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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아세안] 라오스, 전력 수출하려 댐 마구잡이 건설… 사고는 예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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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의 배터리
# 강수량 풍부한 산악지형 라오스
지금보다 전력 4배 이상 생산계획
전기 80%는 태국 등으로 수출
# 경제 성장 아세안, 전력 수요 급증
‘아세안 파워 그리드’ 사업 탄력
라오스-태국-베트남 연결하기도
지난달 라오스 남부 참파삭주에서 발생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 사고는 라오스가 동남아도 아닌, “‘아시아’의 배터리(Battery of Asia)”라는 계획을 세울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고원에 엄청난 양의 물을 가둔 뒤 낙차를 이용하는 수력발전의 특성상 당초부터 내포됐던 위험 요인이 현실화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전력 수출 대국’ 야망
한반도만 한 면적의 라오스에서 현재 가동 중인 수력발전소는 모두 46개에 이른다. 라오스 통신에 따르면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는 모두 6,400㎿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2,700달러 수준의 600만명 국민이 충분히 쓰고도 남는 양이다. 그러나 라오스는 54개 수력발전소를 추가로 지어 2020년 말까지 100개를 가동, 지금보다 4배 이상 많은 2만8,000㎿ 전력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생산된 라오스 전기의 80%는 태국 등 인접국가로 수출된다. 이렇다 할 수출품이 없는 라오스에서 전력은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다. 인도차이나반도 내륙에 자리 잡은 라오스는 산악, 고원 지대가 많고 강수량이 풍부해 수력발전에 있어서 이상적인 입지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총연장 4,909㎞의 메콩강 40% 가량이 라오스를 통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2일에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ㆍ아세안 경제연구소(ERIA)가 ‘라오스 국가 에너지 통계’를 처음으로 내놓고 ‘아시아의 배터리’를 향한 라오스 정부 정책을 본격 지원하기 시작했다.
라오스 야심의 배경에는 먼저 태국이 거론된다. 태국은 1990년대 중반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지원으로 추진하던 댐 건설이 농민, 환경운동가들의 반대로 차질을 빚으면서 라오스로 눈을 돌리면서였다. 1993년 국경을 맞댄 라오스와 1,500㎿ 규모의 전력 수입 양해각서(MOU)를 처음 체결했다. 태국은 라오스에 수력발전소를 지은 뒤 이를 수입해서 자국 내 공장을 돌리고 쇼핑몰에 불을 밝혔다. 이번에 사고가 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사업에도 태국 지분이 25%에 달하며, 생산 전력의 80%를 수입한다는 계획이었다.
아세안 통합 전력망
라오스가 전력 수출에 적극적일 수 있는 배경에는 아세안이 추진하고 있는 다국 간 전력망 연계사업, ‘아세안 파워 그리드(APG)’ 프로젝트가 있다. 천혜의 자연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출하려는 라오스, 경제 성장과 함께 증가한 전력 수요에 시달리는 동남아 국가들, 전력망 연계가 아세안 경제공동체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아세안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탄력받고 있는 사업이다.
구체적으로는 인접국들을 3개 소그룹으로 묶어 전력망을 연계하고, 이들을 다시 엮어 통합전력망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15년 싱가포르-말레이시아, 태국-말레이시아, 태국-캄보디아, 태국-라오스, 라오스-베트남, 베트남-캄보디아 등 6개 연결사업이 마무리돼 양자 간 거래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소그룹들을 다시 묶는 노력들을 펼치고 있는데, 올 초에는 라오스에서 생산된 전기가 태국 송전선을 타고 말레이시아로 들어가 쇼핑몰들의 에어컨을 돌리기 시작했다. 3자 간 첫 전력 거래로, 싱가포르까지 포함하는 4개국 통합 프로젝트의 1단계에 해당한다. 말레이시아는 이를 통해 전력 수급 안정은 물론 신재생 에너지 비중 증대 효과를 챙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누굴 위한 수력발전인가
전력망 연계는 고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에 도움이 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세안 에너지센터는 “경제 성장과 궤를 같이하는 제철, 석유화학, 제지, 시멘트산업 등은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라오스가 이웃 나라에 전력을 팔아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지는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국내 소비량의 4배를 생산하고도 자국민들에게는 높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라오스 아타푸 재해상황실에서 만난 한 현지 관계자는 “TV 1대, 냉장고 1대, 전등 4개가 전부인 가정의 전기 요금이 7만킵(약 1만원)이나 된다”고 말했다. 라오스 근로자 한 달 월급은 150달러(약 16만원) 수준이다. 열악한 자국 전력 인프라 때문에 툭하면 일어나는 정전도 문제로 꼽힌다.
국립호주대 아시아ㆍ태평양대학 강사 키스 바니는 “많은 댐이 지어지고 있지만, 전력사업의 수익성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아타푸ㆍ팍세(라오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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