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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잡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시빌’

입력
2018.08.13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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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는 발 못붙여

새 언론 생태계 기대감

시빌(CIVIL)이 가짜뉴스를 걸러내기 위해 시빌토큰(CVL)을 활용한 투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시빌 제공
시빌(CIVIL)이 가짜뉴스를 걸러내기 위해 시빌토큰(CVL)을 활용한 투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시빌 제공

정치를 왜곡해 민주주의 최대의 적으로 떠오른 가짜뉴스를 잡는 천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떠오르고 있다. 임의로 삭제ㆍ수정할 수 없다는 기술적 특성 덕에 가짜뉴스의 싹부터 자를 수 있다는 원리이다. 여기에 블록체인 암호화폐를 결합하면 광고주 등 자본으로부터 독립도 한결 수월해 저널리즘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디어 그룹을 표방하며 등장한 시빌(CIVIL)이 선두에 섰다. 지난달 12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시빌 사무실은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 암호화폐 시빌토큰(CVL) 발행 준비로 분주했다. 시빌의 브랜드마케터 메간 리비는 “9월 18일 발행할 CVL은 시빌이 만들어 갈 새로운 언론 생태계가 살아 움직이게 할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시빌은 모든 뉴스와 뉴스룸(언론사)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CVL로 묶어 가짜뉴스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먼저 시빌에 속한 모든 언론사에서 생산하는 뉴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시빌 아카이브(저장소)’에 영구 저장된다. 출간된 기사는 삭제를 포함한 모든 수정 기록이 블록체인 내에 기록되기 때문에 가짜뉴스처럼 제2, 제3의 배포자가 뉴스를 임의로 가공할 수 없다.

시빌은 특히 가짜뉴스를 잡는 사람에게 경제적 보상을 지급해 시민참여를 유도한다. 시빌 뉴스룸에 참여하고 있는 매체가 언론윤리강령 격인 ‘시빌 헌법’을 위반한 보도를 했는지 투표를 통해 따져보는 ‘챌린지’ 제도를 통해서다. 챌린지에서 다수의 컨센서스를 이루는 쪽에 투표권을 행사한 사람에게 CVL을 보상으로 지급해 언론윤리 위반을 걸러내는 자정작용을 강화하도록 설계했다. 매튜 일즈 시빌 공동창업자 겸 CEO는 “지속 가능하고 독립적인 언론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시빌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시빌(CIVIL) 대표 등 시빌 관계자들이 가짜뉴스를 걸러내기 위한 시빌토큰(CVL)을 활용한 투표를 시연하고 있다. 시빌 제공
시빌(CIVIL) 대표 등 시빌 관계자들이 가짜뉴스를 걸러내기 위한 시빌토큰(CVL)을 활용한 투표를 시연하고 있다. 시빌 제공

이 모든 절차가 공정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비영리단체 ‘시빌 재단’도 별도로 꾸렸다. 미 공영라디오방송국(NPR)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저명 언론인 비비안 쉴러가 6월 재단 대표를 맡았다. 쉴러는 취임서한을 통해 “뉴스 제작자들이 월드와이드웹(WWW)을 실험하기 시작한 25년 전, 지금 알고 있는 것(블록체인)을 그때도 알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곤 한다”며 “시빌은 독자와 뉴스룸이 직접 관계 맺는 새로운 언론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시빌의 또 다른 목표는 광고주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언론을 만드는 것이다. 상업 광고를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독자의 구독료로만 뉴스룸이 운영될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한 저널리즘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갈 길이 멀다. 아직까지는 최대 후원자인 이더리움 공동 창업자 조셉 루빈의 지원에 의지하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독자ㆍ시민이 CVL을 구입하게 되면 시빌 생태계를 뒷받침할 경제적 기반도 점차 갖춰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빌 뉴스룸에는 현재 콜로라도주 덴버의 ‘콜로라도선’을 비롯해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블럭클럽시카고’ 등 5개 지역언론사가 참여하고 있다. ‘슬러지’ 등 탐사보도전문 3개 매체, ‘칸나비스와이어’ 등 정책전문 3개 매체도 함께하고 있다. 시빌은 올해 말까지 1,000개 매체를 뉴스룸에 참여시키겠다는 목표다. 뉴욕=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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