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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혀서 못 나가 살려줘” 딸과 마지막 통화한 엄마 통곡

입력
2018.08.21 21:59
수정
2018.08.22 10: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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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벼락에 장례식장 울음바다

“아무 얘기도 없어” 회사측에 분통

21일 발생한 인천 남동국가 산업단지 전자부품 공장 화재로 9명이 사망했다. 사고 희생자들이 옮겨진 가천대 길병원 장례식장 모습. 이종구 기자
21일 발생한 인천 남동국가 산업단지 전자부품 공장 화재로 9명이 사망했다. 사고 희생자들이 옮겨진 가천대 길병원 장례식장 모습. 이종구 기자

“갇혀서 못나가고 있다. 죽을 거 같다. 살려달라.”

세 마디를 남기고 딸의 전화는 끊겼다. 이모(59)씨는 “아내가 오후에 갑작스런 딸과의 통화 내용을 전하길래 엘리베이터인가 했다”고 했다. 기연미연에 딸 동료의 전화번호가 떴다. “4층에서 함께 근무하는 직원인데 ‘빨리 공장으로 가보라’는 거예요. 그 길로 (현장에) 달려가서야 상황을 알게 됐어요.” 이씨는 맏딸 혜정(34)씨 시신이 옮겨진 인천 가천대길병원에서 흐느꼈다.

혜정씨는 맞벌이부부다. 3년 전부터 공장에 다녔다. 남편이 밤에 일하고 아침에 자고 있어서 이날은 친정에서 자고 출근했다. 이씨는 “그게 딸 마지막 모습”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혜정씨 고모부는 “얼마 전 이사해 곧 집들이한다더니”라고 했다. 혜정씨는 가장 늦게 발견됐다.

21일 인천 남동공단 전자부품공장 화재 희생자 9명 중 5명이 옮겨진 가천대길병원 장례식장은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들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고 김애자(51)씨 남동생은 “오후 4시30분쯤 누나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라며 “누나가 이 회사에서 30년 평생을 다 바쳤는데”라고 오열했다. 희생자의 며느리라고 밝힌 유족은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가슴이 찢어진다”고 가슴을 쥐어짰다. 어머니가 숨졌다는 비보를 듣고 달려온 한 아들은 빈소도 제대로 차리지 못한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회사 측의 사고 대처에 대한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한 유족은 “사고 현장에 왔는데 회사 측 누구도 우리한테 정보를 안 줬다. 구체적으로 얘기 해주는 게 하나도 없었다”라며 “딸이 죽었다는 얘기도 현장에서 계속 요구하니까 확인해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유족은 “이 병원에 옮겨진 사망자가 5명이나 되는데, 아직 분향소도 못 잡고 있다. 사고로 숨진 건데 유족들이 알아서 분향소를 설치할 판이다. 회사 측이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나머지 희생자 4명은 적십자병원과 사랑병원에 2명씩 옮겨졌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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