 관련 감수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익명으로 가입해 폭로할 수 있고, 해시태그를 통해 관련 소식을 모아보고 널리 확산시킬 수 있는 트위터의 특성 역시 학생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한 힘이 됐다. 연초 성인들의 ‘미투’ 폭로는 피해자가 스스로를 드러내고 이루어진 경우도 많았지만, 학생에게 성적을 매기고 생활기록부를 쓰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교사들에게 학생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학생은 변했지만 교사와 학교는 변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성평등뿐 아니라 사제관계, 청소년 등에 대한 사고방식이 과거 기준에 갇힌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 간의 충돌이 학교 현장에서 가장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안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공간인 학교는 과거의 가치관에 몰입해 있어도 전혀 불이익이 없는 조직”이라며 “새로운 생각을 가진 세대와 보수적인 기성세대가 심하게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립학교의 경우 외부로부터의 제도적 견제 장치가 없어 변화를 수용하는 데 더욱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스쿨미투 폭로 학교의 80% 가량이 사립학교지만, 사립학교는 교육청에서 가해교사에 대한 징계를 권고해도 사립학교 재단이사회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가해교사와 재단과의 밀접한 이해관계 탓에 자칫 피해 학생만 2차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공립학교 소속 교사에게는 교육청이 (고소ㆍ고발과 상관없이) 품위 유지 의무 위반 관련 징계를 할 수 있지만 사립학교 교사는 다르다”며 “이번 스쿨미투 사례 중 사립학교가 많은데 제도적 개선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a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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