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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격돌 ‘박항서 매직’…베트남 교민들 “뿌듯하고 걱정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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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시리아 꺾고 4강 진출
호찌민 등 거리 응원 인파로 들썩
현지 한국 기업ㆍ교민들도 반색
“누가 이겨도 좋아…최선 다하길”
일각선 “한국 승리 땐 후폭풍”우려
베트남 전역이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27일 아시안게임에서 시리아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 아시안게임 4강이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다만 나란히 4강에 진출한 한국과 29일 준결승전에서 맞붙게 되자 현지 진출 한국 기업과 교민들은 ‘우려했던 상황이 생겼다’며 한국이 승리할 경우 벌어질지도 모를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27일 밤 10시를 약간 넘긴 시간(현지시간). 시리아전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 소리가 울리자 베트남 사람들은 일제히 밖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나왔다. 친구, 연인, 가족단위로 쏟아져 나온 이들은 정처 없이, 앞의 오토바이가 가는 길을 따라 떼를 지어 달리고 또 달리며 승리의 감동을 만끽했다. 올해 초 베트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신화를 쓴 지 7개월 만이다.
사실 반년 전의 경험 때문인지 이번 아시안게임 8강전까지는 호찌민, 하노이 등 대도시 거리에는 그다지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았었다. 하지만 4강을 확정 지은 이날만큼은 달랐다. 걷기도 힘들어 보이는 노모를 뒤에 위태롭게 태운 채 질주하는 아들,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오토바이를 몰고 나온 사람까지 목격됐다. 거리는 ‘뿌우뿌우’하는 부부젤라 소리로 온통 시끄러웠다. 다만 반년 전에 비해 자축에 나선 이들의 얼굴에는 한결 여유가 흘렀다. 호찌민 인근 도시 빈증의 한 30대 가장은 “박항서 감독이 해낼 줄 알았다. 한국과 같이 4강에 올라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팀은 이보다 3시간 전에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4강을 확정했다. 빈증은 한국국제학교 추가 설치가 검토되고 있을 정도로 한국기업이 많은 곳이다.
현지 진출 한국 기업과 교민들은 베트남 4강 진출 소식에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은 온 국민이 감독이라고 할 정도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다 축구 경기를 대상으로 도박이 성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축구도박에 따른 자살 등이 발생, 사회 문제로 대두될 정도인데, 어떤 식으로든 한국이 간여되는 게 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1,200여명 현지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한 가방제작 업체 대표(40)는 “노무담당자들이 다소 긴장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내일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전원 퇴근시켜 만일의 사태를 예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나이성의 한 정밀기계 부품업체 관계자도 “안 좋은 일이 생길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교민 대다수는 한국팀을 응원하지만, 한국인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팀이 이겨도 베트남 분위기가 좋아질 테니 승패에 연연하지 말자는 입장이다. 유태현 전 주베트남 대사는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 양팀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문제될 게 없고, 관람객들도 친정 조카와 시집 조카가 겨루는 것처럼, 누가 이겨도 좋다는 생각으로 관람한다면 양국 관계 발전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시리아전 거리 응원에서는 지난 1월 때보다 많은 공안(경찰)들이 나서 눈길을 끌었다. 오토바이를 몰고 거리에 나온 시민들 중 안전모를 쓰지 않은 이들이 타깃이 됐다. 빈증지역 공안당국의 응오 박 선 럼은 “거리 응원도 좋지만 안전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당국의 조치는 승리에 도취된 나머지 나체로 응원하는 젊은이들의 영상이 돌았던 지난 1월 상황이 되풀이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도 보인다. 한편 일부 베트남 국민들은 거리에 가스통까지 들고 나와 두드리며 응원을 벌여 보는 이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호찌민ㆍ빈증=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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