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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밥 먹으니… 꿈만 같다” 오붓한 3시간 개별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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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따로 중식 진행하면서
개별 만남, 종전보다 1시간 늘어
오후 단체 상봉도 밝은 분위기
첫날과 달리 섞어 앉아서 대화
22일 작별 상봉ㆍ중식 후 귀환
“아무래도 자유롭고 훨씬 낫죠. (함께 밥을 먹으니) 얼마나 맛있어.”
남측 이산가족 이영부(76)씨는 21일 북쪽 조카 리정식(53)ㆍ정란(57)ㆍ병일(75)씨를 호텔 객실에서 만난 뒤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날 단체 상봉 및 환영 만찬에서 만나기는 했지만,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조카들을 만나니 만족스러웠던 듯 “기분이 좋다”고도 했다. 그는 조카들이 건넨 종이봉투를 보이며 “백두산 들쭉술, 평양술, 대평곡주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틀째인 이날 외금강호텔에서는 오전 10시 10분부터 약 3시간 동안 개별 상봉 및 중식이 진행됐다. 상봉행사에서 가족끼리만 식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사를 따로 진행하면서 개별 만남 시간도 종전 2시간에서 3시간으로 한 시간 늘어났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객실에서 금강산 송이버섯 볶음, 숭어완자튀김, 소고기 볶음밥, 낙지후추구이, 각종 나물과 후식 등이 포함된 도시락을 먹으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개별 만남 시간이 늘었다 한들, 수십 년 가족과 만날 날을 그려온 이들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상봉을 마치기 10분 전입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호텔에 울려 퍼지면서 북측 가족들이 떠날 채비를 하자, 남측 가족들은 못내 아쉬운 듯 호텔 정문까지 뒤따라 나왔다. 호텔 바깥으로 나가려다가 “여기까지요. 나중에 또 뵈니 거기서 만나요”라는 대한적십자사 직원의 제지에 아쉽게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곳곳에 보였다.
북측 이산가족 일부는 남측 가족에게 줄 선물을 바리바리 챙겨오기도 했다. 남한에서도 유명한 ‘개성고려인삼’을 든 남성이 있는가 하면, 한 여성은 장류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항아리를 노란 비닐 봉지에 담아 오기도 했다. 남측 가족들이 개별적으로 준비한 선물은 북측 당국이 일괄 수령했다가 추후 가족들에게 전달한다고 통일부 관계자가 전했다.
오후 3시부터는 2시간 동안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서 단체 상봉이 진행됐다. 전날 마주앉아 대화했던 남북 이산가족은 서로가 한층 편해진 듯 섞어 앉아 담소를 나눴고, 존댓말을 하다 반말을 하는 이도 상당했다. 북측 아들 리상철(71)씨와 재회한 이금섬(92) 할머니는 아들 목을 끌어안은 채로 대화를 이어갔다. 북측 형과 여동생을 만난 김영수(81)씨는 "북측 가족들이 카메라를 안 가지고 왔다고 해서 지금부터 (필름카메라로) 부지런히 촬영해 헤어질 때 카메라 채 선물할 계획"이라고 했다.
활기차게 대화를 이어나가다가도 다음날이면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 한다는 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혜자(75)씨는 북측 동생과 조카를 바라보며 "너무 좋다. 꿈 같다. 지금까지도 꿈 꾸고 있는 것 같다"며 "(계속) 같이 있고 싶다. 안 보내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사랑해"라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신재천(92)씨는 북쪽 동생에게 인삼차를 선물 받은 게 마음에 걸린다며, 동생이 준 쇼핑백에 우산, 세면도구 세트를 챙겨와 돌려주기도 했다.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작별 상봉이, 이어 1시간 동안 공동 중식을 진행한다. 당초 남북은 3일차 상봉을 2시간 동안 진행하는 것으로 사전 합의했으나, 행사 시작 후 남측이 한 시간 연장을 제안했고 이를 북측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2박 3일간 전체 상봉시간도 11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나게 됐다.
금강산=공동취재단ㆍ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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