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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지진 2년… 장비 늘었지만 갈길 먼 지진연구

입력
2018.09.12 04:40
수정
2018.09.12 07:56
12면
[저작권 한국일보]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신동준 기자

2년 전인 2016년 9월 12일, 오후 7시44분 32초 그리고 오후 8시 32분54초.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 부근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거대한 땅울림(규모 5.1, 5.8)은 1905년 근대 지진 관측이 시작된 지 111년 만에 닥친 최악의 지각변동이었다. 111명의 이재민(부상 23명)과 145억원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이듬해 포항의 지각(규모 5.4)이 다시 뒤틀리며 그보다 5배나 더 큰 피해를 남기면서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

그렇다면 과연 2년 동안 얼마나 달라졌을까. 기상학계에서는 골든타임을 벌어줄 지진 조기경보시스템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빈약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전문가 양성과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장기적인 정밀 연구가 필요하지만 불확실한 미래 탓에 젊은 연구자들이 선뜻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경주 지진 당시 관측 후 TV나 휴대폰 등의 주요 매체로 조기경보가 전달된 시간은 26~27초였지만 현재는 최대 15초까지 앞당겨진 상태다. 기상청은 올해까지 육지에서 발생한 지진의 경우 최대 7초까지 조기경보 발표 시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까지 지진 관측소를 314개까지 늘려 2016년 22㎞였던 관측소간 거리가 18㎞로 더욱 조밀해지는 덕분이다. 7초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진앙으로부터 28㎞ 이상 떨어진 거리에 있는 국민은 지진파를 느끼기 전에 TV 속보 등을 먼저 접하고 대피할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관측망 확대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지만 더 큰 과제는 이를 분석할 시스템이다. 조기경보는 지진 발생 후 먼저 전달되는 종파(P파)와 이보다 상대적으로 느리고 진동이 강한 횡파(S파)의 속도 차를 이용하는 데서 시작한다. 최소 3개의 지진계에서 관측된 P파를 분석해 진앙의 위치와 규모를 파악한 후 S파가 도달하기 전에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같은 육상선수라도 아스팔트 위를 달릴 때와 모래밭을 달릴 때 속도가 다르듯 땅 속 수십 ㎞의 지질 구성을 알아야만 보다 정확한 지진파 정보를 구할 수 있지만 우리 나라가 관련 연구를 이제 막 시작한 단계다. 분석에 사용하는 공식인 지진규모식 역시 경주나 포항 지진 같은 대형 지진이 없었던 1990년대에 만들어진 것인데다 이 또한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질 구조와 같다고 가정하고 있다. 예상과 다른 지질 구조를 지나온 지진파를 잘못 계산해 지진의 규모나 위치가 예상에서 크게 빗나갈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 분석관은 “경주ㆍ포항의 사례를 통해 지진이 심각한 위협이 됐지만 일본 등에 비해 대형 지진 데이터가 적어 연구 분석이 매우 척박한 환경”이라며 “한국형 지진규모식을 만든 후에도 꾸준히 데이터를 분석해야만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 지진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교수진은 채 10명도 안 된다. 학계에서는 지진 전문가를 고용할 수 있는 자리가 한정되다 보니 명맥 유지 자체가 어렵다고 말한다. 신동훈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최근 지진 이후 신입생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지만 지진 전공자를 채용하는 곳은 기상청 등 몇 곳 되지 않는다”며 “행정안전부나 각 지방자치단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 기관들이 지진계 설치 같은 단기적 대책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실제 지진을 분석할 수 있는 인력을 함께 고용해 전반적인 폭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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