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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 초열대야 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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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ㆍ습도ㆍ열섬현상 겹쳐
밤 사이 최저기온 30도 넘어
밤잠 못 이루자 점심 식사 대신
낮잠카페ㆍ만화방에서 쪽잠 자기도
대형 쇼핑몰^찜질방도 손님 몰려
“30분 운동ㆍ더운물 목욕이 도움”
직장인 박모(31)씨는 요즘 연일 지속되는 열대야에 밤잠을 설쳐 업무시간에 꾸벅꾸벅 졸거나, 멍한 상태가 지속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열대야에 새벽 2시까지 에어컨을 틀어놓고 버티다 잠을 청해도 새벽까지 푹푹 찌는 더위에 잠을 깰 수밖에 없어서다. 비몽사몽 오전 업무를 버틴 박씨는 점심시간 식사 대신 회사 근처 낮잠카페(수면공간을 제공하는 카페)나 만화방을 찾아 쪽잠을 잔다. 그는 3일 “낮잠이라도 자지 않으면 오후 업무는커녕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것 같다”고 했다.
폭염에 따른 열대야가 전국에서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 낮 최고기온이 연일 40도를 육박한 8월 들어선 ‘초열대야 포비아(phobiaㆍ공포증)’에 빠진 시민들의 곡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초열대야 현상은 오후 6시1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밤 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를 넘어 최저기온이 3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상태를 일컫는 말로, 남녀노소 불문 ‘잠 못 드는 밤’을 더 괴롭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서울 시내 곳곳에선 연일 열대야에 잠을 설친 시민들이 ‘초열대야 극복’과 ‘건강 유지’를 위해 상대적으로 냉방시설이 잘 갖춰진 대형 쇼핑몰이나, 만화방, 사우나 등 휴게기능이 갖춰진 시설로 몰리고 있다. 이날 7개월 전 태어난 아기를 데리고 은평구 소재 대형 쇼핑몰을 찾은 주부 조모(31)씨는 “에어컨을 밤새 1시간 간격으로 가동하다 멈춰 왔지만, 최근 며칠간 에어컨이 꺼지기만 하면 아이가 울어 매일 함께 밤잠을 설쳤다”며 “쾌적하면서도 수유실을 갖춘 쇼핑몰을 찾아오게 됐다”고 했다. 이모(80)씨는 “온열질환과 전기료 누진세 걱정 때문에 낮 시간 쇼핑몰을 찾는 노인들이 많다”고 했다.
목욕이나 찜질 목적이 아닌 ‘취침’을 위한 손님이 늘면서 사우나 또한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구로구 소재 대형 사우나 직원 김모씨는 “보통 여름휴가철인 이맘때면 피서 가는 사람들이 많아 평소보다 손님이 줄어들기 마련인데, 요즘은 평일 대낮에도 평소 주말 수준인 100명 이상이 몰린다”고 했다. 바다나 계곡을 가도 혹독한 더위를 피할 수 없으니, 아예 휴가기간 여행을 포기하고 매일 이곳을 찾는 가족도 있다는 게 김씨 얘기다.
기상청은 서울에서 이틀 연속 나타난 초열대야가 구름ㆍ습도ㆍ열섬 현상 3박자가 갖춰져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2일 구름이 많이 끼면서 지상의 복사열이 빠져나가지 못한 데다, 습도 또한 2일 새벽 50%대에서 3일 최대 70%까지 한층 높아지는 등 더위를 충분히 식히지 못하도록 하는 요인들이 추가됐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특히 대도시의 경우 열섬 현상으로 밤에도 기온이 잘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는 더 심해진다.
열대야와의 전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이번 주말까지 경북 내륙 기온이 최고 40도까지 크게 오르는 등 밤에도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겠다”고 말했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수면장애클리닉 교수는 “하루 30분 땀이 촉촉하게 밸 정도로 운동을 하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 체온을 올릴 수 있도록 더운 물에 목욕하면 열대야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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