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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한항공 휴대폰 압착사고’에 뿔난 승객들 집단행동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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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착사고로 괌에서 15시간 발 묶인 승객들, 보상 요구
카톡방 ‘대한항공 KE111 화재사고 피해자 모임’ 개설
피해 승객 대부분 참여…국토부에 조사 요구도
‘대한항공 휴대폰 압착사고’로 괌에서 15시간 가까이 발이 묶이는 불편을 겪었던 승객들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번 사고가 대한항공 측의 부주의한 대처에 따른 ‘인재’(人災)라며 국토교통부 등에 조사를 요청하는 한편 대한항공에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6일 한국일보 취재결과 지난달 25일 대한항공 여객기(KE111) 휴대폰 압착사고로 괌에서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예정이던 여객기(KE112)의 출발이 지연, 괌에서 15시간 가까이 발이 묶였던 승객들이 최근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인 ‘대한항공 KE111 화재사고로 인한 KE112 지연 피해자 모임’을 개설,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국토교통부에 대한항공 휴대폰 압착사고와 여객기 출발 지연이 발생한 원인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한편 대한항공에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벌일 계획이다. 피해자 모임엔 15시간 출발 지연을 빚은 대한항공 KE112편에 타고 있던 승객 260여명 중 81명이 가입했다. 가족 중 대표 1명이 피해자 모임에 나선 것이어서 사실상 승객 260여명이 모두 참여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인천공항에서 괌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KE111)에서 휴대폰 압착사고 발생, 휴대폰 배터리가 손상돼 연기가 발생하면서 승무원들이 소화기로 진화하는 등 혼란을 빚었다. 이로 인해 괌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는 후속편(KE112)가 15시간 가까이 출발이 지연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KE111편 내 휴대폰 압착사고로 연기가 나 승무원들이 소화기 4개를 써서 진화했다”며 “항공규정상 운항재개를 위해서는 기내에 소화기 4개를 비치하는 게 필수적인데, 기내에 있던 7개 중 4개를 써버려 3개가 남았고 1개를 추가로 구하려 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해명했다.
피해자 모임은 대한항공 휴대폰 압착사고로 인한 여객기 지연은 대한항공 측의 부주의한 대응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휴대폰 압착사고가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 KE111 기종은 에어버스 A330인데, 괌 공항에 들어오는 여객기 중 A330을 운용하는 건 대한항공이 유일하다는 지적이다. 피해자 모임에 참여한 이모씨는 “대한항공 직원들은 괌 현지에서 A330에 반입할 수 있는 대체 소화기를 구할 수 있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며 “현지에서 유나이티드항공의 보잉737 용 소화기를 쓰려다 에어버스로부터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기내엔 소화기를 최대 8대까지 비치할 수 있지만 휴대폰 압착사고가 발생한 KE111에는 7대만 비치돼 결국 항공규정(소화기 최소 4대 배치)을 충족할 수 없는 사태를 빚은 것은 물론 비상상황을 대비해 괌 공항에 대한항공이 소화기를 최소 4대 이상 준비해놔야 하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측은 이에 대해 “당시 에어버스 본사와 당국에 대체 소화기 반입을 위한 승인을 요청했지만 승인이 나기까지 15시간이나 걸렸다”며 “어쩔 수 없이 인천공항에서 괌으로 오는 대한항공 여객기에 소화기를 실어 갖고 와야 했다”고 해명했다.
피해자 모임에선 당시 대한항공의 대처도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문제 삼고 있다. 15시간 넘게 여객기가 지연됐지만 승객 중 만2세 이하 영아가 있는 가족들을 대상으로 숙소가 배정됐을 뿐 나머지 승객들에겐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숙소를 배정받지 못한 승객들은 공항 라운지를 배정받았으나 이마저도 2시간 후에 다른 승객들의 편의를 이유로 라운지에서 퇴출됐고, 라운지조차 들어가지 못한 승객들은 공항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 승객은 “대한항공이 숙소로 제공한 괌 현지의 ‘타무닝 프라자’엔 시설에 곰팡이가 피어 있는 등 아이들이 머물기엔 너무나 열악했다”며 “다른 대체 숙소로 제공된 ‘라마다’의 경우엔 샤워기도 없고 물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피해자 모임의 대한항공의 보상책임 등 민원제기에 “안전규정 관련 배상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소비자원에 구제를 신청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기내 소화기를 바꾸는 과정에서 빚어진 안전운항을 위한 불가피한 지연으로 보상에서 면책된다”고 반박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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