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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선생님 여자친구래요” 대구 ‘스쿨미투’ 활활

입력
2018.09.04 17:00
수정
2018.09.04 17:42

 일부 교사들 부적절 언행 도마에 

 성희롱ㆍ성차별ㆍ성추행 낱낱이 폭로 

 사안 심각성에도 감추기 급급 화 키워 

 

 시민사회단체 “2차 가해 방지 절실 

 인권침해적 교칙개선ㆍ성평등교육해야” 

 시교육청 “문제 교사 고발” 엄정대응 

[저작권 한국일보]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성폭력 인권침해 없는 학교 만들기 대구연대회의 회원들이 지난 3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쿨 미투 피해사례 발표와 2차 피해 방지를 교육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성폭력 인권침해 없는 학교 만들기 대구연대회의 회원들이 지난 3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쿨 미투 피해사례 발표와 2차 피해 방지를 교육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대구지역 일부 학교에서 스쿨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바람이 거세다. 일부 졸업생과 재학생이 주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번 스쿨 미투를 통해 일부 교직원의 부적절한 언행이 낱낱이 드러났고, 경찰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학교와 교육청의 2차 가해 방지 등을 촉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학생인권 대나무숲 등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 A중, B여중, C여고, D고 등에서 일부 교사의 성희롱과 성추행, 성차별적 언행, 재단비리 등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A중 졸업생 및 재학생이라고 밝힌 제보자는 이 학교 교사 1 명이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성 발언은 물론 성추행도 거리낌없이 했다고 폭로했다. ▦학기초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여자들은 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가야 한다”는 언행으로 시작해 ▦수업 도중 마음에 든 학생을 지목, “이 아이와 결혼할 거다, 이 아이는 나의 여자친구”라면서 어깨동무를 하는 등 치근거리거나 ▦수업 도중 여학생을 보고 “다리가 예쁘다”며 만지고, ▦다른 여학생에겐 “가슴이 크다”며 성희롱하며 불필요한 신체적 접촉을 반복했다. 심지어 “나는 오늘 노 팬티다”면서 짧은 반바지를 입고 출근해 성기를 노출하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학교는 자체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주장이 상당부분 사실인 점을 확인하고 수성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B여중은 최근 SNS와 함께 교내에 쪽지 형태의 대자보가 붙은 케이스. 연루 교사도 3명이나 된다. ▦실수를 가장한 반복적 신체접촉 ▦소지품 검사를 빌미로 한 수치심 유발 ▦부당한 일에 항의하면 ‘교권침해’라며 벌점 5점 부과 ▦수업 중 배드민턴 채로 엉덩이나 가슴 치기 ▦“너희들이 샤워하는 물소리만 들어도 흥분한다”는 망언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시교육청은 B여중에 대한 진상조사를 통해 학생의 외모를 비하하고 불필요한 신체적 접촉도 일삼을 것을 확인하고 문제의 교사 3명을 수업에서 배제한 데 이어 경찰에 고발했다. 이 학교에선 지난해 심각한 수준의 성희롱 성추행을 일삼은 교사 1명이 학생 학부모의 항의로 재단 산하 다른 학교로 전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여고는 성소수자에 대한 일부 교사의 인식을 문제 삼은 것이 주 내용이다. 지난 주말 일부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교무실 앞 거울 등에 동성애 등에 대해 일부 교사들이 성차별적 발언을 일삼았다고 고발했다. 학교 측은 3일 오전 포스트잇을 뗐다가 다시 부착한 뒤 학생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인근 다른 고교에선 재단이사장과 이사장 아들인 교사가 ▦교직원을 사적인 일에 동원하고 ▦마음에 들지 않은 교사 블랙리스트 작성 ▦여교사 육아휴직 불허 ▦남녀 교사간 교제 금지 ▦교직 세습 ▦이사장 아들 대학 후배 기간제교사 대거 채용 등 갑질로 최근 5년간 9명의 교사가 사표를 냈다는 등 재단비리 의혹이 터져 나왔다.

이 같은 일이 알려지자 지역 학부모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한 학부모는 “고교생은 교사한테 찍히면 끝장”이라며 “잘 되게 하긴 어려워도 안되게 하는 방법은 수백 가지도 넘다 보니 웬만하면 속으로 삭이고 만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성폭력ㆍ인권침해 없는 학교만들기 대구연대회의’는 지난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스쿨 미투 2차 가해방지와 성폭력, 인권침해 없는 학교 만들기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대회의는 “피해사실 조사보다는 제보자색출과 징계를 운운하고 있다”며 “실제 한 학교는 사과를 빌미로 실명을 밝힌 학생들을 따로 모아 가해교사와 강제 대면시키는 일도 발생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고발 학생을 보호하는 한편 지역 모든 학교를 상대로 학생인권실태를 조사하고, 인권침해적 교칙 개선과 교사들에게 학생인권과 성평등교육을 해야 한다고”고 주장했다.

이번 스쿨 미투 운동은 청소년인권행동을 표방하는 아수나로 대구구미지부가 지난달까지 2개월간 ‘스쿨 미투 프로젝트’를 진행, 120여 건의 성폭력 인권침해사례를 접수해 최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실을 왜곡 과장하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스쿨 미투 대상 학교 일부에서도 SNS나 쪽지로 폭로한 내용이 실상을 왜곡했으며, 사실과 다르다는 글도 잇따르는 실정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2개 학교는 자체 또는 교육청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경찰에 수사의뢰 내지 고발했고, 다른 학교는 진상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접수한 대구수성경찰서는 “이제 막 접수 단계로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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