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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우리만의 리그 만들면 국민의 소리 듣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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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명문대 인맥 중심의 공직사회를 겨냥해 “우리만의 리그를 만들면 국민의 소리를 듣기 어렵고 자기 성을 쌓는 우(愚)를 범하기 쉽다”고 경고했다. ‘엘리트 집합소’라 불렸던 옛 경제기획원에서 상고ㆍ비주류 대학 출신으로 공직을 시작한 자신의 경험에 바탕해 공직사회의 폐쇄적 엘리트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기재부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지난달 24일 기재부 수습 사무관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발언한 내용을 최근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 부총리는 이 글에서 “(새내기 사무관들은) 35년 전 제 모습이었다”며 “피자를 먹으며 꿈, 체력관리 비결 같은 개인적인 주제부터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 워라밸 등 여러 주제의 이야기를 격의 없이 나눴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과거 사무관 시절 생존 노하우를 묻는 후배 사무관들의 질문에 “우리 조직에 처음 오니 제가 나온 고등학교나 대학교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며 “이방인 또는 변방인 같다는 생각에 열등감마저 들었다"고 토로했다. 김 부총리는 ‘흙수저 고졸 신화’의 대명사로 꼽힌다. 그는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서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옛 덕수상고를 마친 뒤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한국신탁은행에 취업해 낮에는 은행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학업을 병행하는 주경야독(晝耕夜讀)하며 야간인 국제대(현 서경대)를 다녔다. 이후 1982년 스물다섯 살에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 합격하며 경제기획원에서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김 부총리는 “그 시절 색깔을 표현하자면 아마도 ‘회색’이었을 것”이라며 “그저 묵묵하게 일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비주류’ 출신으로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인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것이 녹록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사무관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진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조직문화에 매몰되지 말고, 자기중심을 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김 부총리는 ‘공직생활을 왜 하느냐’는 질문에 “(이는) 젊은 시절 제게도 큰 화두였던 질문”이라며 “틀에 박힌 공직생활에 적응하려는 생각만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고, 몸 담고 있는 조직의 틀을 넘고 나서야 비로소 답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답변했다.
김 부총리는 후배들에게 “우리만의 리그를 만들면 반드시 국민과 괴리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수습 사무관들이 대부분 명문대 출신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강조한 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이어 “새내기 사무관들이 기존의 틀에 안주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동량이 되기를, 그리고 개인적으론 각자가 큰 보람을 느끼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부총리는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5일까지 여름휴가를 떠났다.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는 세법 개정안 및 예산안을 마무리하고 늦은 휴가를 떠나게 된 것이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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