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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전염 공포에… “보건당국 이번엔 믿어도 될까” 전전긍긍

입력
2018.09.09 18:00
수정
2018.09.09 23:4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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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메르스 악몽 재연” 불안

비행기 동승ㆍ대형병원 방문객 등

“혹시나 감염된 건 아닌지” 걱정

확진 환자 리무진 택시 타고 이동

“다음 승객에 전파됐을라” 우려도

3년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다시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린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메르스 감염 주의 안내문에 스크린에 떠 있다. 연합뉴스
3년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다시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린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메르스 감염 주의 안내문에 스크린에 떠 있다. 연합뉴스

3년여 만에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시민들의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확진자 A(61)씨와 밀접하게 접촉한 환자 22명은 현재까지 발열이나 기침 등의 증상을 보이진 않고 있어 확산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지만, 메르스 잠복기간이 최대 14일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은 안심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메르스 확진자 A씨와 밀접 접촉한 22명은 이날 오후4시까지 발열이나 기침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이진 않고 있다. 이들은 현재 자택이나 시설에 격리됐고 메르스 최대 잠복기인 14일간 관할 보건소에서 증상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질본의 역학조사가 진행되면 관리 대상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A씨와 같은 비행기를 이용하거나 국내 입국 후 동선과 겹치는 일상접촉자는 440명에 이르는데, 이중 1명인 영국인 B(24)씨가 미열, 콧물, 기침 등의 증상을 보여 의심환자로 분류됐다.

3년 전 국내에 메르스가 첫 유입했을 당시는 2015년 5월20일 첫 환자 발생 후 같은 해 12월23일 ‘상황 종료’가 선언되기까지 186명이 감염되고, 1만6,993명이 격리된 바 있다. 당시 메르스 환자가 간병인, 가족 등 4명으로 늘어날 때까지도 질본은 “안심해도 된다”는 느긋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후 단순 문진 의사 등으로 급속히 번져나갔다.

3년 전 메르스가 얼마나 강력한 전염병인지, 조금만 관리에 구멍이 있어도 얼마나 빨리 전파될 수 있는지 확인했던 시민들은 잔뜩 겁에 질린 모습이다. 당시 메르스 첫 진원지였던 경기 평택시에 거주하는 진재용(50)씨는 “그 때 평택에서 환자가 굉장히 많이 나오지 않았냐”며 “그래서 아직은 확진자가 한 명뿐이라지만 솔직히 불안하다”고 했다. 직장인 정의성(31)씨는 “확진자 한 명과 밀접 접촉자 22명이 빠르게 격리됐다는 건 다행”이라면서도 “하지만 일반 접촉자가 440명이나 된다고 하니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을 거 같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 3년 전엔 4번째 확진 나올 때까지

당국 “안심해도 된다” 안이한 태도

특히 최초 확진자가 3년 전처럼 대형병원을 거쳐갔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추가 전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조바심을 태우고 있다. 이날 최초 확진자가 방문했던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김홍기(55)씨는 “오늘 진료를 취소하려다 계속 병원에서 안심하라고 해서 왔다”며 “추가 감염자가 없다고 하는 말을 이대로 믿고 병원을 이용해도 되는 지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부모님이 자주 외래 진료를 받는다는 한 30대 남성은 “오늘도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고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올 수 밖에 없었다”며 “그래서 두 분 모두 마스크를 두 개씩 겹쳐서 씌워 드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공항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일본에서 입국한 정현민(35)씨는 “최초 확진자가 공항 입국 단계에서부터 격리된 게 아니지 않느냐”며 “설사로 병원으로 가기 전까지는 일반 이용객들처럼 공항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을 텐데 당시 공항 이용객들에게 전염되지 않았을 지 의문”이라고 했다.

최초 확진자가 공항에서 바로 ‘리무진 택시’를 이용한 점도 시민들 걱정거리다. 전날 공항을 이용한 김윤철(32)씨는 “해당 리무진 택시에 이후로 몇 명이나 이용하고 이들이 어디로 이동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여태 나온 게 없다”며 “만약 당시 리무진 택시 기사에게도 전염이 됐다면 전염경로가 더욱 복잡해 지는 게 아니냐”고 걱정했다.

질본은 3년 전 메르스 대유행 당시 환자 동선 및 병원명 비공개 등 잘못된 판단과 늑장 조처로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경험을 거울 삼아 초기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접촉자 조사 및 관리를 철저히 해 추가 전파를 차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신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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