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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남아도는데 가격 올리기만… 원유가격연동제 개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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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 5년 만에 3.6% 인상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올릴 듯
“저출산 영향 소비 정체되는데
생산비 연동 원유 값은 계속 올라
미국∙EU∙호주 등과 경쟁 구도에서
가격 연동제는 시대에 맞지 않아”
우유업계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우유 가격을 16일부터 3.6%(흰 우유 1ℓ 기준) 올리기로 했다. 지난달 젖소에서 바로 짜낸 원유 가격이 상승한 데 따른 조치다. 다른 우유 업체들도 줄줄이 우윳값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연간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5년 35.1㎏에서 지난해엔 33.1㎏까지 감소한 상태다. 사실상 우유가 남아도는 데도 우유 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시장의 수급과 무관하게 우유 생산비가 오르면 가격도 오르는 구조 때문이다. 이러한 원유가격연동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8일 서울우유에 따르면 현재 평균 2,480원(1ℓ 기준)인 흰 우유 소비자가격이 16일부터 2,570원 안팎으로 상승한다. 서울우유가 우윳값을 인상하는 것은 2013년 8월(11.1% 인상) 이후 5년 만이다. 우유 소비자가격 상승은 지난달 낙농업계와 유가공업계가 원유 수매가격을 922원에서 926원으로 4원 올리기로 하면서 예견된 일이다. 원유 수매가격은 낙농진흥회가 낙농가로부터 원유를 사들일 때 적용하는 가격으로, 일종의 ‘기준 도매가’ 역할을 한다. 낙농진흥회는 사들인 원유를 유가공업체에 되판다. 낙농진흥회를 통해 유통되는 원유의 비중은 전체의 23.8%(2017년 기준)다. 협동조합인 서울우유는 낙농진흥회가 아니라 조합원인 농가로부터 원유를 직접 구매하지만, 유가공업계와 낙농업계가 협상한 원유 수매가격을 준용한다. 원유 수매가격이 오르면 우유 소비자가격의 ‘도미노’ 상승이 초래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우유뿐 아니라 발효유, 치즈 등 유가공제품과 빵, 커피 등도 가격 인상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원유 가격 인상 요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원유 가격은 2013년 도입된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의 상승폭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해 우유 생산비는 ℓ당 767원으로 2016년(760원)보다 7원 올랐다. 한국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생산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값이 올해 5% 가량 오른데다 모든 생산자 물가에 최저임금 인상분이 반영돼 농가들의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유를 구매, 가공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유가공업체는 생산비가 오르면 수급과 관계 없이 가격을 높게 쳐줘야 하는 원유가격연동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출산 현상으로 흰 우유 소비가 정체돼 있는데다, 미국 유럽연합(EU) 호주 등 낙농 선진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값싸고 품질 좋은 유가공품과 경쟁해야 하는 환경인데 원유가격연동제는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연간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5년(35.1㎏)→2011년(32.7㎏)→2017년(33.1㎏)으로 감소했다. 대신 유제품 소비 다변화로 유가공품인 발효유와 치즈의 연간 소비량은 2005년(11.4㎏)→2011년(12.4㎏)→2017년(13.9㎏)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유가공협회 관계자는 “매년 우유가 과잉 생산돼 남아도는 데도 생산비에 연동된 원유 가격은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은 국산보다 싸고 질 좋은 제품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정부와 업계는 향후 1년 간 낙농진흥회 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원유가격연동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유가공업계는 원유가격연동제만 보완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낙농업계는 농가 소득 보장과 우유 소비 확대, FTA로 인한 피해 보전까지 주장하고 있어 쉽사리 결론이 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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