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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모집 허술한 법망에 서민 울리는 주택조합 사기

입력
2018.08.29 04:40
수정
2018.08.29 07: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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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립 과정 중에 조합원 모집 가능 

 모델하우스까지 지어 홍보 뒤 

 아파트 건설 않고 돈만 가로채 

 주의보 내려도 전국서 잇단 피해 

 “조합 설립 후 모집으로 못박아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김미순(54) 심인섭(59)씨 부부는 평생 미싱사와 칠장이로 일해 모은 5,000만원과 친척에게 빌린 3,000만원을 합한 8,000만원을 2014년 ‘중화지역주택조합’에 쏟아 부었다. 중화지역주택조합은 서울 중랑구 중화동 일대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만들어진 주택지역조합이다. 내 집 마련의 꿈에 부푼 김씨 부부는 아파트가 착공되기만을 기다렸다. 2년이 지나도록 착공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조합 운영진이 조합원 100여명이 낸 돈 154억원을 빼돌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청천벽력에 심씨는 매일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하고 “머리가 아프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심씨는 5개월 뒤인 2016년 7월 뇌혈관 이상으로 끝내 눈을 감았다. 김씨는 “남편이 죽고 미싱일 월급 160만원으로 빌린 돈 이자 내고, 월세 내고 나면 내 입에 풀칠하기도 쉽지 않다”고 울먹였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조합 운영진 상대로 수사에 나섰다.

주택지역조합 사기가 서민들을 울리고 있다. 느슨한 법망을 악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서다. 무주택 서민들 중심으로 조합을 꾸려 주택을 지을 수 있게 해주는 제도 취지가 무색하게 ‘조합원 모집 과정’이 허술하다는 것이다.

통상 주택 재개발은 ‘안전진단→추진위원회 구성 및 승인→조합 설립 인가’ 뒤 조합원을 모집할 수 있다. 반면 주택지역조합은 조합 설립 과정에 조합원을 모집할 수 있다. 조합 설립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인데도 ‘조합’이라 광고해 조합원을 모집하고 돈을 받아갈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중화지역주택조합도 조합이 설립되지 않았는데, 설립한 것처럼 광고하고 심지어 모델하우스까지 지어 조합원 모집에 나섰다.

비슷한 수법의 사기 행각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광주 동구 지역에서는 ‘주거환경개선사업’ 대상지라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불가능한데도 마치 토지를 확보한 것처럼 속여 주택지역조합 조합원 75명을 모집해 27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붙잡혔다. 지난해 3월에는 경기 의정부지역 역세권에 55층 아파트 건설 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주택지역조합을 설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토지도 확보한 것처럼 홍보해 조합원 1,177명으로부터 440억원을 뜯어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조합 업무대행사 대표(60)가 구속됐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주택지역조합 주의보를 발령하고, 허위 광고를 점검했다. 관련 법(주택법)도 개정됐다. 조합원을 모집하기 전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조합원 모집 신고’를 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김영환 청주대 부동산도시계획과 교수는 “조합원 모집 조건을 ‘완벽한 조합 설립 이후’라고 못박지 않는 한 주택지역조합 사기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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