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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초청만으로 중국을 화나게 한 홍콩 20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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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이름이 덜 알려진 홍콩의 20대 정치인이 14일 홍콩 외신기자클럽(FCC)의 초청을 받아 연설하게 되자 중국과 홍콩 당국이 행사 취소를 요구하며 정면 반발했다. 외신기자클럽은 언론 자유를 근거로 행사를 강행할 태세다. 대결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홍콩 독립을 추구하는 지역파 정당 홍콩 민족당(民族黨)을 이끄는 앤디 찬(찬호틴ㆍ陳浩天) 의장이다.
홍콩 외신기자클럽은 이날 12시30분(현지시간) 찬 의장을 초청해 ‘홍콩 민족주의: 중국 지배하의 홍콩에서 정치적으로 옳지 못한 안내’라는 제목의 강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전세계 여러 언론사에서 파견된 회원이 약 2,000명 가입해 있는 외신기자클럽의 이날 행사는 친(親)중국 성향 시위대의 과격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중앙 업무지구에 위치한 외신기자회 건물 근처에서 친중국 시위대가 신청한 집회 3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찬 의장은 홍콩 내 중국의 통제 강화에 반대하는 범민주파 가운데서도 가장 강경한 독립파 인사다. 그는 중국의 홍콩 정책인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는 높은 수준의 자치를 보장하기 위한 모델이었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강한 영향력 때문에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중국은 홍콩이 국제 금융 허브로서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했던 홍콩의 자유를 축소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찬 의장은 지난 10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의 일국양제 통치는) 우리의 삶과 자유와 존엄성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라며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길은 독립 뿐”이라고 주장했다.
중국과 홍콩 정부는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찬 의장이 외신기자클럽의 초청을 받은 것을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는 행사 취소를 요구했고 캐리 람(람쳉윗응오ㆍ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도 “부적절하고 유감스런” 행사라고 비판했다. 렁춘잉(梁振英) 전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행사는 언론 자유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신들은 조만간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이들도 초청할 것이다”라며 “이 논리대로라면 범죄자나 테러리스트에 대해서도 선을 긋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이런 비판에도 외신기자협회는 “우리는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입장을 지닌 발제자와 패널을 초청해 연설과 질의응답을 진행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독립파 인사를 초청한다고 해서 독립파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의미는 없다”라며 행사를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은 표면상 일국양제 원칙을 통해 홍콩인의 자치를 인정해 왔지만, 범민주파는 베이징 정부가 홍콩의 친중국파를 통해 홍콩의 자율성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는 독립파 정치인들에 대한 중국의 경계심은 상당히 높다. 만약 홍콩의 독립을 인정하면 같은 이유로 중국이 자국 영토라 주장하는 대만의 독립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람 행정장관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홍콩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앙 정부의 권력에 도전하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 BBC방송은 찬 의장이 이끄는 민족당의 세력이 작고 독립파의 주장도 홍콩 내에서 큰 반향을 얻는 편은 아니라며 “중국의 과민반응이 오히려 찬 의장의 연설에 대한 국제 사회의 주목을 늘렸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찬 의장이 이끄는 민족당의 정치 참여 금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범민주파에 속하는 다른 야당들은 중국과 홍콩 정부가 독립파의 ‘위협’을 과장하고 이를 구실로 삼아 민주파를 억압하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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