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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솔릭’ 비상…제주 어민 “17년 동안 이런 태풍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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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태풍 솔릭(SOULIKㆍ미크로네시아 전설에 등장하는 족장의 이름)이 제주를 거쳐 내륙으로 북상 중이다. 23일 오전 태풍 영향권에 든 제주의 한 어민은 “배를 탄 17년 동안 이런 거 처음”이라며 솔릭의 위력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솔릭은 23일 오전 6시 현재 제주 서귀포 서쪽 약 90㎞ 해상에서 매우 느린 속도(시속 16㎞)로 한반도 내륙을 향해 북북서진 하고 있다.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은 초속 39m로 측정됐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140㎞가 넘는 강풍이 몰아치는 셈이다. 이 정도면 가로수가 뽑히고 건장한 성인 남성도 몸이 휘청거려 제대로 걸을 수 없다.
태풍은 이날 오후 6시 목포 서쪽 약 60㎞ 해상, 24일 오전 6시 서울 남남동쪽 약 70㎞ 부근, 같은 날 오후 6시 강원도 해안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이틀간 한반도를 느린 속도로 통과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솔릭은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면서 따뜻한 바닷물에서 에너지를 계속 공급받기 때문에 한반도에 상륙할 때까지 초속 33m 이상의 강풍을 동반하는 ‘바람 1급’ 태풍의 위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위력이 워낙 강해 서울을 통과할 때도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은 초속 25m 이상이 될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지역에 따라 50~300㎜, 많은 곳은 400㎜를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솔릭의 영향권에 든 제주의 어민 김향수씨는 23일 오전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17년 동안 배를 탔는데, 파도가 세다고 해서 배마다 닻을 놓고 대기하고 있다. 이런 거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서귀포 연안의 파고는 8~10m에 달한다.
김씨의 배가 대피해 있는 서귀포항에는 29~70톤급 대형 어선 80여척, 소형 어선 160척 가량이 피항 중이다. 그는 “선장, 기관장들은 다 배에서 잠을 자고, 어민들도 (항구 옆에 주차해둔) 차 안에서 밤새 대기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렇게 대기하는 이유는 혹시라도 배를 결박해놓은 줄이 풀리거나 끊기는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노후한 배 한 척의 닻이 빠져서 새벽에 작업을 했다. 그것 하나 외에는 괜찮다”고 말했다.
태풍의 속도가 시속 20㎞ 이상에서 16㎞로 20% 이상 느려지면서 어민들이 비상 대기해야 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김씨는 “(처음에는 오전) 3시에 빠져나간다고 했는데, 6시라 하더니 (이제는) 오후 3, 4시가 돼야 빠져나간다고 한다”면서 “잠시 씻고 다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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