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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아니라면… 메르스 감염원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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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건당국이 쿠웨이트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오염지역’으로 지정할 정도로 확진자 이모(61)씨의 가장 유력한 감염원을 쿠웨이트로 판단한 것과 달리, 정작 쿠웨이트 보건부는 “자국은 감염지가 아니다”라고 잠정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감염경로 파악을 위해 역학조사관을 쿠웨이트에 파견했지만, 현지 당국이 협조에 미온적일 경우 조사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칫 국가간 마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쿠웨이트 일간지인 쿠웨이트타임즈에 따르면 전날 쿠웨이트 보건부는 쿠웨이트에서 귀국한 한국인이 메르스 확진을 받았다는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인 환자가 접촉한 것으로 파악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메르스 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감염원은 쿠웨이트일 것”이라는 질본 추정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8일 첫 확진자 발생 브리핑 당시 “쿠웨이트에서 노출됐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현지 활동이나 위험요인에 대해 심층조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질본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6일까지 한달 가까이 쿠웨이트에만 머물렀다. 귀국 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경유하긴 했지만, 공항에 머문 시간은 2시간37분 밖에 안 된다. 잠복기가 최소 2일인 데다 이씨가 지난달 28일 쿠웨이트 현지에서부터 설사 등 의심증세를 보인 것으로 봤을 때 두바이에서의 감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질본의 추정이다.
쿠웨이트 보건부의 메르스 확진 방식이 신뢰할 만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질본은 그간 “메르스 검사 신뢰성을 담보하려면 객담(가래) 등 하기도(기관지 아래) 검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으나, 이씨와 접촉가능성이 있는 현지 한국인 30명 중 18명이 콧물 등 상기도(기관지 위) 검사만으로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나머지 12명은 육안 검진 결과 특이소견이 없어 정상 판정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씨 첫 증상이 지난달 28일 시작된 것으로 조사된 만큼, 잠복기(2~14일)를 고려했을 때 그가 쿠웨이트로 출국할 당시 이용한 항공기나 경유지ㆍ여행지에서 감염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질본은 명확한 감염경로 파악을 위해 13일 역학조사관 2명과 민간전문가 1명을 쿠웨이트에 파견했다.
하지만 충분한 조사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재갑 한림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쿠웨이트에서 감염원이 자국에 없다고 하면 한국 역학조사관들이 현지에 가도 협조를 해줄지 걱정”이라며 “감염원이 확인됐다면 심층분석이 가능하겠지만 모든 것을 처음부터 조사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자칫 국가간 마찰도 일어날 수 있어 난감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질본은 검역법 시행규칙에 따라 2016년 8월 이후 메르스 환자가 없던 쿠웨이트를 지난 9일 오염국가에 포함시켰지만, 이 역시 쿠웨이트의 반발을 살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씨와 직ㆍ간접적으로 접촉한 이들 중 의심증상을 보인 11명은 검사 결과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또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21명은 이날 전부 메르스 감염 확인 검사를 받았다. 이상원 질본 위기대응총괄과장은 “이씨가 확진을 받은 이후 평균 잠복기인 6일이 지난 데 따른 중간 점검 차원이며, 검사 결과는 14일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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