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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콩고 대선에 부정 선거 빌미 제공할 전자투표 수출 막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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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콩고 시민단체, 선관위에 요청
우리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진행되던 라오스 댐 붕괴와 같은 참사가 이번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대통령 선거전에서 재연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도해 설립한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가 DR콩고 대선에 터치스크린 투표시스템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진 탓이다. ODA 일환으로 이 장비를 보급하는 과정에서 배임ㆍ업무 방해 등 불법 혐의로 한국 선관위 출신인 A-WEB 사무총장을 지난 3월 검찰에 수사 의뢰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김대년 선관위 사무총장은 9일 경기 과천 선관위 청사에서 주한 DR콩고 시민단체 ‘프리덤파이터’ 대표단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단체 측은 DR콩고 대선에 한국 업체의 터치스크린 투표시스템을 사용하기로 한데 따른 우려를 전달했다. 웰룬구 놈비 헨리 프리덤파이터 대표는 “열악한 전기ㆍ도로 인프라, 높은 문맹률, IT기기 사용 경험 부족 등의 환경에서 치러지는 DR콩고 대선에 터치스크린 투표시스템이 도입된다면 부정선거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며 “DR콩고 선관위에 한국의 투표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도록 권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조세프 카빌라 DR콩고 대통령은 2016년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 대통령 선출을 위한 대선을 차일피일 미루며 집권을 연장해왔다. 최근 터치스크린 투표시스템 도입을 명분으로 대선을 올해 12월로 다시 한번 미루면서 국제사회에서는 한국 정부가 독재 정권을 비호한다는 지적이 무성했다. 유엔에서도 논란이 됐다. 니키 헤일리 유엔 미국대사는 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식 회의에서 DR콩고의 전자투표 방침 폐기를 권고하기도 했다. 사태가 커지자 카빌라 대통령이 8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DR콩고 대선정국에 대해 심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도 “한국 선관위가 DR콩고 대선에 개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다만 김 사무총장은 “선관위가 A-WEB의 ODA사업 수행과정에 대해 자체 감사를 실시한 결과, 배임ㆍ업무방해 등의 불법 혐의가 있어 지난 3월 A-WEB 사무총장을 검찰에 수사의뢰 했다”고 밝혔다. 또 “여러 우려 사항들을 외교부 등 관계기관에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선관위가 주도해 창설한 국제기구 A-WEB의 사무총장은 김용희 전 선관위 사무총장이 맡고 있다.
A-WEB은 2015년부터 아르헨티나ㆍ엘살바도르ㆍ에콰도르ㆍ우즈베키스탄ㆍ피지ㆍ케냐 등을 대상으로 한국 정부의 ODA 일환인 전자투ㆍ개표 시스템을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라크 총선에 사용된 장비도 부정선거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우리 정부와 선관위의 책임을 묻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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