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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 피해자 아버지 “역겹고 한스럽다”

입력
2018.09.10 11:21
수정
2018.09.10 14:48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이영학(36)에게 항소심 법원은 6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월 1심의 사형 선고에서 감형된 것이다. 이영학에게 딸을 잃은 아버지는 “2심 판단을 믿을 수 없다”며 분노했다.

이영학은 지난해 9월 30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신의 집에서 딸(당시 14세)의 친구 김모양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성폭행을 시도하다 저항하자 목 졸라 살해했다. 사체는 강원 영월의 한 야산에 유기했다. 10월 5일 경찰에 붙잡혔고, 5일 만에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 수사결과 이영학은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선정, 성적욕구를 해소할 목적으로 범행을 계획했다. 또한 자신의 아내에게 성매매를 알선하는 등 다른 혐의도 드러났다.

딸의 동창인 중학생을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이영학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딸의 동창인 중학생을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이영학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2월 1심 판결에서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하는 등 지극히 비인간적이고 혐오적”이라며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회에 복귀할 경우 더욱 잔혹하고 변태적 범행이 일어날 수 있어 사회 공포와 불안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영원히 우리 사회로부터 격리한다”고도 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을 응당 사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은 당연하다”면서도 “피고인 교화 가능성을 부정해 사형에 처할 정도라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이영학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성폭력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피해자의 아버지 A씨는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억울한 심정을 밝혔다. 이영학이 2심 재판 내내 고개를 떨구고 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A씨는 “아주 역겨웠고, 제 손으로 죽이지 못한 게 한스러웠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2심 판결에 대해 A씨는 “그런 사람들이 이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을 형사법 책임주의 원칙에서 삼는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취급해 그가 저지른 범행이 최고형인 사형에 상응할 수 있다는 측면만을 보고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이영학은 ‘피해자에게 미안하다. 형을 좀 줄여주면 딸을 위해 목표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반성문을 재판부에 10여 차례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악어의 눈물’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여러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지만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비로소 이를 미약하게나마 인식하면서 시정하려고 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A씨는 “자기들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목표 있는 삶을 살겠다고 하면 제 딸은 뭐가 되는 거냐”고 말했다. A씨는 “2심에서는 공판 과정에 아무런 (새로운) 질문이 없었다”면서 “2심 판단을 믿을 수가 없다”고도 했다.

A씨는 “제 딸이 초등학교 때 이영학 딸과 같은 반이 된 적이 있는데, (얼굴이 일그러지는 거대 백악종을 앓고 있는) 이영학 딸을 어떤 남자 아이가 놀려서 제 딸 아이가 (놀리는 것을 막기 위해) 그 아이하고 다툰 적이 있다. (피해 당일) 이영학 딸이 여러 명한테 문자를 보냈는데 엄청 착한 우리 딸만 응답을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딸은 이 문자를 받고 이영학의 집에 놀러 갔고, 범행 대상이 돼 돌아오지 못했다.

A씨는 “식사를 할 때, 놀러 갈 때, 아이하고 갔던 곳들을 지나가면 너무나 힘들다. 죽지 못해 살고 있다”면서 “내 아이를 지켜주지도 못하는 나라에 산다는 게 너무나 싫다”고 토로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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