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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해도, 실패해도 괜찮아… 웰컴투 청년회관!

입력
2018.08.04 09:00
수정
2018.08.04 12: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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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인회관 모여 친구되는 어르신처럼

청년 누구에나 열린 공간 전국 곳곳에

거실, 부엌, 사무실, 세미나룸 갖추고

각종 강연과 프로젝트 지원하기도

#2

수강료 저렴한 강연 등 마련하고

개인ㆍ그룹 선정 활동비 지원도

비슷한 고민 가진 2030 청년들

“뭐든 하고 싶을 걸 해 봐” 응원ㆍ위로

#3

‘획기적인 여자들’ 소속 권미진씨

“동료와 함께 고민하는 시간 소중”

‘와이어’ 4인 모임 대표 정지윤씨

“나에 대해 질문하며 나를 알아가”

읍ㆍ면ㆍ동마다 자리한 노인회관 틈바구니에 남다른 회관이 나타났다. 만 19~39세라면 누구나 환영하는 곳, 이른바 청년회관이다. 하나둘 모인 이들이 놀며 일하며 공부하며 속닥인다. “지금은 진로 탐색 기간입니다. 쉿, 잔소리 금지!” “젊을 때 고생은 안 하는 게 제일” “요즘처럼 모든 일이 안 풀릴 땐 ‘젠장, 내가 너무 귀여운 탓인가’라고 생각하자.” 일러스트=신동준 기자
읍ㆍ면ㆍ동마다 자리한 노인회관 틈바구니에 남다른 회관이 나타났다. 만 19~39세라면 누구나 환영하는 곳, 이른바 청년회관이다. 하나둘 모인 이들이 놀며 일하며 공부하며 속닥인다. “지금은 진로 탐색 기간입니다. 쉿, 잔소리 금지!” “젊을 때 고생은 안 하는 게 제일” “요즘처럼 모든 일이 안 풀릴 땐 ‘젠장, 내가 너무 귀여운 탓인가’라고 생각하자.” 일러스트=신동준 기자

동행이 있다는 자각, 이렇게 큰 위로일 줄은 몰랐다. 남은 길은 여전히 불안하고, 험하고, 길지만 그런 막막함 위에 적어도 외롭지는 않다는 안도감이 교차했다. 최근 비영리단체 ‘획기적인 여자들’을 꾸려 활동 중인 초년생 기획자들의 얘기다.

이주하(25) 대표는 “20대 기획자들을 만나면 불안하다는 동질감을 느낀다”며 “서로의 경험, 비슷한 심정을 공유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작은 마음에서 초년생, 1인 기획자를 위한 매뉴얼 제작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모든 걸 알아서 해내야만 했던’ 1인 공연기획자, 재미있고 새로운 정치판을 꿈꾸는 철학도, ‘커리어는 어떻게 쌓아야 할지’ 조차 물어볼 대상이 없던 대학 졸업반 학생 등이 모였다.

이들 활동에 촉매제이자 베이스캠프가 된 것은 청년공간과 지원 프로젝트. 사무실을 찾아 헤매는 대신 서울 마포구 망원2동에 자리한 ‘청년교류공간’에서 회의를 이어나갔고, 이 기관 ‘지음 프로젝트’를 통해 활동비 3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곳은 올해 3월 서울시가 “전국 청년의 교류를 지원하겠다”며 개관한 시설로 청년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는 공유 부엌, 카페, 책상 등이 마련돼 있다. 회의실, 세미나실, 휴게실 사용은 대관 신청만 하면 된다.

“카페는 일이나 회의를 하기엔 힘든 분위기고, 값비싼 스터디룸이나 사무실을 빌리지 않는 이상 집중할 공간이 없잖아요. 원하면 세미나까지 할 수 있으니 단단한 기반이 없는 모임, 단체들엔 든든한 존재죠.”

서울 마포구 '청년교류공간' 라운지에서 '획기적인 여자들' 소속 기획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서울 마포구 '청년교류공간' 라운지에서 '획기적인 여자들' 소속 기획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전국 곳곳이 이런 ‘청년활동 공간’ 조성으로 분주하다. 청년 누구에나 열린 공유 거실, 서재, 부엌, 사무실, 세미나룸 등을 마련하고 각종 강연, 프로그램, 지원사업 등으로 청년들을 연결하고 지지한다.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공간은 서울시가 2014년 설치한 ‘무중력지대 G밸리’와 이듬해 문을 연 ‘무중력지대 대방동’이다. 반응이 좋자 속속 닮은 꼴 공간이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엔 두 가지 깨달음이 선행했다. 마을회관에 편히 모여 파 다듬고, 장기 두며 친화력을 뽐내려는 건 노인형 욕구인 줄만 알았는데 아니라는 점. 청년들은 체력, 매력, 실력을 빛내며 학교, 회사 등 각자 터전에서 알아서 잘 사는 줄 알았는데 이 또한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비롯된 인식은 이렇다. 학교는 떠났으되 회사엔 도착하지 못한 청년, 혹은 나름의 길을 모색하는 숱한 젊은이들이 비빌 언덕 하나 없이 막막한 험로에 홀로선 지금. 이 땅에 부족한 것은 노인회관이 아니라 이른바 ‘청년회관(靑年會館)’이다.

첫 등장이 5년도 되지 않았지만, 이들 청년회관이라 불릴만한 공간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모의 작당은 심상찮다. ‘획기적인 여자들’을 닮은 청년, 네트워크의 도전, 좌충우돌이 이어지는 덕이다. 친구가 된 이들은 입을 모은다. 청년회관으로 오세요. 경로당, 노인정, 노인회관, 마을 정자에만 둘러앉으면 누구나 친구가 되는 어르신들처럼 우리도 함께 놀아요. 먹어요. 궁리해요. 일해요. 그렇게 같이 견뎌요.

서울시 마포구 '청년교류공간' 1층에 마련된 게시판. 자신의 활동을 소개하고 공유하려는 이들의 메모가 가득 붙어 있다. 한솔 인턴기자
서울시 마포구 '청년교류공간' 1층에 마련된 게시판. 자신의 활동을 소개하고 공유하려는 이들의 메모가 가득 붙어 있다. 한솔 인턴기자

소속 없어도, 따로 또 같이

마을의 청년, 혹은 전국의 청년이 누구나 이용하며 교류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제안은 2011년 서울시 청년 일자리정책 워크숍에서 나왔다. 거점 공간이 마련돼야 소통, 공감, 연결, 기회 제공 등 많은 것이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청년공간 확대에 첫발을 뗀 서울시의 청년공간 브랜드 ‘무중력지대’가 2014년부터 최근까지 G밸리(가산동, 가리봉동, 구로동), 대방동, 목동, 창동, 동선동, 홍제동 등 여섯 군데서 문을 열었다. 올 초엔 해당 지역 청년뿐 아니라 전국 청년의 교류를 응원하기 위한 ‘청년교류공간’이 개관했고, 그 사이 금천구의 ‘청춘삘딩', 강동구의 '청년마루' 등도 간판을 달았다.

여타 수도권, 지방에서도 각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재단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경기(청년바람지대, 스페이스 으라차, 범계큐브), 충남(당진시 청년센터 ‘나래’), 대전(청춘다락, 청춘나들목), 강원(원주시 청년마을), 전북(전주시 비빌 1, 2, 3호), 경북(청년괴짜방), 부산(청년두드림센터), 제주(청년다락)에서도 청년회관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공간의 공통된 지향은 39세 이하 청년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다. 말이 쉽지 무료 개방 시설만 만든다고 갑자기 청년이 몰리고, 모임이 흥할 리 없다. 서울시의 무중력지대와 청년교류공간이 공간의 존재를 알리고 서로를 연결하기 위해 추진한 것은 ‘이음 프로젝트(혹은 지음 프로젝트)’로 다양한 목적을 가진 개인, 그룹 지원자 등을 선정해 100만~300만원의 활동비를 지원한다.

‘획기적인 여자들’도 이 프로젝트 공모를 통해 활동비를 받고, 일하고 모일 공간을 알게 됐다. 이 단체 소속 1인 기획자인 권미진(26)씨는 “공연 프로덕션이 꾸려질 때 늘 홀로 기획을 해 오다 보니 누군가로부터 도움이나 조언받을 기회가 극히 드물어 답답하고 힘겨운 시간이 길었다”며 “학교에서도 해소되지 않는 갈증을 풀려고 여기저기 끈을 찾아다니다 동료들을 만나니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는 시간, 장소가 소중하다”고 했다. 서강대 철학과에 재학 중인 윤채영(24)씨는 “우리 사회는 초년생들이 ‘다 알아서 공부해 오길’ 바라는데, 그런 능력을 학원이나 시험이 아닌 방식으로 배울 기회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새롭고 재미있고 진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정치에 관심이 많아 동료들과 함께 주체적인 기획에 대해 고민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여성 초년생 기획자를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네트워킹 모임을 펼쳐 나가려는 이들에게 청년공간은 아지트이자 응원군이 된다고. “어쨌든 늘 도와주려는 (공간 매니저들의) 움직임이 있고, 환영하는 친근한 느낌인 데다 예약만 한다면 몇 시간이라도 이용할 수 있잖아요. 이런 곳을 만난 만큼 비슷한 고민을 가진 친구들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발 앞선 선배들의 이야기를 집약한 매뉴얼 콘텐츠를 만들어 나갈 겁니다.” (이주하 대표)

‘무중력 지대 G밸리’에 마련된 다양한 강의들. 한솔 인턴기자
‘무중력 지대 G밸리’에 마련된 다양한 강의들. 한솔 인턴기자

굳이 돈 쓰지 않아도 환대

그 밖에도 환대를 위한 정책은 다종다양하다. 해당 지역 청년들의 관심사를 꿰뚫는 공간을 구성하거나, 특강이나 어른용 보습학원을 열기도 한다. ‘무중력지대 G밸리’의 강지성 매니저는 “G밸리의 위치 특성상 직장 청년들이 많아 이들이 느낄 스트레스를 해소할 심리강연이나 직무교육 프로젝트를 자주 기획하고, 직장 밖에서 평소 하고 싶었던 것을 하며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G밸리의 강연 프로그램 ‘무중력 보습학원’이 대표적이다. ‘머니 트레이닝 내 지갑 워크숍: 돈알못 청년을 위한 재무관리’, ‘커뮤니케이션의 기술: 스몰토크, 미팅, 프레젠테이션 협상전략’, ‘기획력 시공사’ 등이다. 5~6회차 강연을 다 들어도 수강료는 1만~3만원 수준이다. 포스터에는 인근 직장 청년들을 초대하는 환영 문구가 선명하다. “돈 걱정에 잠 못 이룬다면 무중력 보습학원으로 오세요” “말 때문에 직장생활이 괴롭다면 무중력 보습학원으로 오세요” “갑자기 나더러 기획이라니? 무중력 보습학원으로 오세요”

‘무중력지대 대방동’의 경우 노량진 인근의 취업준비생, 공시생들이 편하게 이용할 스터디 공간, 휴식 공간 구성에 집중하는 한편, 최근 늘어난 ‘청년맘’을 위한 특강도 준비 중이다. 안현종 센터장은 “학교 밖 청소년이란 표현이 있듯, 청년 중에도 ‘학교 밖 청년’이 있다”며 “더 이상 학교 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청년, 엄마이면서 나이로는 아직 청년인 경력단절자가 모두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되도록 늘 고민한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 많은 기회가 학교 울타리 안에 있을 때까지만 열려 있어요. 학교를 졸업했다고, 첫 직장에 자리를 잡았다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고 해서 모든 인생 설계가 끝난 것은 아니잖아요. 학교나 학원이 아닌 공간에서도 자신을 고민하고, 진로를 찾을 다양한 기회가 청년들에게 주어졌으면 해요.”

이들 환대 정책은 꽤나 유효해 보인다.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나승건(21)씨는 “무중력지대 양천의 청년대상 금융강연이 무척 유용해 4회차 강연부터는 친구와 함께 들었다”라며 “아르바이트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다 뺏기는 기분인 청년 입장에선 이런 강연과 무료 이용 공간이 절실하다”고 했다.

24일 서울 동작구 '무중력지대 대방동'에서 만난 '와이어' 모임 참가자들은 매주 "나를 알아가자"는 취지의 작은 세미나를 이어가고 있다. 김혜영 기자
24일 서울 동작구 '무중력지대 대방동'에서 만난 '와이어' 모임 참가자들은 매주 "나를 알아가자"는 취지의 작은 세미나를 이어가고 있다. 김혜영 기자

무모한 꿈도 꽃핀다

청년들의 욕구를 파고든 이들 공간의 또 다른 특징은 무모한 도전을 응원한다는 점이다. 공모전에 지원하거나, 단순 아르바이트직에 도전하더라도 구체적 목표와 장ㆍ단점과 비전을 설명해 내고 치열하게 경쟁해 자신의 몫을 확보해야 했던 청년들에겐 절실했던 한마디다. 무모해도 괜찮아. 실패해도 괜찮아. 불투명해도 괜찮아. 뭐든 하고 싶은 걸 해 봐.

대표적인 사례는 무중력지대 대방이 올해 5월 첫발을 뗀 ‘너와+나, 무모하다’ 프로젝트다. 뭘 하고 싶은지 몰라도, 모임을 하고 싶고, 아지트를 찾고 싶은 누구에게나 신청을 받아 가장 비슷한 고민을 가진 개인들을 연결하고 모임 공간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최근 꾸려진 4인 모임 ‘와이어(Whyerㆍ질문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Why(왜)에 er를 더함)’는 자신을 알아 가기 위한 정례모임을 이어 가고 있다.

이 모임 소속으로 회계법인에 다니는 조수민(24)씨는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던 시간 동안, 늘 취직은 안 되고 방황만 계속되고 내 삶이 사라져 가는 것만 같은 느낌에 무기력한 기분을 떨치기 힘들었다”라며 “무모하다는 단어에 이끌려 다른 사람들과 뭐든 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심코 신청했는데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과 정례모임을 해 나갈 수 있어 재밌다”고 했다.

청소년 진로 강사이자 ‘와이어’ 모임 대표인 정지윤(29)씨는 “아이들에게 ‘네 길을 찾으라’고 말하기 전에 스스로 말한 대로 살고 있는지, 나를 제대로 아는지 고민이 많아 ‘무모하다’ 프로젝트에서 만난 분들과 나를 알아 가는 모임, 나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는 모임을 꾸리게 됐다”고 했다.

매주 모여 스스로를 탐색하는 세미나를 했고, 지난달 말에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청년들을 초청하는 네트워킹 파티를 열기도 했다. 프리랜서 강사 김현실(27)씨는 “결혼이나 소속에 대한 정해진 압박 없이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는 있지만 그래선 안 된다는 주위 시선을 접할 때마다 ‘정말 그래선 안 될까’라는 질문을 자주 던졌다”면서 “와이어 모임을 통해 이런 고민을 나누며 ‘정말 나로 살아가는 법’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고민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적어도 외롭진 않게 됐다는 이들 모임의 목표는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비슷한 다른 청년들에게도 동행이 돼 주는 것이다. 대학원생 이하연(25)씨는 “에디슨도 1,000번의 도전 끝에 1,001번째에 전구 발명에 성공했다고 하는데 우리 사회에선 그렇게 자주 실패를 해도 좋은 곳이 없지 않냐”며 “청년들이 서로 ‘나 혼자 생각했기 때문에 포기했던 것들을 같이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더 멀리 구석구석 번지길

여타 지역사회 곳곳에서도 변화는 시작됐지만 첫 단추를 끼운 수준인데다, 워낙 부족한 인프라나 정보 탓에 분투 중이다. 시설 자체는 수도권과 닮은 꼴이지만, 일자리, 취업 및 시험 정보가 부족한 터라 ‘무모한 도전’식의 프로젝트가 사치로 여겨지기도 한다. 충남 당진시가 지난해 11월 문을 연 당진청년센터 ‘나래’의 경우는 이런 지역 청년들의 상황을 감안해 자격증 기출문제집, 관련 자료, 도서 등을 갖춘다거나, 외국어, 컴퓨터, 취업교육을 위한 강좌를 개설에 힘을 줬다.

당진시 지역경제과 최의현 청년정책팀장은 “구청사를 활용한 건물에 미취업 청년 전용 도서관, 스터디룸, 일자리센터, 카페형 커뮤니티홀 등을 꾸리고 서울의 유명강사를 초빙해 어학 강의를 여는 등 취업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청년들의 요구사항을 많이 반영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강원 원주시의 원주문화재단은 2016년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G지대 프로젝트(목표 지점까지 같이 지지한다는 취지)에 이어 야학이 열리던 유휴공간을 ’청년마을’로 바꿔 지난해 3월 개관했다. 청년마을에서 활동 중인 ‘원주청년생활연구회’의 조국인(28) 대표는 “지역에 남고 싶어도 일자리나 문화 인프라가 부족해 청년들이 계속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수도권보다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청년공간의 등장이 하나의 희망인 것은 ‘공간이 모임과 연대를 가능케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청년들이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쓰고, 기반을 두고 활동할 공간이 생기니 학교 밖 소모임이 활발해질 수밖에 없죠. 막연하게 청년들에게 ‘도전해’, ‘새로운 걸 만들어’라며 등 떠민다고 그런 걸 만들 수 있진 않잖아요. 우선은 마음껏 뛰어 놀 자리를 만들어줘야죠.” 현재 청년마을에서는 지역 콘텐츠 기획사, 문화기획협동조합, 지역청년미디어, 지역예술가를 지원하는 청년문화벤처 등이 활동 중이다.

“공간이 모임을 만들고,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는 말이 예전엔 막연했어요. 그런데 늘 여러 청년 단체가 옆 테이블이나 식탁에서 회의를 하다 보니 굳이 약속이나 다짐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협업의 구조가 생기더라고요. 도움이 필요할 때 서로 떠올리고 어깨너머로 조언을 해 가면서요. 공간이 전부는 아니에요. 하지만 적어도 대관료나 월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비슷한 청년을 만날 거점이 있다는 것은 뿔뿔이 흩어져 고민하는 지금의 청년들에게는 적잖은 지지와 응원이 됩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한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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