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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아시안컵도 가장 높은 곳에 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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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앞두고 했던 그 도발적인 표정 다시 지어줄 수 있나요?”
“그 표정은 아무 때나 안 나와요. 일본이랑 붙어야만 나오죠.”
‘우문현답’의 주인공은 국가대표 공격수 이승우(20ㆍ베로나)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국가대표 평가전을 마치고 소속 팀 합류를 위해 이탈리아로 출국하는 그를 13일 만났다.
이승우는 2014년 9월 일본과 아시아 16세 이하(U-16) 챔피언십 8강을 앞두고 “일본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다”고 도발했다. 도도한 표정도 화제를 모았다. 허언이 아니었다. 그가 후반에 60m를 폭풍 질주해 상대 수비 3명과 골키퍼까지 제친 뒤 넣은 골은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아시안게임 일본과 결승에서도 이승우는 연장에 천금 같은 선제 골을 터뜨린 뒤 일본 자동차 브랜드 토요타 광고판에 올라 귀에 손을 대고 관중들의 환호를 만끽했다. 1997년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나온 최용수(48) 전 FC서울 감독의 세리머니를 연상케 했다. 정작 이승우는 “최 감독님이 한 줄 전혀 몰랐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1998년 1월 생)”이라며 “광고판에 오르겠다는 건 계획했지만 그게 일본 기업인 줄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이승우는 ‘한일전 축구의 아이콘’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한국 축구에도 모처럼 ‘봄’이 왔다. 월드컵 16강 진출은 실패했지만 최강 독일을 이겨 희망의 불씨를 살렸고 아시안게임에서 반전을 이뤘다. 금메달, 2연패라는 성과도 빛났지만 연장 혈투를 두 차례(8강, 결승)나 소화한 태극전사들의 헌신적인 플레이가 감동을 줬다. 파울루 벤투(49) 감독 부임 후 열린 7일 코스타리카(2-0), 11일 칠레와(0-0) 두 차례 평가전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르네상스의 중심에 이승우가 있다. 칠레전 때 벤치에 앉은 이승우 얼굴이 전광판에 나오자 귀청이 떨어질 듯한 함성이 물결쳤다. ‘아이돌 스타’ 못지 않은 인기였다. 이승우는 “출전 못한 건 당연히 아쉽지만 선수 선발, 교체는 어디까지나 감독님의 결정”이라고 선을 그은 뒤 “운동장에서도 평상시에도 전과 달라진 시선을 느낀다. 엄청난 응원 속에 뛰고 있다는 걸 느껴 기뻤다”고 미소 지었다. ‘전국구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는 말에 그는 “금메달 하나로 너무…”라며 민망해했다. 겸손한 모습이었지만 앞으로 보여줄 게 훨씬 많다는 자신감의 표현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승우는 5월 말부터 러시아월드컵-아시안게임-국가대표 평가전까지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제가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된 시간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승우는 황희찬(22ㆍ함부르크)과 경기 없는 날 매일 붙어 다닐 정도로 단짝이 됐다. 선배들인 ‘주장’ 손흥민(26ㆍ토트넘), 아시안게임 룸메이트였던 황의조(26ㆍ감바오사카)와도 격 없이 연락을 주고받는다. 아시안게임 직후 전 선수가 모인 식사자리에서 손흥민이 통 크게 한 턱 쏘기도 했다. 이승우는 “칠레(11일)와 평가전 후 해산할 때 형들과 10월에 꼭 또 보자고 약속했다”며 싱긋 웃었다. 다음 달 우루과이(12일), 파나마(16일) 평가전 때도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의지다.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아시안컵이 열린다. 한국이 1960년 이후 58년간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대회다. 2011년은 3위, 2015년엔 준우승에 그쳤다. 아시안컵 각오를 묻자 그는 “발탁이 먼저”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아시아에서 열리는 대회니 모든 선수들 목표는 같을 것(우승)이다. 아시안게임에 이어 아시안컵도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승우는 당분간 소속 팀 경기에 집중한다. 2부로 떨어진 베로나 지휘봉을 지난 6월 잡은 파비오 그로소(41) 신임 감독은 이승우 합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승우는 “팀에서 많은 경기를 뛰어야 대표팀에 꾸준히 뽑힐 수 있다. 나를 위해서도 팀의 1부 승격을 위해서도 리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https://youtu.be/LaFbJo2aJ5o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석경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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