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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소문] “수영장에 뿌려진 정액으로 임신?” 진실은

입력
2018.08.19 14:00
수정
2018.08.19 14:09

 ※ 편집자 주: ‘그 소문이 알고 싶다’는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뜨거운 논란을 낳았던 ‘소문들’의 진실을 파헤쳐보는 코너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23일 국내 한 유명 워터파크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에 두 눈을 의심케 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이 파도 풀장에서 남성의 정액이 담긴 통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네티즌은 구체적인 발견 장소와 일시를 언급했고, 이 글에는 7,000개 넘는 댓글이 달리며 논란이 됐다.

논란이 커지자 이 네티즌은 몇 시간 뒤 사과문을 올렸다. “통을 발견한 건 사실이지만, 정액은 아니었으며, 장난 삼아 올린 게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는 것이다. 결국 해프닝으로 마무리 됐지만, 뒤끝이 개운치 않았던 몇몇 네티즌은 포털에 물었다. “혹시 수영장 물에 뿌려진 정액으로 임신할 수도 있나요?”

황당한 질문이지만, 그냥 웃어 넘길 수도 없는 일이다. 0.00000001%의 확률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없이 약한 존재, 정자 

정액은 물(정낭액, 전립선액) 90%, 단백질ㆍ지방 등 9%, 정자 1%로 구성된 회백색의 반투명 물질이다. 알칼리성을 띠며, 특유의 냄새를 풍긴다. 성인 남성의 1회 평균 배출량은 2~4㏄. 1㏄당 정자 수는 4,000만~6,000만에 달한다.

정자는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세포 중 유일하게 바깥 생활이 가능하다. 올챙이처럼 둥근 머리와 긴 꼬리를 갖고 있다. 몸 밖으로 배출되면 최대 사흘(72시간)까지 생존 가능하다. 단 생명력은 약하다. 공기 중에 노출되면 대다수가 죽는다. 정액 속 정자의 50%는 인간으로 따지면 팔, 다리가 없는 불완전 개체다.

또 정자는 산성에 약하다. 정액이 알칼리성인 것 역시 여성의 질 내부가 강한 산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정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자연선택의 결과다. 특히 수영장 물에 포함된 염소 계열 소독제와 만날 경우, 정자 입장에선 독약을 입에 털어 넣는 것과 같다. 염소는 산성이다. 그렇다면 수영장 물에 뿌려진 정액 속의 정자가 강산성의 소독약에서 살아남아, 모르는 여성의 질 내부로 들어간 뒤, 산성물질의 맹공을 피해 난자를 만나 수정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사실상 불가능하다.

 “딸이 수영장에 뿌려진 정액으로 임신” 황당 소송도 

2009년 7월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막달레나 크비아트코프스카라는 여성의 소송 소식을 보도했다. 자신의 딸이 호텔 수영장에 누군가 남기고 간 정액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했는데, 호텔 책임이 크다며 호텔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이 황당무계한 이야기의 결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법원이 소송을 기각했을 거란 관측이다.

다만 호주의 생리대 제조업체 ‘유바이코텍스(UbyKortex)’는 전문가를 섭외해 명쾌한 답을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의 임신은 ‘불가능’하다는 것. 미국 뷰몬트 병원 내과 전문의 미셸 페트로폴로스는 “수영장에서의 임신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며 “정자는 1시간에 8인치(20.32㎝) 정도를 헤엄쳐 가는데, 이 수억 마리의 정자 중 고작 몇 백 마리가 난자가 있는 나팔관까지 살아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자는 몸 밖으로 나온 순간 이미 죽은 목숨”이라며 “절대 임신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생뚱 맞은 궁금증. 수영장에 정액을 뿌리면 무슨 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글쎄요. 만약 음란 행위를 하다 걸린 거면 공연음란죄 처벌은 가능한데… 그런데 왜 여쭤보시는 거예요? 그런 사례가 있나요?” 한 법조계 관계자의 말이다. 역시 법도 ‘상식선’에서 집행되는 법이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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