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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직, 자영업자... 여전한 ‘국민연금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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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지역가입자 ‘나홀로 부담’
납부기간 짧아 노후 대비 역부족
5년 째 1인 광고제작 업체를 운영하는 김성한(52ㆍ가명)씨는 국민연금 보험료로 매달 12만5,800원씩을 내고 있다. 한 달 소득이 200만~250만원 수준에 머무는 데다 딸 아이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야 하는 그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김씨는 “주위를 보면 소득이 적어서 납부예외를 신청하거나 장기 체납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국민연금 개편 논의가 무르익으면서 가입자들 가운데 경제 형편이 어려워 최소가입기간(10년)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소득이 없어 가입조차 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돌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유형은 제도 안과 밖 2가지로 분류되는데, 제도 외 사각지대는 주로 소득이 없어 공적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전업주부 등이다. 최근 학계와 시민단체 등이 주로 초점을 맞추는 부문은 ‘제도 내’ 사각지대로, 국민연금에 가입했더라도 실업ㆍ사업중단 등을 이유로 납부예외ㆍ장기체납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20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민연금 가입대상자(18~60세 미만) 3,099만명 가운데 적용제외자는 958만명(29.4%)이다. 특히 가입자 2,141만명 중 납부예외자(368만명)ㆍ장기체납자(102만명) 비중은 15.2%이나 된다.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역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화물기사, 보험설계사 등 7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률은 6.6%에 불과했다. 구창우 공정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이들은 대부분 소득 수준이 높지 않아 스스로 납부예외ㆍ장기체납자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촉탁 계약을 맺기 때문에 과세당국이 소득 발생을 그때그때 파악하기도 어려워 사각지대에 오랫동안 방치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654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중에서도 국민연금 직장가입률은 36.3% 수준에 불과(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하다.
김씨처럼 500만명이 넘는 자영업자 역시 대부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영세업자여서 소득이 적거나 불안정하기 때문에 납부예외ㆍ장기체납자가 되기 쉽다.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는 2012년부터 1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최대 3년까지 국민연금을 포함하는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 역시 사업장가입자에게만 적용되고 지역가입자는 대상이 안 된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곧 노후소득 양극화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사회보험료 지원사업 확충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위원)은 “사각지대 해소 역시 국민연금 개편 논의의 주요 축이 돼야 국민 전체의 노후보장 설계가 촘촘하게 가능해 진다”며 “두루누리 사업 대상자 규모와 지원 기간 확대를 포함해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 정부 기조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근로자성 인정 등에 속도를 내는 것도 사각지대 해소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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