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단독] 금감원 “삼성생명 즉시연금 약관 위반 드러나면 중징계”

입력
2018.08.06 04:40
15면
구독

 금감원, 보복성 검사 논란 피하려 

 추후 예정된 검사서 철저히 조사 

 부활된 종합검사 첫 타깃 될 수도 

 과징금ㆍ임원 문책 권고 등 예상 

[저작권 한국일보]즉시연금미지급금.jpg-박구원기자 /2018-08-05(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즉시연금미지급금.jpg-박구원기자 /2018-08-05(한국일보)

금융감독원이 한꺼번에 목돈을 예치한 뒤 곧바로 연금을 받는 ‘즉시연금’ 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된 삼성생명을 상대로 한 검사에서 법 위반 사항이 드러날 경우 엄중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삼성생명은 4,300억원으로 추산되는 즉시연금 미지급금 중 370억원만 일부 고객에게 지급하고 금감원이 권고한 ‘일괄지급’에 대해선 법원 판단을 받겠다며 결론을 뒤로 미룬 상태다. 지난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끝까지 버티던 생명보험사들이 당국의 중징계 방침에 결국 백기를 든 것처럼 즉시연금 사태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추후 삼성생명 검사 차례가 돌아오면 이번에 논란이 된 즉시연금 관련 자료를 집중 들여다보기로 방침을 세웠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현재는 삼성생명이 약관대로 주지 않은 미지급금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추후 검사 일정이 돌아오면 모든 자료를 받아 약관에 어긋나는 미지급금 규모를 정확히 매긴 뒤 법 위반 여부에 대해선 엄중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복성 검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추후 예정된 검사 때 법 위반 여부를 철저하게 따져 보겠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금감원 안팎에선 부활하는 종합검사의 첫 타깃이 삼성생명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윤석헌 금감원장은 순서에 따라 검사를 나가는 종전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 보호 원칙을 어긴 금융사만 콕 집어 종합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미지급금 4,300억원을 주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삼성생명이 금감원 권고를 반영한 단순 추산치여서 정확한 자료를 받아 다시 계산하면 4,300억원을 훨씬 웃돌 가능성도 없잖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이 법원 판단을 이유로 일괄 지급을 미루고 ‘가입설계서 상의 최저보증이율 시 예시금액’에 해당하는 370억원만 지급하기로 한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추후 검사에서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규모가 정확히 산출되면 이를 근거로 삼성생명을 제재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 고위관계자도 “보험금을 주라고 강제할 순 없어도 금감원이 할 수 있는 제재 권한은 적극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관으로 대표되는 기초서류 준수의무를 위반했을 때 매기는 과징금은 해당 계약 수입보험료의 20%(지난해 10월부턴 50%)에 달한다. 특히 이번 사태의 경우 고객에 대한 상품 설명이 미흡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만약 검사 때 이 부분이 사실로 드러나면 과징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것도 가능하다. 임원에 대해선 문책부터 최고 해임권고, 회사엔 영업 일부 정지까지 내릴 수 있다.

해당 상품을 가장 많이 판 삼성생명의 경우 과징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금감원은 소멸시효가 지났어도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 역시 똑같이 징계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사로선 미지급금을 돌려줘야 징계 수위를 낮출 수 있다. 지난해 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들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막판 지급으로 방향을 튼 것은 금감원이 내린 징계수위를 낮추기 위한 조치였다.

즉시연금 논란은 하반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현안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 의원들은 금감원이 법적 근거도 없이 보험사에 일괄구제를 권고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약관은 판매자가 아닌 소비자에 유리하게 해석돼야 하고 약관대로 보험금을 주라는 것인 만큼 법적 근거를 따질 사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