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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길 따라 350m 맛과 멋의 향연… 대프리카의 밤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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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르네상스] <45>야시장으로 날개 단 대구 서문시장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2년 전 연중무휴 야시장 개장
팔도ㆍ세계 유명 음식 한자리에
미디어쇼ㆍ가요제 등 문화행사도
외국인 관광객 필수 여행 코스로
앞으로 해결할 과제는
낮밤 영업 연계 안돼 발전 걸림돌
원단ㆍ의류 점포 많아 화재에 취약
공간 재건축ㆍ복합개발 추진해야
“불 맛 가득한 막창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노래 너무 좋다. 우리 공연 보면서 먹자.”
6일 오후 8시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 무더운 평일 밤인데도 판매대마다 설렌 마음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토치로 막창에 불을 붙이기도 하고 양손으로 동시에 스테이크 고기를 뒤집는데다 삼겹살을 볶는 철판 위의 현란한 손놀림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대학친구와 함께 처음 찾은 김민지(23ㆍ여ㆍ경북 구미시)씨는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서문시장 야시장을 다녀왔다는 인증샷이 많아 놀러와 보니 볼거리도 먹거리도 알차다”며 “대프리카 더위를 각오했는데 곳곳에 대형선풍기가 돌고 있고 밤바람도 쾌적하다”고 말했다.
대구 서문시장이 ‘서문시장 야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뻗어가고 있다. 1922년 일제강점기 때 조성된 서문시장은 3만4,944㎡의 부지에 주차빌딩을 제외한 연면적 9만3,070㎡ 규모로 5,000여 개의 점포와 1,000여 개의 노점상, 3만여 명의 상인들이 일하는 대구경북 최대 시장이다. 전통시장 이미지 탓에 젊은이들의 발길이 상대적으로 뜸했던 이곳이 2년 전인 2016년 6월3일 야시장 개장과 함께 연중무휴 남녀노소가 붐비는 명소로 바뀌었다.
개장 첫날에만 20만 명, 열흘 만에 100만 명이 넘긴 야시장은 입소문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여행 필수코스로도 터를 잡았다. 서문시장은 이 여세를 타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2017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되기도 했다.
서문시장 야시장은 동산병원 건너에서 큰장삼거리까지 너비 12m, 길이 350m 구간에 큐브스테이크, 팟타이, 홍콩육포, 곱창, 삼겹비빔국수, 와플, 철판아이스크림, 케밥, 베트남쌀국수 등 총 80개의 판매대가 터를 잡고 있다. 팔도음식과 세계 유명 먹거리를 한 자리에서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제비누, 디퓨저 방향제, 헤어 액세서리 등을 쇼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연중무휴는 가장 큰 매력이다. 3~11월은 평일ㆍ일요일 오후 7시∼11시30분, 금ㆍ토요일 오후 7시∼밤 12시, 12~2월은 평일ㆍ일요일 오후 7시∼10시30분, 금ㆍ토요일 오후 7∼11시에 문을 열고 있어 아무 날이나 저녁에 가기만 하면 된다. 매달 방문객도 평균 100만 명이 넘는다.
야시장 첫 개장부터 야채뚱땡 삼겹말이를 팔고 있는 추정숙(48ㆍ여)씨는 “판매를 위해 직접 음식을 개발하고 특허도 냈다”며 “대구를 처음 찾는 외지인과 외국인이 많아 이 음식이 대구의 얼굴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장소에 그치지 않는다. 야시장 맞은편 주차건물 타워에는 건물의 외벽에 다양한 콘텐츠 영상을 투사하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가 쏘아져 화려한 야경을 선사한다. 야시장 안 메인 광장에서는 매일 오후 7시15분∼11시 힙합과 댄스 등 거리공연이 열리고 토요일에는 ‘서문가요제’가 열린다. 이 가요제는 순수 일반인만 참여할 수 있는 서바이벌 오디션으로, 예선과 월 결선, 시즌 결선 후 왕중왕전 우승자에게는 음원제작 기회도 제공한다.
‘밤이 즐겁고 머무르고 싶은 대구’를 만들겠다는 대구시는 지난해 11월2일 서문시장 5지구 뒤편에 게스트하우스 ‘서문한옥’을 열었고 ‘서문밤버스’ 등 야간 투어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야간 투어 시범운영에 대한 내ㆍ외국인 680여 명의 설문조사 결과 91%가 만족하다고 답해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운영시간이 달라 기존 시장과 야시장과의 연결고리가 약한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이병두 대구시 글로벌명품시장육성사업단 팀장은 “방문객의 80~90%가 청년이라 기존 상인들에게 당장의 수익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청년들이 전통시장 잠재고객층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며 “신규 고객 유치와 함께 청년 일자리 창출, 대구 관광효과, 해외 관광객 유치 등 파급효과도 뛰어난 만큼 서문시장 발전에 큰 동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서문시장이 통째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문시장은 불에 잘 타는 원단과 의류 취급 점포가 밀집해 있고, 노점상들이 통로를 막고 있어 유사시 초동 진화가 어려운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2016년 11월30일에는 서문시장 4지구에 화재가 발생, 점포 679곳을 모두 태우는 등 시장이 생긴 이래 20여 차례의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했다. 이에 장이 명품 전통시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전 공간을 재건축이나 복합개발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 안도 ▦대체 상가 대책 부재 ▦기존 상권 쇠퇴 ▦지구 별 견해 차이 등 이유로 표류하고 있다.
정기영 대구시 민생경제과장은 “복합개발이 추진되면 만성적인 주차 문제와 화재 위험 등을 해결할 수 있어 국내외 관광객이 더욱 즐겁게 찾을 수 있는 관광공간으로 조성될 것이다”며 “재도약을 위해 상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구=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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