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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게 공유되던 지라시, SNS 만나며 빠르게 대중화

입력
2018.09.03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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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대기업 고위 간부와

정부관료 접촉 정리한 게 시초

2000년대 증권가서 대량유통

SNS 지라시 대부분 허위사실

인터넷서 본 내용 짜깁기 유포

'지라시'의 역사는 40년이 넘는다. 1970년대 대기업 고위 간부들이 정부 관료들과 접촉한 내용을 정리한 게 시초다. 당시만 해도 단순 소식지에 불과했다. 1980년대 증시 활황을 누리던 증권사마다 '정보분석실'이란 조직을 만드는 분위기 속에서 지라시는 자랐다.

2000년대 지라시는 획기적인 변화를 맞는다. 갱지묶음 형태로 주고받던 지라시가 이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유통되기 시작한 것. 특히 증권가에서 쓰는 메신저는 다수에게 동일한 내용을 한 번에 전송할 수 있어 지라시의 대량 유통을 가능케 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 사회 경제 관련 소식뿐 아니라, 연예가 소식도 종종 포함됐다.

2005년 3월 ‘연예인 X파일(연예인 99명의 신상정보가 담긴 문서) 유출’ 사건으로 정부가 근절 방침을 세우고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가자 지라시는 잠시 주춤한다. 곧 휴대용 저장장치에 파일을 담아 건네거나, 미리 알려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문서가 열리는 등 보안을 강화한 신종 지라시가 등장했다.

지라시 시장은 2010년대 초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시대를 맞아 급성장한다. 증권사 직원, 국회의원 보좌관, 대기업 정보담당자 등 몇몇 수요자 중심으로 공유되던 지라시가 SNS를 통해 새어 나가 빠르게 ‘대중화’했다. ‘받은 글’이라는 형태로 유통되는 SNS 지라시는 유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덧붙여져 재생산된다. 실제 2013년 ‘사회지도층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지자 SNS에는 최소 5가지 버전(종류)의 리스트(명단)가 만들어져 유포됐다.

연예인, 재계 인사 등이 주로 등장하는 SNS 지라시의 대부분은 허위 사실이다. 최근에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대기업 내 사원 간 불륜 등 일반인들의 사생활마저 지라시의 소재가 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잘 모르면서 단순 호기심, 관심 끌 목적으로 인터넷에서 본 것을 짜깁기해 유포하는 일이 잦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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