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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디스토피아’ 걱정에… 2030 “연금 보험료 인상 감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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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오르면 부담 가장 큰 젊은층
“아이들 세대 위해…” 고통 분담 의지
“연금 지급보장 명문화해야” 요구 커
“한국의 노령화 속도를 생각하면 아직까지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리지 않았던 게 오히려 신기해요. 적립기금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인상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직장인 최준선씨ㆍ27)
“직장생활 시작하면서 국민연금에 자동 가입됐지만 나중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또 내가 보험료를 더 낸다고 보장을 더 받을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라 보험료 인상은 찬성하지 않습니다.” (직장인 강모씨ㆍ29)
지난 17일 국민연금의 재정추계와 제도개선안이 발표된 후 20,30대 젊은층 사이에서 이를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보험료가 오르든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 중에서 보험료 부담을 가장 많이 져야 할 세대다. 동시에 20세 미만 청소년들과 어린 자녀 등 바로 아래세대의 높은 보험료 부담을 지켜봐야 하는 세대기도 하다. 더 낸 만큼 내 노후보장을 더 탄탄하게 잘 받을 것인지, 아니면 덜 받고 기금에 보태 후손들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줄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젊은 세대들도 20년째 9%에 묶여있는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국민연금 폐지론’ ‘선택 가입제’ 등 극단적인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공적연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미래세대를 위해 함께 고통분담을 하겠다는 현실 인식을 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 또한 적지 않다. 직장인 김모(32)씨는 19일 “내가 지금 내는 돈이 아깝다고 계속 인상을 반대하면 결국 아이들 세대가 갑자기 월급의 20%가 넘는 돈을 내게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완만하게 올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료율 인상은 2003년(1차 재정추계)부터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앞선 두 번의 개혁(1998년, 2007년)에서 계속 생애소득 대비 연금액(소득대체율)을 깎으면서 국민 반발을 우려해 올리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보험료율 22.9%(2016년 기준)보다 현저히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위원회가 제시한 소득대체율 두 가지 안(40%와 45%)이 노후 보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본다. 이모(37)씨는 “소득대체율 5%포인트를 연금액으로 따지면 10만원 안팎일 것 같은데, 그 정도 금액이라면 내가 덜 받고 미래세대들의 보험료 부담을 줄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9)씨 역시 “‘30% 대 50%’처럼 소득대체율 차이가 심하다면 내 노후를 위해 50%를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5%포인트면 미미한 수준이라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월 소득 300만원인 A씨가 올해부터 30년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했다고 가정할 경우, 소득대체율이 40%이면 은퇴 후 매달 80만원씩 받고 45%면 88만원을 받게 된다.
특히 미래세대가 맞이할 ‘디스토피아’에 대한 염려가 크다. 2살 자녀를 둔 김혜영(34)씨는 “저출산ㆍ고령화 심화,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아이들은 과연 어떤 임금과 세금, 복지 시스템 속에서 살게 될지 늘 걱정”이라며 “미래세대는 우리보다 불확실성이 훨씬 크므로, 40%로 해서 우리 세대가 부담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 수 대비 연금수급자 비율은 16.8%에 불과하지만, 2068년에는 124.1%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가입자 1명이 노인 1.24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또 지난해 13.8%였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050년 38.1%(1,881만명)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현행 법에 이미 연금 지급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명시돼 있어 굳이 지급보장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없다’고 의견을 모은 것과 달리, 젊은 세대들은 명문화에 대한 요구가 컸다. 인상에 반대하는 이들은 “노후에 받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고, 찬성하는 이들도 “정부가 연금을 확실히 준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3년 전 국민연금에 가입한 직장인 신모(26)씨는 “정부가 몇 살부터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장해준다는 전제 하에 보험료 인상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정혜지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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