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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1호 법정’ 안희정 무죄… 들끓는 여성계

입력
2018.08.14 18:43
수정
2018.08.14 20: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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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 “현행법으론 처벌 못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아니다”

여성계 “법원의 무지 보여줬다” 반발

잇단 성차별 판결에 시위 격화 조짐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무죄를 선고 받았다. 연합뉴스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무죄를 선고 받았다. 연합뉴스

수행비서 성폭력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무죄를 선고 받았다. 법원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강제추행 등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미투(Me too)’ 촉발 이후 기소와 판결까지 이른 첫 번째 사건이어서 피해당사자인 김지은 전 충남지사 수행비서는 물론 여성계의 반발 등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조병구)는 14일 “피해자 내심에 반하는 상황이 있었다 하더라도, 현재 우리 성폭력 범죄 처벌체계 하에서 이러한 사정만으로 처벌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안 전 지사에게 적용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ㆍ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ㆍ강제추행 5회 등 세가지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로 봤다. 앞서 검찰은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사건 결심공판에서 이 사건을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로 규정하며 징역 4년과 성폭력치료강의 수강이수 및 신상정보 공개 고지 명령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우선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 혐의에 대해, “피고인이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명되는 지위 및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의 임면 등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행사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만한 증거는 부족하다면서, ‘위력 행사’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간음행위 전후 단계에서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피고인을 지지하고 존중하는 대화를 나눈 정황과 행동에 미뤄봤을 때, 피해자 진술이 객관적 증거에 어긋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면서 김씨 진술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개인적 취약성 때문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안 전 지사가 5차례 기습적으로 강제추행했다는 공소사실과 관련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 의사에 반하여 성적 자유가 침해되기에 이르는 강제추행행위가 있었다고 볼만한 증명이 모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선고 후 “권력형 성폭력이 법에 의해 정당하게 심판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항소 의지를 밝혔고, 안 전 지사는 “다시 태어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무죄 선고에 대해 여성계는 “을의 위치에 있는 여성들의 현실에 대한 법원의 무지를 보여줬다”며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잇따른 성차별 판결에 반발한 여성시위는 더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피해자 진술이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음에 따라 ‘미투 운동’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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