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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황톳길 걸으며 ‘에코힐링’... 年 100만여명 찾는 관광 명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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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가 만든 힐링명소 연간 100만명 이상 관광객 유인
그냥 산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평범한 임도였다. 그런데 거기에 한 기업인이 황토를 깔았는데 대박을 쳤다. 연간 100만명 이상이 찾는 전국적인 명소가 된 것이다. 대전 대덕구 계족산 황톳길 이야기다. 계족산 황톳길이 지역에 경제적 효과는 물론 환경보존, 국민건강 증진 등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지난 16일 계족산 장동산림욕장 황톳길 입구. 산림욕장으로 들어서는 2차선 도로는 황톳길을 찾은 등산객들의 승용차로 빈틈이 없었다. 도로 중간에 만들어놓은 주차장도 이미 용량 초과다. 도로 중간 중간에는 대구, 경남지역 번호판을 달고 앞 유리창에 산악회 이름을 붙인 관광버스도 눈에 띄었다.
산림욕장 입구로 진입해 관리사무소 앞에서부터 시작되는 황톳길에는 신발을 양손에 들고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황톳길이 시작되는 도로 옆에는 신발들이 나란히 정렬돼 있다.
황톳길을 걷기 위해 3시간 넘게 경남 창원서 관광버스를 타고 왔다는 양정남(67)씨는 “2년전에 한번 다녀갔는데 황톳길을 걷는 기분이 좋았다”며 “그래서 등산이라고 말하기는 좀 민망하지만 걷기에는 아주 좋은 코스여서 산악회원들에게 추천하고 함께 왔다”고 말했다.
지금은 ‘에코힐링’ 명소로 거론되며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계족산 임도에 황토가 깔린 것은 대전지역에 본사를 둔 소주회사 맥키스컴퍼니 조웅래(59) 회장의 우연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근무하다 2,000만원을 들고 벨소리와 통화연결음 서비스 사업을 하던 조 회장은 사업이 번창하자 2004년 충청지역 소주회사인 맥키스(옛 선양주조)를 인수하면서 대전으로 이사를 왔다. 마라톤 마니아였던 그는 계족산 임도를 마라톤 연습과 산책코스로 자주 이용했다.
2006년 초 어느 날 고향친구들이 대전으로 놀러 왔을 때 평소 자주 가던 계족산으로 이들을 안내해 나들이를 갔다. 일행 중 하이힐을 신은 여성 2명이 산을 오르는데 불편해하자 그는 자신의 신발을 벗어주고 맨발로 걷게 됐다. 산불방지와 산림관리를 목적으로 개설한 도로인지라 곳곳에는 작은 돌멩이들이 널려 있었다. 이 길을 맨발로 걷자 처음에는 따끔하게 아팠지만 시간이 지나며 감각은 무뎌지고 대신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그날 밤 모처럼 숙면을 취한 그는 수시로 계족산을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맨발로 걸으면 걸을수록 효과와 느낌이 좋아 이를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자는 마음에서 길 한쪽에 황토를 깔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곧바로 자비를 들여 전국에서 질이 좋다는 황토 2만여톤을 구입하여 임도 14.5㎞에 등산객이나 산책을 하는 시민들이 맨발로 걷거나 뛸 수 있도록 폭 1m가량의 황톳길을 조성했다. 비가 오면 황토가 쓸려나가기 때문에 지금까지 매년 2,000톤의 황토를 구해 유지보수를 하고 있다.
황톳길을 조성하고 나서는 매년 맨발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다. 2011년부터는 문화행사까지 곁들여 맨발축제로 발전시켰다. 매년 5월 열리는 맨발축제에는 전국에서 5만여명의 인파가 몰려 황토의 매력에 빠진다. 2012년부터는 회사 산하 맥키스 오페라단이 4월부터 10월까지는 계족산을 찾는 이들을 위해 ‘뻔뻔(fun fun)한 클래식’이라는 이름의 숲속음악회도 열고 있다. 회사에 계족산을 관리하는 전담 부서도 만들었다.
조 회장은 황톳길 조성을 기업의 공유가치창출(CSV) 활동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CSV는 기업의 이익창출 과정에서 연계된 커뮤니티와 공생발전을 추구하며 기업활동과 동시에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개념으로, 단순히 기업의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보다 한 단계 발전한 것이다.
그는 “계족산 황톳길은 기존에 있던 자원인 산과 숲, 길, 주변풍광에 우리가 구상한 황톳길, 음악회, 맨발축제 등 콘텐츠를 더하여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계족산 황톳길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며 인파가 몰리자 지역경제에 직ㆍ간접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시내와 떨어진 외진 곳이라 등산객들이 머물거나 먹을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해 지역에 미치는 직접적인 경제 효과를 가늠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고 경제적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시민들이 황토 효능과 맨발걷기 효과를 통한 자연치유 등 건강에 기여하는 측면을 들 수 있다.
민ㆍ관이 지역 자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협업의 좋은 사례로도 꼽힌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고 여행전문기자들로부터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33선’으로 뽑히는 등 대전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인식되고 있다. 주말에는 최고 3만여명이 몰리자 대전시와 대덕구 등 자치단체도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숙박업소와 식당, 주차장을 확장하는 등 인프라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도 거두고 있다. 매년 개최하는 맨발축제만으로도 지역경제에 25억원의 파급효과와 26명의 고용효과가 있다는 연구기관의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황톳길이 가져오는 관광객 유인효과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직접 연결시키는데 여전히 미흡한 상태라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김석출 배재대 관광축제리조트학과 교수는 “계족산 황톳길이 관광객들을 모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라며 “이들을 대전의 다른 관광명소와 연계시켜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도록 계족산 주변 인프라를 개선해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지만 지역 거주민들의 삶의 질 저하 우려도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관광객들이 계족산 황톳길을 걷고 유성 온천에서 피로를 풀며 식사를 하도록 대중교통으로 연결시킨다면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도 연간 100만명이 넘는 방문객들을 원도심의 관광자원과 연계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전역과 계족산을 연결하는 ‘황토 셔틀버스’ 구상 등이 대표적이다.
정해교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황톳길을 다녀가는 관광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원도심으로 들어와 식사와 쇼핑 등을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제대로 시행만 된다면 쇠퇴한 원도심도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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