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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 포기 못해 폐업 고민되면, 휴업 신고로 고정비라도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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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업 잘해야 손실 준다
‘타인 양수ㆍ사업 중 정리ㆍ폐업’ 중
손실규모 종합적 고려해 선택
세탁소 등은 미리 고객에 알려야
# 집기 판매로 수익금 창출
‘버릴 것ㆍ내가 쓸 것ㆍ팔 것’ 나눠
일괄처분ㆍ중고 직거래 할지 결정
원가정리 재고처분도 방법
# 건물주와의 싸움은 피하라
상가 원상복구 문제로 소송前
조정 통해 시간ㆍ비용 절약을
보증금 받기 전까지는 약자
2016년 6월 천지훈(가명ㆍ39)씨는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어머니와 부산 사상구의 한 시장에서 식육점을 열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 권리금 1,500만원 조건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늘상 다니던 시장이었기에 성공을 자신한 그였지만 뚜껑을 열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후발 주자로서 단골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할인 판매에 나섰지만 기존 가게, 특히 인근 대형마트와의 단가 싸움에서 이기기 힘들었다. 고민 끝에 천씨는 배달 판매를 돌파구를 삼기로 하고 배달의 민족, 배달퀵, 요기요 등 주요 배달업체들과 계약을 맺었다. 주력 제품은 2~3인용 오리불고기(700gㆍ1만5,000원)로 정하고, 직접 제품 사진을 찍고 광고지도 돌렸다. 그러나 매출 대비 수수료가 너무 비쌌다. “카드든 현금 결제든 배달업체에서 총액의 10% 가까이 떼가더라고요. 광고비는 또 따로 나갔고요.” 마진율은 20%에 불과했고 여기서 다시 전기세, 수도세까지 해결해야 했다. 견디다 못해 가격을 1만8,000원으로 올리자 주문이 줄어 월매출이 250만원까지 급전직하했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몸만 바쁘고 돈은 안 되더군요.”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던 배달판매마저 실패하자 천씨는 1년 만에 사업을 접기로 결심했다.
막상 폐업을 하자니 창업보다 더 힘들었다. 당장 “권리금 포기는 안 될 일”이라며 적당한 매수자가 나설 때까지는 장사를 계속하자는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혔다. 평행선을 달리던 두 사람은 폐업 전문가의 조언을 받은 뒤 휴업신고를 하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폐업신고를 하면 영업신고증이나 허가증을 반납하는데 이렇게 되면 권리금을 받을 ‘권리’가 사라진다. 대신 휴업신고를 하면 이 권리를 유지하면서 사업 유지에 들어가는 고정비를 줄일 수 있다. 덕분에 천씨는 월평균 유지비를 임대료 포함 140만원에서 66만원으로 줄였다. 천씨는 구직교육을 거쳐 그해 10월 육가공업체 취업에 성공했다. 폐업, 그리고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재창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낸 것이다.
“폐업, 창업만큼 똑똑하게 해야”
“폐업 의사는 있어도 언제, 어떻게 할지 방법을 모르는 사업주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폐업도 창업 때만큼 신경 쓰고 똑똑하게 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폐업자 연간 100만명 시대. 현장에서 뛰어온 정부와 지자체 소속 ‘사업정리 컨설턴트’ 3명을 만나 ‘폐업 잘하는 법’에 대해 들었다. 사업정리 컨설턴트는 폐업 예정인 사업주에게 ▦폐업 과정 전반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점포 양수도, 집기ㆍ설비 매각, 철거ㆍ원상복구, 보증금 보호, 세무행정 등 사업정리 단계별로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을 지도하며 ▦ 폐업 이후 재기 교육ㆍ재취업 연계 등 사후관리를 돕는 역할을 한다.
소상공인진흥공단 소속으로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정예희씨는 2015년 사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폐업 현장 330곳을 누빈 베테랑이다. 정씨는 천지훈씨가 식육점을 정리하고 일자리를 찾도록 조언을 해줬다. 서울시 자영업지원센터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속인 문소윤씨와 추지호씨는 서울ㆍ경기 지역에서 5년째 경영ㆍ폐업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주어진 시간 체크 후 폐업방식 확정
폐업을 고려한다면 우선 사업을 정리할 시간이 얼마나 있나부터 체크해야 한다. 단기간에 해야 하는지, 비교적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는지에 따라 점포 양수ㆍ양도, 시설ㆍ집기 처분에 있어서 유리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세금신고 자료 준비 등 폐업에 따른 행정 절차를 챙길 시간도 확보해야 한다. 일단 폐업 후에는 세금계산서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돈을 주고받을 곳을 모두 정리해야 한다. 세탁소, 헬스클럽 등은 미리 고객에게 폐업을 통보하지 않으면 후에 법적으로 대응하기 힘들어진다.
주어진 시간과 자금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에는 ▦ 타인에게 양수 ▦ 사업을 유지하면서 정리 ▦ 휴업 ▦ 완전 폐업 가운데 하나를 확정해야 한다. 특히 폐업 시점은 폐업에 따른 손실 규모를 결정하는 중대 변수다. 정씨는 “사업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려 권리금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업주들이 많다”며 “냉정히 따져보면 사업을 유지하며 지출하는 고정비도 못 건질 수 있다”고 했다. 권리금은 1,000만원에 불과한데 인건비 지출이 더 커질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임대계약 기한이 임박해 아예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천씨 사례처럼 당장 폐업이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휴업 신고가 더 적합할 수 있다. 권리금에 대한 권리는 유지하면서 고정비는 줄일 수 있고, 세무당국에 현재 실질소득이 없음을 확인시켜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도 조정할 수 있다. 이후 폐업 신고를 하더라도 실제 영업을 종료한 날로 소급해 신고할 수 있어 과세 기간 산정에도 유리하다. 정씨는 “업소에서 적용되는 일반용 전기요금의 기본료는 보통 몇만 원을 훌쩍 넘는다”며 “꼭 폐업, 휴업이 아니고 영업만 정지한 경우더라도 한전에 연락해 약정량을 줄이면 매월 기본료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포자기 금지…‘돈 되는 폐업을’
폐업을 앞둔 사업주들은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경우가 흔하다. 집기나 설비들도 제값을 받기보다 헐값이라도 빨리, 일괄로 처분하려 한다. 사업정리 컨설턴트들은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수익금을 만들 수 있다”고 충고했다.
우선 집기ㆍ설비의 목록을 만들고 ‘버릴 것’ ‘내가 쓸 것’ ‘팔 것’으로 나눈다. 이때 소스, 주류 등 뜯지 않은 식자재는 거래처에 반환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불가능하다면 자체 할인판매를 할지 덤핑업체에 일괄로 넘길지 결정한다. 폐업을 거꾸로 홍보하며 단기간 ‘원가정리 재고처분’을 통해 마지막 매출증대에 열을 올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팔 것’은 일괄처분을 할지, 중고로 직거래를 할지 결정한다. 일괄처분은 빠르고 배송 등 신경 쓸 게 없는 반면 직거래를 이용하면 시간과 수고는 들어도 가격을 배는 받을 수 있다. 문소윤씨는 “일괄매입 업체를 정할 때는 인터넷이나 지역지 광고를 통해 적어도 3, 4군데는 알아보고 견적을 받으라고 조언한다”며 “과거 가격을 잘 쳐준 업체를 추천하기도 하지만 항상 나은 견적을 기대할 수는 없다. 중고가격은 창고에 물건 많냐 적냐, 당장 판매처가 있냐 없냐에 따라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버릴 것’은 지역 모임 등에 기부하거나 무료 수거 업체를 이용하면 돈을 내고 버리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할 수 있다.
건물주와는 합리적으로 조정을
이들은 폐업 현장에서 안타까운 상황은 원상복구와 관련한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큰 비용을 들여 인테리어를 하고 설비를 갖춰놔도 계약 해지시 임대인이 원상복구를 원하면 철거까지 이중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소윤씨는 “과도한 철거가 많다”라며 “철거비 견적이 100만원 이하로 나온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문씨의 역할은 최대한 여러 업체에 의뢰해 견적 비교를 하도록 하고, 원상복구에 따른 철거비(100~150만원)를 지원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사업을 폐업 희망자에 안내하는 것이다. 그런데 건물주가 “새 임차인을 못 구했다”라며 “철거비를 주고 나가면 나중에 알아서 하겠다”는 경우가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후에 철거가 이뤄지지 않아도 그 돈을 돌려주는 건물주는 못 봤어요. 그래도 당장 보증금을 받아야 하는 사업주는 요구대로 철거비를 주는 선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죠. 이럴 땐 철거가 발생하지 않아 정부의 지원비도 받을 수 없어요.”
정예희씨는 ‘건물주와의 싸움은 되도록 피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철거 범위에 대한 칼자루는 건물주가 갖고 있고, 보증금 반환 전까지 임차인은 약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장실은 만들 때나 철거할 때 비용이 많이 드는데, 굳이 건물주가 화장실 철거를 고집한다면 맞서기보다는 ‘다음에 들어올 업체에서 영업허가를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식으로 조정을 시도하는 편이 좋습니다.”
추지호씨는 “현장에서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표현이 왜 등장했는지 이해되는 경험을 적잖이 겪는다”며 “누가 봐도 상식에서 벗어난 건물주가 있다”고 했다. 원상복구를 요구하며 현재 유통되지도 않는 자재를 고집하거나, 양수받은 점포를 정리하는 상황인데 이전 임차인의 시설까지 돌려놓으라고 나오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판례상 양수받은 임차인의 원상복구 범위는 양수시점 기준이지만, 소송으로 다투기엔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보니 억울해도 공사를 해놓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얼마 전 점포를 양수받은 임차인이 계약을 해지하려 하자 임대인이 원상복구비를 과도하게 계산해 ‘철거비가 보증금(2,000만원)과 맞먹으니 돌려줄 게 없다’고 나온 적이 있어요. 해도 너무 하다 싶어 양수 당시 인테리어 사진을 찾고 전 임차인을 증인으로 세워 소송까지 갔죠. 그런데 소장 쓰는 데만 40만원이 들었고 기간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하니 요구가 부당해도 맞서라는 조언을 쉽게 하기 어렵습니다.”
이 밖에 컨설턴트들은 채무 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용 관리를 잘해야 취업, 창업 등 또다시 시작하기 쉬워서다. 전체 채무 목록을 빠짐없이 작성한 뒤 이자율, 상환 기간, 조기 상환 조건, 저금리 전환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변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가족사업장의 경우 배우자와 자녀까지 다중채무를 진 경우가 적지 않지만 정확히 파악하기를 꺼리면서 현실을 외면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에요. 혼자 앓지 말고 기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부담을 줄일 방법을 만날 수 있습니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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