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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해고수당 퉁치자” 해고 때도 두 번 우는 실업자

입력
2018.08.28 04:40
수정
2018.08.28 07:4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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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급결정 1차 권한 사업주에 있어 

 실업급여 신청 서류 협조 빌미로 

 부당한 대우해도 울며 겨자먹기 

 영세사업장은 해고ㆍ권고사직하면 

 정부지원금 끊겨 신청에 소극적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실업급여(구직급여) 신청 도와줄 테니까, 통 크게 ‘퉁’ 치자고. 알았지?”

중소 제조업체에 다니던 남미선(35)씨는 올해 초 당장 다음주부터 그만 나오라는 회사의 통보에 ‘해고예고수당’을 요구했다가 부장으로부터 이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는 적어도 해고일 30일 전에 이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려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엔 한달 치 임금에 해당하는 수당을 줘야 한다. 그러나 남씨의 회사는 ‘실업급여’를 빌미로 그를 구슬렸다. 실업급여 신청에 필요한 서류작업을 해주는 대신 해고예고수당은 그냥 없는 셈 치자는 제안이었다. 남씨는 “썩 내키진 않았지만, 해고예고수당을 포기하더라도 최소 3개월 이상 지급되는 실업급여를 속 편히 타는 게 낫겠다 싶어 알겠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회사로부터 해고당한 근로자들이 실업급여 갑질로 실직 과정에서 두 번 우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업급여는 해고나 권고사직, 계약만료 등 근로자의 귀책사유가 없는 비자발적 이직에만 수급자격이 인정되고, 사업주가 이 사실을 증명할 이직확인서 등 관련 서류를 사업장 관할 근로복지공단지사로 신고해야 한다. 이처럼 사업주가 실업급여 수급을 결정할 1차 권한을 갖고 있어 근로자들은 일방적으로 해고당하는 상황에서도 부당한 대우를 참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신동준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고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자 회사에서 앙심을 품고 퇴직사유를 바꿔 신고하는 바람에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물류업체에서 일하다 회사 사정이 나빠져 권고사직 당한 임석영(28)씨는 “그만두면서 인수인계와 퇴직금 지급 문제로 좀 다퉜는데, 나중에 보니 회사가 퇴직사유를 자진퇴사로 해놔 낭패를 봤다”고 전했다. 이 경우 고용안정센터에 퇴사사유 정정신청을 할 수는 있지만, 회사 측에서 끝까지 해고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면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정부로부터 각종 고용지원금을 받고 있는 영세사업장은 근로자를 해고나 권고사직하면 지원이 끊기는 경우가 있어 실업급여 신청에 더욱 소극적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정부가 도입한 일자리 안정자금도 같은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지원기간 동안 해당 사업장 내 근로자가 비자발적 사유로 이직한다면 ‘고용유지의무’에 반해 더 이상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를 우려한 회사 측에서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한 근로자는 실업급여 수급자격이 없다’고 근로자들을 속이거나,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기 위해 트집을 잡고 괴롭히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는 게 노동계측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업급여의 수급자격을 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은희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 청년을 비롯한 노동시장 취약계층은 이 같은 상황에 내몰리기 더욱 쉽다”며 “자발적 이직의 경우에도 유예기간을 두고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등 법 개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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