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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세탁 심부름ㆍ인사조치 협박” 29년차 경찰관 하소연에 발칵

입력
2018.08.07 04:40
수정
2018.08.07 09:29
12면

 같은 부서 과장 행태 낱낱이 고발 

 감사관에 알렸지만 무마 지시만 

 내부망 글 몇 시간만에 삭제 논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담당자 출장에 자기 이름을 올리고, 세탁 심부름 시키고, 결혼휴가 길게 갔다고 인사 낸다 하고… 정말 제 자신이 초라하고 처량함을 느낍니다.”

1989년 임용돼 29년여를 조직에 헌신한 경기 한 경찰서 직원이 상사의 ‘갑질’을 호소하는 글을 내부망에 올려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일 게시된 글은 삽시간에 7,600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관심을 끌다 몇 시간 만에 돌연 삭제됐다. 하지만 감찰부서 등에서 쉬쉬하며 덮으려 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며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6일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S경찰서 직원 A씨는 이 글에서 같은 부서 과장의 갑질 행태를 낱낱이 고발했다. 그는 “B과장이 지난달 초 ○○업무문서를 작성한 직원에게 화를 내며 ‘방위가 해도 이 것보다 낫겠다’는 모욕적인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업무로 출장 가는 담당자에게 자신의 이름을 명단에 올리도록 하고, 개인 세탁 심부름도 수 차례 시켰다”고 폭로했다.

글에는 B과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이른 새벽 자신의 집 근처로 데리러 오라 수 차례 시켰다거나 지난 6ㆍ13지방선거일에는 상황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무단 철수를 지시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신혼인 직원에게 결혼휴가를 길게 다녀왔다며 하반기 인사 때 다른 곳으로 보내겠다 하고, ‘△△계’ 직원들이랑 밥 먹으면 ‘재수없고 밥맛 떨어진다’는 막말을 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자신을 다른 부서로 내보내려 경찰서장 등에게 3번이나 불려가게 만들기도 했다는 게 A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지난 1일 공직기강을 감독하는 청문감사관 등에게 B과장이 부임한 이후 벌어진 상황을 정리해 전달했다. 하지만 경찰서장 등과 논의한 끝에 돌아온 반응은 “조용히 자체적으로 좋게 해결하라”는 지시였다고 한다. B과장은 직전 S경찰서 청문감사관이었다.

A씨는 “도대체 얼마나 더 참아야 경찰조직에 변화가 오겠느냐”며 “이제는 정말 갑질문화를 청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S경찰서 측은 무마하려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조만간 당사자를 조사해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B과장은 이날부터 15일까지 병가를 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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