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칼럼] 프로듀스 2032 코리아 평화체제

입력
2018.09.04 18:30

 체제와 이념 뛰어넘는 스포츠ㆍ문화교류 

 2032년 남북 올림픽 공동개최 성사되면 

 한반도 평화, 북한 경제발전 원동력 될것 

한국과 일본의 가수 지망생들이 100여일간의 합숙과 경쟁을 거쳐 12명의 걸그룹을 선출하는 프로그램이 화제였다. 나라, 언어, 문화가 다른 양국 젊은 여성들이 서로 경쟁하면서도 우정을 나누어 가는 모습들이, 무대 위의 퍼포먼스 못지 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비록 역사와 영토 문제 등 갈등요인이 있지만, 글로벌 걸그룹이라는 목표를 공유한 양국 젊은이들이 문화라는 수단을 통해 서로의 장벽을 가볍게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프로듀스 48’이 방송되던 기간, 남북한의 농구와 카누 종목 선수들은 국경을 넘어 아시안게임을 겨냥한 단일팀을 구성했다. 짧은 훈련기간임에도 양측 젊은 선수들은 서로가 속한 정치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공동의 목표를 향한 열정과 노력으로 메워갔다. 그들이 획득한 메달의 색깔과 관계없이, 그들은 이미 메달 이상의 그 무엇을 성취한 것처럼 보였다.

종종 국가간의 정치와 외교가 이뤄낼 수 없는 성과를 이같이 문화와 스포츠 등의 교류가 성취하는 사례를 종종 목도한다. 필자가 학회장을 맡고 있는 현대일본학회가 8월 말, 평창 에서 ‘국제스포츠제전과 한일관계’라는 주제로 개최한 학술회의에서도 이같은 점이 확인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한 한국은 스포츠제전을 통해 국가적 위상을 올렸고, 그 이전의 적대관계였던 동구권과 소련, 중국 등 공산권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확대하고, 북한과의 대화도 재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개최하고, 나가노와 삿포로에서 2차례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일본도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2차 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 이미지를 불식하면서 세계 경제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 주최한 2002년 월드컵은 양국간 신시대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서도 북한과의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가장 큰 관건은 북한 비핵화와 정상국가화 문제일 것이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 조치를 취해 미국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국제사회로의 적극적 참가를 통해 미수교 상태인 미국 및 일본과 수교를 맺고, 이를 발판으로 경제발전과 정상국가화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관련 당사국들 간에 여전히 남아 있을 상호 불신과 적대감이 이같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가능성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한 정치외교의 장벽을 우회할 수 있는 수단의 하나가 스포츠나 문화제전이 될 수 있다. 이미 정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2032년 올림픽을 서울과 평양이 공동개최한다면, 북한 비핵화와 정상국가화의 수순을 풀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1988년의 한국이 그러했듯이 북한이 국제적 이벤트를 공동주최하기 위해 미국 및 일본 등과 수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이 과정이 비핵화와 연동될 수 있다. 올림픽 공동 개최 과정에서 북한의 개방은 불가피해질 것이고, 경기장은 물론 교통 및 숙박시설에 대한 인프라 투자가 북한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또한 ‘프로듀스 48’이 탄생시킨 ‘아이즈원’ 같은 걸그룹이나 밴드를 남북한의 재능있는 젊은이들 사이에 만들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각기 방탄소년단과 모란봉악단 등을 기획한 능력들을 합친다면,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문화 콘텐츠가 탄생될 것 같지 않은가. 그 과정에서 상호 불신도 극복하고, 북한 사회의 개방도 촉진하는 부수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문화와 스포츠를 매개로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는 2032 코리아 평화체제 프로젝트가 국가전략 차원에서 구상되기를 기대한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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