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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유통화폐 3분의 1은 중국산

입력
2018.08.13 12:38
수정
2018.08.13 17:14
중국의 한 화폐 제조 공장 내부 모습. 바이두
중국의 한 화폐 제조 공장 내부 모습. 바이두

중국이 세계 화폐 제조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참여국들에 위조 방지를 위한 각종 첨단기술을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전 세계 화폐 제조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인초조폐총공사(CBPMC)는 2015년 네팔을 시작으로 태국ㆍ방글라데시ㆍ스리랑카ㆍ말레이시아ㆍ인도ㆍ브라질ㆍ폴란드 등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국들로부터 화폐 제조를 주문받아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공장을 가동시키고 있다. 아시아ㆍ유럽ㆍ아프리카 등 60여개 국가와 경제협력 및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일대일로가 중국의 경제 영토 확장은 물론 일거리가 없어 가동을 멈췄던 화폐 제조 공장들을 돌아가게 만든 것이다.

중국에선 몇 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하면서 문을 닫는 화폐 제조 공장들이 속출했다. 일부는 기계를 놀릴 수 없어 지폐 대신 혼인 증명서나 운전면허증 등을 주문받아 겨우 공장 가동을 유지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세계 각국으로부터 화폐 위탁 제조 수요가 늘면서 공장들이 다시 가동되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국들로부터 신뢰를 끌어내고 위폐 방지 첨단기술을 싼 값에 제공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결과다.

지금까지 세계 화폐 제조 시장은 서방국가들이 주도해왔다. 위조화폐 방지를 위한 각종 첨단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영국ㆍ독일 등이 화폐 위탁 제조 수요를 독차지했다. 영국의 화폐 제조업체 드라루(De La Rue)는 세계 140개 국가를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독일 G&D(Giesecke & Devrient)는 60개국에 화폐를 수출하고 있다. 일찍부터 독자적인 화폐 제조 기술을 개발해온 중국이 서방국가가 주도하는 세계 화폐 제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게 된 건 일대일로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현재 CBPMC는 1만8,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화폐 제조 기업이다. 미국 조폐국(BEP)의 직원 수의 10배가 넘는다. 영국의 드라루는 3,1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CBPMC 관계자는 “중국에 화폐 제조를 위탁한 국가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지만 국가안보 등의 문제로 일일이 다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드라루는 중국이 세계 화폐 제조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의 화폐 위탁 제조는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 나라에 대한 신뢰와 협력관계가 형성되지 않고서는 화폐 제조 위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린 리비아의 민주화 혁명 당시 영국 정부는 리비아 화폐 디나르 제조를 위탁받았던 드라루로부터 15억달러어치 디나르를 압류해 카다피 정권에 큰 타격을 줬다. 후싱더우(胡星斗) 베이징(北京)이공대 경제학과 교수는 “화폐는 국가 주권의 상징으로 화폐 제조를 위탁한다는 건 상호 신뢰와 화폐 동맹이 형성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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