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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 참여한 ‘미투’... 여성만 허용한 '영페미'

입력
2018.08.20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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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회원 및 참가자들이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회원 및 참가자들이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사회의 성폭력 반대 운동이 여성단체 중심의 기성 페미니스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심의 ‘영 페미니스트(영 페미)’로 나뉘면서 집회 양상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14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무죄 선고를 기점으로, 분노한 여성들이 연대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 18일 성차별ㆍ성폭력 끝장집회를 주최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미투운동)’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340여개 여성ㆍ노동ㆍ시민단체를 주축으로 기성 페미니스트들이 중심이 된 조직이다. ‘미투(#Me too) 운동’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의식 변화도 요구하는 의제인 만큼, 성차별ㆍ성폭력 문제를 반대한다면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활동연구가는 “한국 사회의 성폭력 문화는 결국 남성이 변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변화를 원하는 모든 시민에게 참여가 열려있다”고 말했다.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 가능한 혜화역 시위는 철저한 배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다른 성별뿐 아니라 외부 단체 개입도 거부한다. 오로지 ‘개인 자격’으로만 참여할 수 있으며, 어떤 단체 소속이라는 깃발도 들 수 없다. SNS를 통해 온라인에 만연한 여성혐오 문화를 접하고, 페미니즘을 논하며 성장한 10~20대 영 페미니스트들의 개별 전투인 셈이다. 주최 측은 참가자의 개별 인터뷰를 제한하고 메시지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방식으로 4차례 집회를 이어왔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는 대중 운동으로서의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다.

안 전 지사의 무죄 선고는 각개약진식 여성운동에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 전 지사의 무죄 선고 후 여성들의 사법부에 대한 분노가 커지면서 세대와 노선에 관계 없이 서로 ‘화력’을 보태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 시각이다. 지금까지 세 차례 혜화역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 A(23)씨는 “SNS를 통해 현장 사진을 봤을 때 ‘안희정 유죄’ 등 구호들이 공감이 됐다”며 “두 집회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결국 성차별적 판결을 하는 사법부 개혁과 여성 인권의 근본 향상이라는 지향을 공유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혜화역 시위를 주도하는 ‘불편한 용기’도 아직 정확한 집회 일자와 장소를 공지하진 않았으나 5차 집회를 준비 중이다. 지난 4일 최고기온이 35도 가까이 오른 폭염 속에도 7만명이 광화문에 모인 것을 감안하면 안 전 지사 무죄선고 뒤 열리는 5차 집회 규모가 주목된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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