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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욕심 탓 선수들에 부담 줘… 아쉬운 경기 펼쳤다”

입력
2018.09.03 17:06
수정
2018.09.03 19:0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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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현지 매체와 생방송 인터뷰 

 “한국전서 실점 땐 쓴웃음 지은 것 

 애국가 부른 건 조국에 대한 예의” 

박항서 감독이 인터뷰 도중 안경을 벗고 눈을 닦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박항서 감독이 인터뷰 도중 안경을 벗고 눈을 닦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 메달을 따기 위해 선수들에게 부담을 줬는데, 그 때문에 선수들이 긴장했고, 그게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베트남을 아시안게임 축구 사상 첫 4강에 올려놓았지만, 메달 획득에 최종 실패한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이 그 배경으로 ‘욕심’을 꼽았다. 그는 3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초 목표가 8강 통과였는데, 4강에도 올랐다. 준결승전에서는 한국팀을 만나고 보니 결승진출까지 꿈꾸기도 했다”며 “9월 2일이 베트남 국경일(독립기념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꼭 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해야겠다는 욕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돌이켜보니 그 같은 바람이 (나쁜)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아쉬움이 남는다”고 회고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들에 대한 관심에 감사를 표시하면서도 ‘한국인 감독 박항서’를 놓고 베트남 내에서 일었던 각종 논란 차단에도 주력했다. 현지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는 각 언론사와 팬들로부터 사전에 받은 질문을 바탕으로 이날 오전 생방송으로 1시간 반 가량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분위기는 전날 베트남 하노이로 금의환향하자 도시 전체가 들썩였던 분위기와 사뭇 달랐고, 질문들은 날카로웠다.

VN익스프레스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는 박항서(가운데) 감독. VN익스프레스 캡처
VN익스프레스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는 박항서(가운데) 감독. VN익스프레스 캡처

한국팀을 만나기 전까지 다섯 경기서 무실점으로 질주하던 베트남팀이 한국에 3대1로 완패한 것과 관련, 박 감독은 “한국전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선수들이 너무 위축된 경기를 펼쳤다.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국팀에 세계 무대에서 뛰는 유명 선수들이 포함돼 있던 것과 함께 승부에 대한 높은 부담을 가진 선수들이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경기 도중 박 감독이 손흥민 선수의 머리를 쓰다듬은 것과 관련해서도 “선수 몇 명을 불러 지시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손 선수가 옆에서 내 한국말을 다 듣고 있더라. ‘감독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해왔다. 상대편 선수지만 축구 후배고, 세계적 리그에서 활약하며 한국을 알리고 있는 선수가 인사를 하는데 머리를 한번 만지면서 자리를 정리한 것”이라며 “그건 돌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베트남에서는 한국과의 준결승전에 앞서 박 감독과 베트남팀 한국인 코치들이 애국가에 맞춰 가슴에 손을 얹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서도 박 감독은 “한국의 애국가가 경기장에 울리고, 한국인으로서 조국에 대한 애를 표한 것인데 무슨 문제가 있냐”며 “문제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당시 베트남 일부 언론과 팬들은 이 장면을 놓고 깊은 회의를 표시한 바 있다.

특히 한국과의 경기에서 베트남이 초반에 연이어 실점하고 있을 때 박 감독의 웃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면서 거셌던 베트남 팬들의 반응과 관련 “경기 시작하자마자 선수들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한국팀이 드세게 공략하는 모습을 보면서 코치와 ‘우리가 어떻게 저걸 막느냐’며 말하면서 그랬던 것 같다. 실수라면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에 질문자가 “그럼 쓴 웃음인가”라고 재차 묻자, 박 감독은 “그러면 우리가 실점했는데, 그게 어떻게 기쁨의 웃음이 될 수 있느냐”며 “상식적으로 생각 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뷰 시간 절반 이상이 지나간 경기 평가에 할애됐지만,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들에게 “지금까지 베트남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특히 그는 “높은 관심은 더욱 잘하라는 격려로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받은 사랑을 (더 나은 성과로)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

-어제 잘 주무셨나

“어제는 잘 잤다. 늘 시합 준비하다 보면 충분한 수면을 못 취하는데, 어제는 잘 잤다. 전날 자카르타에서 일찍 출발하는 바람에 목 감기가 왔고 피곤했다.”

-그 전날 밤, UAE와 경기(동메달전)에서 진 날 밤에는 잘 잤나.

“늦게까지 정리할 것도 있었다. 4시 반에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제대로 못 잤다.”

-3, 4위전을 어떻게 준비했나. 경기 상황이 우리가 준비했던 시나리오랑 비슷했나.

“어느 경기든 코칭 스태프가 많은 준비를 한다. 많은 분석을 하고, 어쨌든 결과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우리 생각했던 대로 흘러갈 때도 있고, 예상치 못한 생길 수 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전날까지 문제없이 경기 출전을 예상했던 선수가 경기 당일 무릎 뒤쪽에 통증을 호소해서 출전이 불가능하다고 의사가 판단했다. 또 90분 안에 승부를 내려고 했지만, 그게 못 된 게 아쉽다. 선수들은 충실히 잘 해줬다고 생각한다.”

-3, 4위 전에서 90분 내에는 승부 내겠다고 했다. 그래서 승부 차기 준비 못한 것 아닌가.

“승부차기는 16강 때부터 연습을 했다. 기자들이 다 지켜봤다. 연습을 안 해서 실패했다기 보다는 UAE 선수들이 다 잘 찼고. 승부차기는 세계적인 선수도 다 실수하기 마련인데, 우리 선수가 높은 심리적 부담을 느꼈던 게 아닌가 싶다.”

-3, 4위전에서 지고 난 뒤 벤치에 혼자 있는 장면이 있다. 무슨 생각 했나.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 16강, 8강 통과하고 4강에서 한국을 만났는데, 결승 진출을 꿈꾸기도 했다. 9월 2일이 국경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꼭 2일에는 동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해야 한다는 욕심도 생기고 책임감도 느끼고 그랬다. 그런데 그렇게 되고 보니 많이 허탈했다. 좌절감 허탈함이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 싶다. 또 도리어 지금 생각하면, 선수들한테 국경일을 이야기 하고 동메달을 따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더 긴장을 해서 경기력에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선수들한테 너무 부담감을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제일 어려운 순간은.

“쉬운 순간이 없다. 그렇지만, 한국전과의 경기가 가장 어려왔다고 생각한다. 코칭 스태프는 매경기 상대와의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거기의 결과는 결과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여태까지 나는 우리 스태프들은 누굴 만나든 베트남이 이기기 위해 노력을 했다고 이야기 한다. 내가 여기 재직하는 동안에는 이기기 위해, 승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한국전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다. 베트남팀 감독으로서 최선을 다 해왔고, 이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한국전 경기 심리적 부담 많았던 것 알고 있다. 한국 애국가 나올 때 가슴에 손 올린 사진에 기자들 집중했다.

“애국가가 울릴 때 경기에 울리고 조국에 대한 애를 표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가. 나는 문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국민들이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과의 경기에서 우리가 볼을 허용한 뒤 벤치에서 웃음을 보였다.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경기 전 작전 때 우리 통역도 코칭 스태프도 있었지만, 한국전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초반에 실점만 하지 않으며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또 한국에는 유명한 선수들 많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위축된 경기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우리 선수들이 너무 위축된 경기를,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보였다. 한국팀이 우리를 공략하는 것을 보고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우리가 어떻게 저걸 막느냐’ 말한 게 있다. 실수라고 해야 하나…“

-그럼 쓴 웃음?

“그러면 우리가 실점을 했는데, 그게 어떻게 기쁨의 웃음이 될 수 있겠나. 상식적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손흥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건 돌발 상황이다. 경기가 중단된 상황이었다. 저는 잠깐 선수들에게 지시하기 위해서 몇 명을 불러서 지시를 하고 있는데, 손흥민이 옆에서 한국말을 다 듣고 있더라. 한국말로 ‘감독님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더라. 상대편 선수지만, 축구 후배고, 세계적인 리그에서 활약하면서 한국 알리고 있는 선수가 인사를 하는데, 머리를 한번 만지면서 자리를 정리한 것이다.”

-한국의 막강한 공격에 베트남 선수들이 위축을 느낀 것 같다고 했는데, 그 전에 시리아, 일본 등 강력한 팀을 만났을 땐 잘했다.

“내가 하는 이야기 하는 패턴은 비슷하다. 한국 팀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었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이겼다. 이전의 대표팀은 이긴 적이 없다. 이 경기 승리의 의미는?

“누구를 만나든 이기기 위해서 노력한다. 일본전도 마찬가지다. 내가 알기로는 베트남 성인팀은 일본을 한번도 못 이겼다. 조별 리그에서 다 이겼는데 일본전에 왜 전력질주 했느냐는 비난 여론 많았다. 일본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준비한 것은 없다. 하던 대로 누구를 만나든 이기자고 이야기 한다. 선수들에게 당부한 것은 아직 한번도 못 이겼다고 하는데, 잘 해보자고 했다. 여기서 징크스를 깨보자고 말했다. 그걸 깨서 우리 후배들에게는 그 징크스를 남겨주지 말자고 이야기 했다.”

-과거에 대표팀이 소집되면, 파벌 때문에 화합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이야기는 베트남에 와서 들어본 적이 없다. 한국에서도 어느 조직이든 그런 문제는 있을 수 있다. 나는 한국이든 여기서든 집단 세력을 용서하지 않았다. 팀에 가장 해가 되는 게 파벌이다. 베트남에서 감독하는 동안 용서 할 수 없다. 그래서 강조하는 게 ‘내가 아닌 우리’다. 그래서 선수를 선발할 때, 나는 그 부분을 사회성이라고 평가를 하는데, 이 선수가 한 팀의 일원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유심히 관찰한다. 기량도 중요하지만, 내가 아닌 우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보고 평가한다. 내가 있는 한 파벌은 없고, 파벌을 조장하는 행위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올 초 중국에서의 경기 때와 이번 경기가 차이가 있다면.

“중국에서는 도전하는 입장이었고, 이번에는 경계 받는 입장이었다. 우리가 3-4-3 포메이션으로 했는데, 이번에 준비하면서 우리 전술이 노출돼 있었기 때문에. 3-5-2를 한번 시도해봤다. 짧은 시간에 선수들이 적응하지 못했고, 스태프들과 다시 상의해서 3-4-3이 우리 경기력 펼치는 데 좋다고 보고 전환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우리가 하고자 했던 것은 대부분 잘 했다. 상대들도 우리를 쉽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현지 훈련장이 배정되지 않는 등 문제가 좀 있었다.

“베트남축구협회랑 우리는 긴밀하게 이야기 하고 있고 있다. 도착해서 보니까 사전 예약 문제 때문인지, 훈련장, 숙소, 식사에 조금 문제가 있었다. 모든 게 완벽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하나 이야기를 한다면 (해외 경기 나가면) 기동력 있게 우리 팀의 일을 봐줄 협회 관계자가 동행해 주었으면 좋겠다. (통역에게) 이말 꼭 넣으세요.”

-짧은 시간에 베트남에서 영웅이 되고 한국에서도 영웅이 됐다.

“지금 현재 우리 선수들과 일하고 있다는 게 행복하고 즐겁다. 좋은 결과 얻어서 자랑스럽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합이 다가오면 부담이 배로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도 내가 즐기면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욱 잘 하라는 주문으로 생각하고 초심을 잃지 않고, 사랑 받은 만큼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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