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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보내시고 힘내세요"… 때아닌 '애호박 대란' 이유는?

입력
2018.08.06 13:41
수정
2018.08.07 09:03
지난달 28일 강원 화천군 간동면 용호리에서 농민들이 애호박을 폐기하고 있다. 화천산 애호박은 최근 경매 낙찰가 기준 8㎏짜리 1상자가 평균 2,832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이맘때 1상자에 9,000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3분의 1 이하로 폭락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강원 화천군 간동면 용호리에서 농민들이 애호박을 폐기하고 있다. 화천산 애호박은 최근 경매 낙찰가 기준 8㎏짜리 1상자가 평균 2,832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이맘때 1상자에 9,000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3분의 1 이하로 폭락했다. 연합뉴스

“천천히 보내주세요. 급하지 않습니다. 폭염에 가뜩이나 힘든데 더운 대낮에는 그늘에서 쉬어가면서 작업하시길 바랄게요. 이렇게밖에 도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자식같이 길러주신 애호박 맛있게 먹을게요.”

폭염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강원 화천군 농민들을 돕기 위해 우정사업본부에서 시작한 ‘애호박’ 판매 홈페이지에 한 소비자가 남긴 글이다.

우정사업본부는 화천군 농민들을 위해 4일부터 온라인 쇼핑몰 옥션, G마켓, 티몬 등에서 애호박 판매를 시작했다. 농민을 돕는 애호박 판매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마켓에선 구매자들이 몰려 지난 4일부터 이틀간 판매가 중단됐을 정도였다. 지마켓의 판매는 6일 재개됐다.

우정사업본부가 농민 돕기에 나선 건 애호박의 가격 폭락 때문이다. 올해 기록적인 생산량 증가 때문에 애호박의 산지 가격은 작년 대비 70% 넘게 폭락했다. 때문에 ‘애호박 주산지’인 화천군 농민들은 직격탄을 맞았고, 농민들은 수급량 조절을 위해 멀쩡한 애호박을 산지 폐기해야 했다.

이에 우정사업본부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애호박 8㎏, 1상자를 8,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산지 폐기 시 농가들은 1상자 당 4,000원의 보상을 받게 되지만, 이번 판매로 1상자 당 6,200원 정도의 소득을 보장받게 된다.

온라인에서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겁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농민들을 위해 애호박을 구매하자”는 글과 함께 애호박 요리법도 공유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건 구매자들이 올리는 상품 문의 게시판 글이다. 400명이 넘는 구매자들이 “폭염이니 천천히 보내달라”, “우리 농가 파이팅” 등 농민 응원 글을 남기고 있다.

이번 판매를 기획한 우정사업본부 강성주 본부장은 “화천군 농가 지원이 우체국의 공익적 역할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당초 지마켓, 옥션, 티몬 등 몇몇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애호박을 판매하기로 했지만, 반응이 좋아 카카오 쇼핑, 11번가 등과도 일정 협의를 거쳐 판로를 확대할 계획이다.

온라인 쇼핑몰 지마켓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 쇼핑몰 지마켓 홈페이지 캡처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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