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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연금지급 보장 명문화 등 세부 사안마다 ‘민심 화약고’

입력
2018.08.17 15:10
수정
2018.08.17 19: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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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도委, 미래세대에 부담 우려 

 명문화 않는 현행 유지 입장 

 기초연금 연계 폐지 다수 의견 

 “재정 부담” 반발에 합의 불발 

 소득별 연금 격차 확대 우려에 

 소득상한선 상향 논의도 진통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 강남 사옥. 홍인기 기자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 강남 사옥. 홍인기 기자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17일 제시한 안에는 핵심인 소득대체율ㆍ보험료율 인상 외에도 급여ㆍ가입제도 개선에 관한 다양한 의제가 담겼다. ‘개혁’ 수준의 종합적인 개편을 통해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기금 지속가능성도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지만, 세부 사안마다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합의까지 큰 난항이 예상된다.

제도위는 17일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 보고서를 공개하고 정부가 검토해야 할 주요 사안으로 ▦국가지급보장 명문화 ▦국민연금-기초연금 연계 감액 폐지 ▦보험료 부과 소득 상한 상향 등을 명시했다. 다만 자문위원들 간 합의된 ‘다수안’을 특정했던 내부 초안과는 달리, 최종안은 특정 의견을 일부 사안에만 명시하는 방식으로 수정됐다. 충분한 설득 과정 없이 특정안을 주장했다가 반발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명문화할지 여부다. 다수 가입자들은 국민연금 신뢰도를 높이려면 ‘기금이 고갈되면 국가 세금으로라도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규정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가지급 의무가 법제화돼 있는 공무원ㆍ군인ㆍ사학연금 등과 형평성 차원에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지급이 명문화될 경우 어떻게 해서든 정부가 돈을 줄 것이란 이유로 운용 등에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고,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국가충당부채가 늘어나 국가 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제도위는 “현 세대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며 ‘명문화하지 않는 현행 유지안’에 무게를 실은 상황이다.

기초연금 급여를 국민연금과 연계해 감액하는 방안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기초연금법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의 기초연금액은 국민연금 수령액과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의 3년 간 평균액(A값)을 고려해 산정한다. 대략적으로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의 150%를 넘는 국민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이 깎인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을 꺼려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미래 연금 급여액에 대한 예측을 어렵게 하는 등 혼란이 크다는 비판이 일어왔다. 제도위원들 사이에서도 연계 감액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기초연금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현행을 유지하자는 의견도 커 결과적으론 합의안을 제시하진 못했다.

아무리 소득이 많아도 올해 7월 기준 월 468만원까지만 보험료를 내도록 한 ‘소득상한제’ 상향을 두고도 반발이 적지 않다. 상향 찬성 측에선 지난해 기준 전체 가입자의 14.2%가 상한선에 머물러 있는 등 가입자의 실제소득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허점을 이유로 들고 있으나, 반대 측은 상한선이 올라가면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간 연금 격차를 벌려 사실상 사회보험 성격을 상실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 밖에도 ▦가입 상한 연령과 수급연령 일치 ▦현재 10년인 최소가입기간 축소 ▦유족ㆍ장애연금 급여 수준 확대를 위한 의제가입기간 확대(현행 20년이 아닌 장애ㆍ사망 발생 시점에서 노령연금 수급 시까지 연장) 등에 대한 합의 과정에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처럼 건마다 찬ㆍ반 입장이 갈려, 자칫 ‘민심 화약고’를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에 여당과 시민단체에서는 사회적 합의 기구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의 정용건 집행위원장은 “정부 주도로 국민 가입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 기구를 구성하고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정부 안을 만들어 국회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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