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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굴 팔 때 30%만 일하고 70%가 노는 이유

입력
2018.08.25 14:00

 좁은 터널에 몰리면 업무효율 떨어져 

 일꾼 개미 피로 극대화 땐 대체 가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곤충은 무엇일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개미를 떠올릴 것이다.

이는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우리에게 개미는 근면성실의 아이콘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개미의 효율적인 업무 비결이 부지런함이 아닌, 게으름에서 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조지아 공과대 물리학자인 다니엘 골드만은 전체 개미의 30%가 나머지 70%의 업무를 한다고 밝혔다. 골드만 박사는 몇 가지 실험을 했다. 컨테이너에 개미가 서식할 환경을 만들고, 각각을 식별할 수 있는 표시를 해 관찰했다. 분석 결과 개미굴 자체는 매우 효율적으로 구성됐지만, 그 터널을 만드는 굴착 작업 때에는 소수 개미들만이 일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좁은 터널 속에서 발생하는 교통 체증이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려, 나머지 70%의 개미들은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몇 개미는 한 번에 다섯 시간씩 일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개미들은 터널에 나타나지도 않았다.”연구팀은 반복된 실험을 통해 이것이 일부 개미의 부지런함에 근거한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어떤 개미 집단에서도 ‘30대 70 법칙’(전체 30%의 개미가 70%의 일을 한다)은 유효했다. 이러한 개미들의 움직임을 다양한 컴퓨터 모델에 적용한 결과, 연구팀은 이것이 이상적인 업무 분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효율적인 굴 파기를 위해서는 한 가지 전략뿐입니다. 불평등하게 업무를 맡거나, 아예 업무현장을 떠나버리는 것이죠”

한편,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2016년 6월호)는 곤충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개미집단과 같은 게으른 일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활동하는 일꾼의 피로가 극대화 됐을 때, 게으른 집단은 그들을 대체하는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한된 업무 환경에서는 소수 인력이 업무를 수행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골드만 박사 역시 이 흥미로운 결과가 개미의 터널 굴착 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재난 현장에서 생존자를 찾거나, 위험이 감지되는 순간 등 교통 체증이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업무 방식이 일반 사무실에서 운영된다면, 당신이 굴을 파고 있지 않은 한 70%의 ‘노는 개미’를 기대하긴 어렵다. 모든 직원들이 자신의 컴퓨터, 전화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것은 곧 개개인이 작업해야 할 ‘터널’이 충분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근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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