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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앞둔 임신부 차주 “안전 불안 BMW 더는 못 타겠다”

입력
2018.08.09 19:47
수정
2018.08.09 23:24
2면

무더위ㆍ소나기 겹친 서비스센터

인근 주유소ㆍ인도까지 긴 줄 대기

“리콜 완료까지 최소 석달” 격분

“BMW 탄다고 위험한 사람 취급”

운행정지 검토 정부 향한 불만도

9일 서울 서초구 BMW 서비스센터 인근 주차장에 긴급 안전진단을 받으려는 차량들이 들어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9일 서울 서초구 BMW 서비스센터 인근 주차장에 긴급 안전진단을 받으려는 차량들이 들어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BMW 서비스 센터는 30여대의 BMW 승용차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무더위에 소나기까지 더한 이날 이 센터에는 5분에 1대 꼴로 차량이 입고됐다. 센터 직원들은 차량이 들어올 때마다 차주들을 안내하고 주차할 공간을 찾느라 분주했다. 주차장이 부족한 탓에 인근 주유소와 인도에까지 대기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센터 건물에선 “다시는 안 산다” “독일에서 화재가 났으면 가만히 있었겠느냐” “오늘만 화재가 2건 더 발생했다. 불안해서 못 탄다” 등 불만 가득한 차주들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BMW 승용차만 15년 동안 탔다는 서모(55)씨는 “서비스 센터와 연결이 안돼 며칠을 기다리다 오늘에서야 긴급 안전진단을 받으러 왔다”며 “다시는 BMW는 안 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씨는 “불매운동을 해서라도 괘씸한 회사를 징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BMW코리아는 리콜 조치가 내려진 10만6,000여대에 대해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부품을 교체하기로 했지만 한꺼번에 작업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 정비가 급한 차량부터 먼저 부품을 교체하기로 하고 긴급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회사에 월차를 내고 이날 센터를 방문한 박모(48)씨는 “사유재산인 개인 차량을 국가에서 운행정지시킨다는 걸 이해할 수 있겠느냐”며 “BMW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주차장 출입정지를 당하고, 위험한 사람 취급을 받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안전진단은 엔진에 대한 내시경 검사를 통해 EGR 부품에 침전물이 많을 경우 교체와 클리닝 등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진단에서 문제가 없는 차량은 확인서를 발급해주며, 이런 차량은 추후 리콜 전에 EGR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하면 동급 신차로 교환해준다. 출산 예정일을 한달 앞둔 임신부 임모(34)씨는 “14일까지 안전 진단을 받지 않으면 보상에서 제외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쩔 수 없이 센터를 찾게 됐다”며 “리콜을 받을 때까지 더는 이 차를 몰 수 없어 다른 차를 빌려 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또 “환경 문제보다 안전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진행 중인 전국 61개 서비스센터에서의 안전진단을 14일까지 마친다 해도 BMW 소유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관련 부품 수급과 제한된 정비인력 등을 감안하면 리콜 완료까지 최소 3달 이상이 걸릴 전망이기 때문이다. 520d 차주인 손모(34)씨는 “리콜을 받기로 한 날이 9월 중순”이라며 “아무리 보상을 해준다고 하지만 그 기간 동안 불안해서 차를 몰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BMW코리아 관계자는 “센터가 24시간 풀 가동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예정일인 14일까지는 10만여대 전부 긴급 진단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부품 확보도 최대한 조속히 진행해 고객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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