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미세플라스틱으로 병든 해변… 두 뼘 모래사장서 이만큼이나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거제 흥남 해수욕장 백사장서 검출
플라스틱 중 1㎜ 이상만 300여개
그보다 작은 플라스틱은 수만개 추정
#잘게 부서져 물고기가 먹는 등 악순환
“비 많이 오면 김치냉장고도 떠내려와”
연안 오염 세계 최고… 플라스틱 줄여야
지난 24일 경남 거제시 흥남 해수욕장. 양식장에서 쓰던 부표와 폐 그물, 빈 페트병 등 바다에서 떠밀려온 각종 쓰레기가 백사장에 널려 있다. 쓰레기 사이에서 우뭇가사리를 골라 줍던 한 주민은 “비가 많이 오면 김치냉장고까지 떠내려 온다. 물에 뜨는 것은 전부 이쪽으로 모이는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인근 구영 해수욕장이나 관포리 해변 등도 온갖 쓰레기로 뒤덮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쓰레기 더미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쓰레기다. 특히, 직경 5㎜ 이하 크기로 잘게 부서진 미세 플라스틱은 최근 해양 생태계는 물론 인체까지 위협하는 오염 물질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일보 View&(뷰엔)팀은 이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의 협조를 받아 흥남 해수욕장 백사장의 플라스틱 오염 실태를 직접 확인했다. 현장을 동행한 연구원들은 가로 세로 각 50㎝, 깊이 5㎝ 범위에서 채취한 모래를 직경 5㎜ 크기의 채로 거른 후 다시 직경 1㎜짜리 채에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검출된 플라스틱 조각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 300개가 넘었고 그 중 직경 1㎜ 이상, 5㎜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이 절반에 달했다.
검출 작업에 특수 장비와 시간을 요하는 직경 1㎜ 이하 미세 플라스틱의 경우 현장 확인은 불가능했으나 동일한 지역에서 1㎥ 당 100만 개 이상이 검출된 2015년 연구 결과를 감안하면 이날 채취 범위 내에 최소 수만 개 이상 분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2015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이곳 거제 동부 해안을 비롯한 국내 연안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스티로폼 부표 등 플라스틱 도구를 사용하는 근해 양식이 활발하고 인근 하천에서 무수한 쓰레기가 흘러드는 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수치로 확인된 오염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곳 해변을 비롯해 지구상에 버려진 모든 플라스틱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잘게 부서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 소장은 “플라스틱이 완전히 분해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풍화 침식 작용과 자외선에 의한 광화학 반응 등을 거쳐 미세한 조각으로 분리되는 현상은 매 순간 끊임없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뿐 아니라 먹이사슬의 가장 위 단계인 인간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해양생물의 성장과 생식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미세 플라스틱을 매개로 한 독성 물질의 이동 및 축적으로 인해 인체 내분비계 교란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지난해 11월 경남 진해만 주변 해안에 서식하는 바지락 100g에서 34개, 담치에서는 12개의 미세 플라스틱을 검출했다. 연구진은 국내산 조개류 섭취를 통해 인체에 쌓이는 미세 플라스틱 양이 매년 210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4대강 수계 24개 정수장 중 12곳에서 소량의 미세플라스틱을 검출하기도 했다.
불안은 가중되고 있으나 국내 플라스틱 관련 규제는 아직 미비한 수준이다. 해양수산부가 플라스틱 바다 쓰레기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어업용 부표 관리체계를 2019년까지 구축하기로 하고, 환경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배출량을 5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커피숍의 1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규제하고 있는 정도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t으로 93.8t인 미국보다 많고 65.8t인 일본보다는 2배가 넘는다. 심 소장은 “플라스틱 소비량이 늘면 미세 플라스틱 발생량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미세 플라스틱을 검출하고 정화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만큼 문제의 근원인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 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