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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론’ 태풍 덕에… 기 죽어 사라진 ‘솔릭’

입력
2018.08.24 18:00
수정
2018.08.24 21:13
2면

시마론이 북태평양고기압 약화시켜

솔릭, 제주 해상서 장시간 맴돌아

바닷물 온도 낮아지며 ‘연료’ 소진

남부ㆍ강원은 정전ㆍ침수 등 피해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24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동해가 거칠게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24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동해가 거칠게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때 시속 150㎞가 넘는 강풍을 싣고 한반도로 다가오던 제 19호 태풍 솔릭(SOULIK)은 다행히 상륙 전 시점부터 세력이 약화돼 비교적 잠잠하게 한반도를 빠져나갔다. 제 20호 태풍 시마론(CIMARON)이라는 돌발 변수가 이동 속도를 크게 떨어뜨린 것이 솔릭의 ‘힘’을 빼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솔릭이 약하게, 또 멀리 이동하면서 수도권 주민들은 대부분 태풍의 영향을 거의 느끼지 못했지만, 그래도 태풍이 직접 관통한 남부지방에는 적잖은 피해를 남겼다.

기상청은 23일 밤 11시쯤 전남 목포 부근으로 상륙한 솔릭이 광주와 대전, 충주, 평창 등을 거쳐 24일 오전 11시쯤 동해로 빠져 나갔다고 24일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솔릭은 최대 풍속 초속 32m의 강도로 상륙했다. 상륙 19시간 전인 23일 오전 4시 예보에서 목포 부근에서 초속 39m의 최대 풍속이 예상됐던 것에 비해 위력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수치가 낮을수록 강한 태풍을 의미하는 중심기압 역시 당초 목포 부근 해상에서 960hPa(헥토파스칼)에 이를 것으로 보였으나 상륙 시점에는 975hPa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솔릭의 강도가 예상보다 크게 떨어진 데는 시마론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마론의 영향을 받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약화로 23일 낮 한 때 솔릭의 속도가 사람 걷는 속도인 시속 4㎞까지 떨어지며 제주 서쪽 해상에서 장시간 머물렀는데, 이 때 주변 바닷물 온도가 크게 떨어진 것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 분석관은 “태풍은 고수온 해역 부근에서 나타나는 잠열을 흡수해 세력을 만든다”며 “솔릭이 비슷한 지점에서 천천히 북상하면서 데워진 표층수와 차가운 심층수를 섞으면서 바닷물 온도가 낮아진 게 주요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솔릭이 제자리에서 맴돌며 ‘연료’를 소진해 버린 셈이다.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은 “실제 솔릭이 지나가기 전의 제주 및 부근 해수면 온도는 27~28도에 달했지만 솔릭이 오고 난 후 6도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제주 서쪽 해상에서 장시간 머무는 동안 제주와 전남 남해안의 지형적 마찰도 상륙 전 솔릭의 영향력을 약화 시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강도가 한층 낮아진 솔릭은 상륙 약 4시간 만인 이날 오전 3시 최대 풍속이 초속 24m로 떨어 진데다 강풍반경 230㎞의 소형으로 수축된 후 동해상으로 나갈 때까지 줄곤 22m 안팎의 풍속을 유지했다. 예상보다 강도가 약해진데다 남쪽으로 상륙을 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태풍의 피해는 거의 없었다.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은 광주ㆍ전남 지역이었다. 태풍이 직접 할퀴고 지나간 이 지역에는 23일부터 2만곳 넘는 주택과 상가 등에서 정전이 발생했고, 가로수가 쓰러지거나 건물 간판이 떨어지는 등의 사고가 속출했다. 전남 진도, 해남, 강진 등에서는 26㏊에 달하는 벼 침수 피해도 발생했다. 부산에서는 24일 새벽 건물 6층 옥상의 교회 첨탑이 부러졌고, 중남 논산에서는 쓰러진 나무가 단독주택을 덮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솔릭이 한반도를 빠져나가는 마지막 길목이었던 강원지역에도 큰 사고는 없었지만 시간당 40㎜의 폭우가 쏟아지며 일부 지역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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