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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진증권처럼... 유령주식 매도 수시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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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단순한 전산 착오 아닌
허술한 거래 시스템 탓 발생
해외주식 거래 구조적 허점
“당국ㆍ증권사 모두 알고도 방치”
주무부처 금융위는 대책 없어
금감원, 검사원 파견 현장 조사
최근 논란이 된 유진투자증권의 ‘유령주식 매도 사고’(본보 8일자 18면 참고)는 이전에도 종종 발생했던 사고 유형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진 일종의 전산 착오 정도로 치부해 증권사는 물론 금융당국도 크게 문제삼지 않았을 뿐이지 결코 처음 터진 사고가 아니라는 얘기다. 거꾸로 말하면 업계는 물론 당국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거래 시스템의 문제를 알고도 오랫동안 이를 그대로 방치해 온 셈이다. 당국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매번 사고가 터진 뒤에야 이를 쫓아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응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잖다.
9일 예탁결제원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과거에도 증권사가 해외 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주식병합 결과를 제때 반영하지 않아 고객이 실제 주식보다 더 많은 주식을 내다 판 사고가 있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해외 주식 중개 과정의 위험을 관리하고 차단하는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번 유진투자증권에서 발생한 사고는 과거에도 종종 발생한 사고 유형으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진 증권사나 당국이 이를 문제로 인식하지도 않아 밖으로 알려지지도 않은 것“이라며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가 터지지 않았다면 이번 사고 역시 증권사와 고객간 단순 분쟁으로 묻혔을 공산이 크다”고 꼬집었다. 당국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간 크게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유진투자증권은 사고가 터진 지 2개월이 지난 7월에야 금감원에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이 삼성증권 배당사고를 계기로 전 증권사에 대한 일제 점검을 벌이던 시기다. 유진투자증권은 실제 주식보다 3배나 더 많은 주식을 내다 판 개인투자자 A씨가 추가 수익을 유진측에 돌려줄 수 없다며 금감원에 분쟁을 신청하고 난 뒤에야 금감원에 이를 알렸다. 때문에 금감원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주식병합을 하면 당연히 팔 수 있는 주식 수도 병합 비율만큼 줄여야 하는데, A씨의 경우 유진투자증권의 미비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바뀐 주식 수가 반영되지 않아 결국 ‘없는 주식’ 499주를 추가로 팔 수 있었다.
특히 증권사와 당국은 일찌감치 해외주식 거래의 구조적 허점을 알고도 지금까지 허술한 거래시스템을 방치해 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많은 이들이 국내주식과 마찬가지로 해외주식을 사면 본인 주식계좌에 자동으로 본인이 산 해외주식이 배정된다고 여기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국내주식을 살 때보다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본인 주식계좌에 해외주식이 입고되는데, 문제는 상당수 증권사들이 비용 등을 이유로 제대로 된 전산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대부분 예탁결제원이 인터넷망을 활용해 만든 ‘세이프(SAFE)’ 시스템을 이용하는데, 이 시스템은 예탁원과 증권사의 원장관리시스템이 연결돼 있지 않아 예탁원이 전달한 데이터를 증권사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항영 열린사이버대 교수는 “해외에서는 주식분할, 병합 같은 이벤트가 자주 일어나는 만큼 증권사와 예탁원도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주무부처인데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연초 삼성증권 배당 사고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폐지 요구가 거셌는데도 금융위는 되레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문턱을 낮추는 쪽의 정책만 내놨다.
한편 금감원은 유진투자증권과 한국예탁결제원을 상대로 현장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검사인원 5명을 파견해 10~17일 검사를 벌이고 필요시 검사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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