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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ㆍ팔렘방, 두 도시의 매력에 빠져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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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중국’ 으로 부상 중인
관용의 나라 인도네시아
서울처럼 복잡한 자카르타
양파껍질 처럼 깔수록 매력
과거 해상제국 수도 팔렘방
‘동양의 베니스’로 불려
찰스 디킨스의 장편소설 ‘두 도시 이야기’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단행본 중 하나다. 소설의 배경이 된 시기는 18세기 말, '두 도시'는 파리와 런던이다. 18일부터 제18회 하계 아시안게임이 인도네시아의 두 도시 자카르타와 팔렘방에서 열린다. 왜 굳이 육로로 이어져 있지 않은 다른 섬에 위치한 2개 도시로 나눠 경기를 진행하는지 의아하지만, ‘두 도시 이야기’의 배경을 떠올리면 어렴풋이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팔렘방은 9세기부터 11세기까지 해양강국으로 동남아시아 일대를 제패한 과거 인도네시아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도시다. 반면 수도 자카르타는 '제2의 중국'으로 부상 중인 현대 인도네시아의 심장이다.
악명 높은 교통체증, 관용과 인내의 도시 자카르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후 개인적으로 얻은 소득은 인내와 이해다. 제 몸조차 다루지 못하고 말귀를 못 알아듣는 아이들과 사투를 벌인 몇 년 동안 어떤 강의나 책을 통해서도 배울 수 없는 귀한 가르침을 몸에 쌓은 것이다.
자카르타는 커피와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로 친숙한 자바섬에 있다. 자바는 한국보다 조금 넓은 땅에 인도네시아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억4,500만명이 살고 있어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자바인스럽다'는 표현은 점잖고 나긋나긋하며 두루뭉술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좁은 땅에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수많은 인종이 뒤섞여 함께 지내는 방법은 먼저 참고 견디고, 때로는 바보스럽게 행동하는 것임을 스스로 배우고 체득한 결과다.
자카르타의 교통체증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본적으로 도로설계를 잘못한 듯하다. 한 번 길을 잘못 들면 하염없이 직진한 후 유턴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정말 급할 때는 ‘고젝(Go Jek)’을 이용한다. 한국으로 치면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물건뿐 아니라 사람도 실어 나른다. 그렇게 길이 막혀도 도로에서 삿대질하며 싸우는 장면은 거의 보지 못했다. 경적도 생각보다 요란하지 않다. 그게 자신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자카르타에 가 보지 않고 교통체증 무용담을 들었거나 2000년에 개봉한 영화 ‘자카르타’를 보고 범죄 도시를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에 연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어 '바다 위의 중국'에 비유되고, 정치적으로는 미국만큼이나 민주주의와 관용이 몸에 밴 나라다.
자카르타에서 꼭 가 볼 곳들
한국인에게 여행지로서 자카르타는 여전히 낯설다. 그러나 자카르타는 모든 것이 의외인 도시다. 먹으러, 마시러, 사러, 지내러, 춤추러, 보러, 공 치러 등 다양한 목적을 두고 동선을 짜도 좋다. 주변 지역까지 포함해 자카르타는 양파껍질처럼 까면 깔수록 오밀조밀한 매력을 드러낸다.
자카르타의 대표적인 관광지로는 순금 횃불이 타오르는 모나스(Monas), 인도네시아 300여 부족의 의식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따만미니(Taman Mini), 파스텔 톤 고급 수상빌라 앞에 크루즈 선박이 정박해 있는 부자 동네 안쫄(Ancol), 네덜란드 식민지 흔적이 남아있는 구도심 바타비아(Batavia) 등이 꼽힌다. 이 정도만 둘러봐도 하루가 빠듯하다.
인도네시아 독립과 항쟁기념비인 모나스는 자카르타의 상징과도 같다. 137m 높이의 오벨리스크 꼭대기는 32kg의 금을 입힌 불꽃 청동상으로 장식했다. 관광객들은 모나스 앞에서 피사의 사탑에서처럼 착시현상을 이용해 횃불을 손에 든 듯한 인증샷을 찍는다. 기념탑 내부에서는 디오라마로 인도네시아의 역사를 보여 준다. 모나스 주변 넓은 공원에선 주말마다 음악 분수공연이 열린다.
따만미니는 인도네시아의 다채로운 전통과 역사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우리로 치면 민속촌 같은 곳이다. 전국 각 지역의 전통가옥부터 의상박물관, 식물원과 새 공원, 에너지박물관, 코모도박물관에 워터파크도 있다. 넓은데다 날씨까지 무더우니 오토바이나 차로 다녀야 한다.
구도심인 바타비아는 자카르타의 옛이름이다. 이곳에서는 네덜란드 식민지시대 자카르타의 모습과 미술작품, 유적들을 볼 수 있다. 광장 서쪽 와양박물관에는 표정이 없어 으스스하지만 왠지 매력적인 인형들을 만날 수 있다. 매주 일요일 아침에는 그림자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 1620년에 지어 네덜란드가 시청으로 사용했던 파타힐라(Fatahillah)는 1974년부터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선사시대 도구와 그림에서부터 ‘타루마네가라 왕국’의 비문, 식민지 시대의 기관포 등 2만3,500여점의 유물을 보유하고 있다.
자카르타만 가장자리에 위치한 안쫄 테마파크는 현지인들의 주말 나들이 장소다. 아쿠아리움과 놀이공원(두니아 판타지), 마리나 해변 등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아트마켓에서는 현지 예술가들의 수제 공예품과 골동품, 도자기, 그림 등을 구매할 수 있다.
마지드 이스티끌랄(Masjid Istiqlal) 모스크는 자카르타에 있는 동안 꼭 방문해야 할 종교적 관광 명소다. 1954년 북수마트라의 기독교 건축가가 설계한 가톨릭 성당과 거대한 이슬람사원이 함께 있어, 인도네시아의 종교적 관용을 보여 주는 곳이다. ‘이스티끌랄’은 ‘독립’이라는 뜻으로 사원 자체가 인도네시아 독립 투쟁의 상징이기도 하다. 초대 수카르노 대통령의 지휘로 17년의 공사 끝에 1972년 완공한 이 사원은 최대 12만명을 수용할 수 있어 공식적으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크다.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열리는 겔로라붕카느로(Gelora Bung Karno) 스타디움도 11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경기장으로 자카르타의 랜드마크다.
서울만큼 번잡한 도시에 흥미가 없다면 반둥으로 가 보자. 반둥은 도시인들에게 서늘하고 짙은 녹음을 선사하는 휴식처다. 물가가 저렴할 뿐 아니라 맛집과 예쁜 카페와 재즈바도 많다. 자카르타의 빌딩숲과는 대조적으로 산과 계곡, 널찍한 공원이 널렸다. 반둥은 무엇보다 쇼핑 천국이다. 특히 가죽으로 만든 고급 수제화와 가방이 유명하다. 자카르타에서 약 150km, 보통 2시간이 걸리지만 교통체증이 심할 때는 2~3배 소요될 수도 있다. 자카르타와 주변 도시(자카르타, 보고르, 데뽁, 땅에랑, 브까시를 아울러 ‘자보데따백’이라 부르기도 한다) 건물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규모가 거대하다. 쇼핑몰의 경우 서울 잠실의 L타워를 두세 개 이어놓은 크기가 보통이라 목적에 맞게 동선을 잘 짜야 한다. 반면 깜뻥(Kampung)이라 부르는 주거지는 작은 마을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을마다 조금씩 다른 특색을 관찰해보는 것도 재미가 색다르다.
인천에서 자카르타까지는 약 7시간이 소요되며, 가루다인도네시아, 아시아나, 대한항공이 운행한다.
해양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팔렘방
팔렘방은 한반도 2배 크기인 수마트라 섬에서 메단 다음으로 인구가 많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일곱 번째로 큰 도시다. 그러나 한국인에게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알려진 생소한 곳이다. 팔렘방이라는 이름은 '젖은 곳'이라는 뜻의 렘방(Lembang)에서 유래했다. 거대한 무시(Musi) 강둑에 위치해 잦은 범람으로 수해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팔렘방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다. 수마트라의 역사를 기록한 끄두깐부낏 (Kedukan Bukit) 비석에는 서기 688년 6월 17일 팔렘방이 세워졌다고 적혀 있다. 팔렘방은 9세기 200여년간 역사상 가장 큰 불교 왕국이었던 스리위자야(Sriwijaya)의 수도였다. 스리위자야는 강력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한 해상제국이었다. 제국의 영향력은 수마트라, 말레이반도, 태국 남부와 캄보디아 일대까지 미쳤고, '스리위자야 문명권'을 형성할 만큼 위세를 떨쳤다. 제주(탐라왕국)와 교류했다는 기록도 있다. 해상제국의 중심이었던 팔렘방은 오늘날에도 부미 스리위자야(Bumi Sriwijaya), 즉 '스리위자야의 땅'으로 불린다.
팔렘방은 또 불교문화의 허브였다. 중국, 인도, 자바 일대의 승려들이 부처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팔렘방으로 모여들었다. 671년 당나라 승려 의정(義淨, 635~713)도 6개월간 팔렘방에 머무르며 기록을 남겼는데, 그에 따르면 당시 팔렘방에는 1,000명 이상의 승려들이 있었다. 중국의 승려들도 인도로 순례를 떠나기 전, 팔렘방에 머물며 산스크리트어를 배우는 것이 관례였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팔렘방을 검색하면 암페라(Ampera) 다리가 가장 눈에 띈다. 팔렘방 도심은 이 다리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자바의 스마랑, 보르네오의 반자르마신과 함께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이 도시의 상징이기도 하다.
팔렘방은 물과 예술의 도시다. '범람하는 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형형색색의 수상 마켓이 진풍경을 이룬다. 고급스러운 은 세공품과 금실로 짠 직물, 칠기 그릇도 유명하다. 제국의 번영을 추억하며 번쩍이는 금색 수를 놓은 옷을 입은 무희들이 긴 손톱을 달고 추는 전통 춤 땅가이(tanggai)도 흥미롭다. 팔렘방에 가려면 자카르타에서 국내선 항공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나 싱가포르에서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박재아 인도네시아관광청 서울지사장(VITO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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