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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6만명 직장서 아웃… ‘취업 난민’ 된 40대

입력
2018.09.13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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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란, 카드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고비 때마다 ‘IMF세대’ 최대 타격 

 이번에도 고용참사 직격탄 맞아 

 27년 만에 취업자수 최대폭 감소 

 “정책 공백 40대 구제해야” 목소리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8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8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배모(47ㆍ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씨의 첫 직장은 1994년 말 들어간 S상호신용금고였다.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고 다녔지만 97년 외환 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여파로 감원 한파가 불면서 2001년 사직서를 썼다. 1년 넘게 새 직장을 찾다 2003년 리조트ㆍ콘도 분양회사에 취업했다. 그러나 분양이 끝나면 일이 없어 다시 1년 만에 그만뒀다. 2006년엔 선배가 차린 대부업체에 입사했다. 안정을 찾을 때쯤 이번엔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쳤다. 결국 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그는 다시 실업자가 됐다. 이 와중에 친구가 운전 자금을 빌리는 데 보증을 섰다 빚도 떠 안았다. 이후 경매 물건 중개 등 업무로 버텨오다 지난해 말 지인의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들어갔다. 그러나 이 곳도 지난 7월 운영난에 폐업했다. 배씨는 “일자리를 다시 찾아보고 있지만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사상 최악의 ‘고용 쇼크’가 이어지며 ‘IMF세대’로 불리는 대한민국 40대가 또 다시 가장 큰 직격탄을 맞고 있다. 12일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2,690만7,000명으로, 지난해 8월보다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되던 2010년 1월 1만명이 감소한 뒤 8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난해 월 평균 취업자수 증가 폭인 31만6,000명과 비교하면 무려 100분의1로 쪼그라든 셈이다.

특히 연령별로 보면 69~78년 태어난 40대 취업자가 15만8,000명이나 감소하면서 전 연령대에서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는 1991년 12월 25만9,000명이 줄어든 후 최대폭이다. 더구나 40대 취업자 수는 2015년 11월부터 3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40대 고용률 하락폭도 전년 동월 대비 0.9%포인트로, 연령대 중 가장 컸다. 전체 고용률 감소폭(0.3%포인트)의 3배다. 실업자 역시 IMF 세대에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지난달 전체 실업자 수는 113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만4,000명이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4만3,000명(29.8%)이 40대였다.

고용 참사의 가장 큰 피해자인 40대는 경제 위기 때마다 휘청거린 ‘비운의 세대’다. 20대 취업 시기에는 외환위기가 덮쳐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5년 뒤인 2003년 카드사태, 다시 5년 뒤 글로벌 금융위기도 이들의 고용 불안을 가중시켰다. 빈현준 통계청 과장은 “40대는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할 시기 외환위기가 와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계속 노동 취약계층으로 남아 있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며 “카드사태, 금융위기가 잇따라 터져 더욱 열악한 고용 환경에 내몰렸다”고 설명했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허리 역할을 해야 할 40대가 고용 시장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현 경제 상황이 그 만큼 좋지 않다는 뜻이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일자리를 잃은 40대는 그간의 경험과 경력을 살려 재취업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경제엔 그럴 여력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40대는 경험이 많은 계층이라 경제활동인구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연령대”라며 “이들이 제 역할을 못하면 경제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50대 이상을 겨냥한 신중년 일자리 정책 대상의 하한선을 40대까지 확대하거나 청년 대책 대상의 상한선을 40대까지 올려 사실상 정책 공백 상태인 40대를 구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고용 상황이 개선되긴커녕 더 나빠지며 마이너스 고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취업자 수 증감폭은 전년 동월 대비로 보는데 지난해 8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20만8,000명으로 작년 전체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폭(31만6,000명)을 크게 밑돌았다. 때문에 올 8월은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의 본격 집행과 지난해 기저효과 등에 따라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더구나 산업별로 보면 경기에 민감한 업종인 도매 및 소매업(-12만3000명), 사업시설관리ㆍ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11만7000명), 제조업(-10만5,000명) 등 공공분야를 제외한 거의 전 산업분야에서 고용난이 심각하다. 15~29세 청년실업률도 8월 기준 1999년(10.7%) 이후 가장 높은 10.0%까지 치솟았다. 당장 내달부터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지금까지 추진해온 정책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조정,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등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경제 정책 기조 의 변화를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란 청와대 입장을 보면 곧 바로 정책 기조가 바뀌긴 힘든 상황이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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