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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99 사회 심화… 상위 1% 부 절반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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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50% 부의 비중은 약 1%... 격차 계속 벌어져
“우리는 미국의 최고 부자 1%에 저항하는 99% 미국인의 입장을 대변한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발생 3년 후인 2011년 9월 미국 경제 중심지인 뉴욕에서 시작된 ‘월스트리트(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ㆍOWS)’ 시위의 슬로건이다. 나라를 위기에 빠뜨리고도 수백만 달러의 퇴직금을 챙겨 떠나는 월가 최고경영자들의 행태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한 시위는 갈수록 심화하는 불평등과 빈부격차에 대한 비판으로 번졌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방값 걱정, 끼니 걱정을 하지 않게 해 달라”는 이들의 요구는 금세 전세계로 퍼졌다. 급기야 OWS 시위 발발 한달 뒤인 10월 15일 세계 82개국 951개 도시에서 불평등과 빈부격차를 비판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보다 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세계인들의 열망과 달리, 빈부격차와 불평등 문제는 리먼 사태 10년을 맞은 지금도 악화일로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자산관리 및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CS)’가 지난해 11월 펴낸 보고서(Global Wealth Report 2017)에 따르면 전세계 부(富)에서 상위 1% 부자들이 점유한 비율은 2008년 42.5%에서 지난해 50.1%로 오히려 늘어났다. 반면 지난해 전세계 부에서 하위 50%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2000~2006년 45.5% 수준을 유지하다가 2년 간 하락했던 상위 1%의 부 점유율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반등해 2013년 2000년 수준을 회복했고 이후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에 비해 부의 일부이자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소득은 분배가 다소 개선됐다. 전 세계 경제학자 100여명이 불평등 문제를 공동 연구해 구축하고 있는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에 따르면 상위 1% 계층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21.76%에서 2016년 20.44%로 소폭 줄어든 반면, 하위 50%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9.24%에서 9.67%로 다소 늘었다.
두 자료를 종합하면 소득 분배가 다소 개선됐음에도 부의 편중 현상은 오히려 심각해졌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불평등 연구의 권위자인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는 2014년 펴낸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금세기 들어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앞질러 상속재산(자본)을 가진 ‘금수저’와 노동소득에 의존하는 ‘흙수저’의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돈이 돈을 버는’ 현실을 외면한 채 성장의 과실을 이전보다 고르게 분배한다고 해서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긴 어렵다는 의미다.
한국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올해 발표한 논문 ‘한국의 소득집중도 1933~2016’에 따르면 소득 하위 50%에 해당하는 근로자가 전체 소득에서 점하는 비중은 2010년 16.1%로 바닥을 친 후 2016년 19.0%로 높아진 데 비해, 같은 기간 상위 1%(7.4%→7.1%) 및 상위 10%(33.9%→32.0%) 계층의 비중은 낮아졌다. 김 교수는 “하위 50%의 근로소득 증가가 상대적으로 빨라 2010년 이후 근로소득 집중도가 지속적으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로 금융소득(이자ㆍ배당)과 사업소득으로 이루어진 비(非)근로소득의 집중도는 상승 추세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전체 소득의 집중도는 2010년대 들어 하락 또는 정체하다가 비근로소득의 집중도 상승 속도가 근로소득 집중도 하락 속도를 앞지르면서 2014년 이후 다시 상승하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은 부의 편중 현상이 나아지기는커녕 소득 분배마저 악화됐다. 이 나라 상위 1%가 차지하는 부의 비중이 2008년 37.38%에서 2014년 37.24%로 낮아졌지만, 같은 기간 하위 50%는 여전히 자산보다 빚이 더 많아 마이너스(-0.0124%→-0.0013%)에 머물렀다. 소득 측면에선 상위 1%가 전체 소득(세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19.5%에서 2014년 20.2%로, 상위 10%는 45.3%에서 47.0%로 각각 높아진 반면, 하위 50% 국민의 소득 비중은 같은 기간 13.71%에서 12.55%으로 쪼그라들었다.
빈부격차는 여러 경로를 통해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결국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공산이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양극화 또는 부의 분배 악화가 심각해지면 계층간ㆍ집단간 갈등으로 사회 안정성이 유지되기 어려워 경제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득분배가 불평등해질수록 저소득층은 자녀 교육 등 인적 자본 투자가 어려워 결국 지식이나 기술이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시장에 적응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조세부담률을 높여 재분배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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