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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 잡자니 서민도 피해... 정부 '양날의 칼' 공시가격 인상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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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ㆍ2 대책의 ‘시즌2’로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을 올리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산정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현재 시가의 50~70% 수준인데, 고가 주택일수록 현실화율이 더 낮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제대로 된 과세를 하려면 공시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현실화율이 올라가면 고가 주택 소유자뿐 아니라 소형 아파트를 가진 대다수 서민의 재산세 부담도 폭증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정부 고민이다. 양날의 칼이다.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31일 부동산 및 세무 업계에 따르면 현행 재산세 세율은 공시가격 3억원을 초과하는 순간부터 기본 납부액이 19만5,000원에서 57만원으로 급증하고 3억원 초과 금액에 부과하는 세율도 0.25%에서 0.4%로 높아진다. 문제는 현재 주로 서민들이 살고 있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5억원 안팎으로, 공시가격으론 3억원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란 데에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만약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70%에서 90%까지 올릴 경우 이들 소형 아파트는 단숨에 공시가격 3억원 선을 넘어가고 소유주의 세부담은 2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공시가격이 2억9,000만원인 서울 노원구의 A아파트(전용 84㎡) 소유주는 현재 54만원의 재산세를 내고 있지만 현실화율이 90%로 올라가면 110만원의 재산세를 내야 한다. 상반기 기준 공시가격 3억원 이하의 서민 아파트 비율은 전국 전체 아파트의 84.18%에 달한다. 세부담 폭증 확률이 가장 높은 2억~4억원 아파트도 19만7,000가구나 된다.
더구나 공시가격은 보유세뿐 아니라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생활보장, 장애인연금, 지역 건강보험료 부과, 근로장려금, 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 자격 등의 산정 기준도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급격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보다는 단계적인 제도 보완 쪽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10일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는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이 낮고 신뢰성도 떨어진다며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특히 혁신위원회 내부에선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90% 이상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토부는 먼저 시세분석의 통일된 방법론과 기준 등이 포함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도달해야 할 수치와 시기에 대해선 미리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토부 관계자도 “앞으로 몇 년간 시세가 제자리이거나 하락하더라도 공시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실화율을 급격하게 올릴 경우 거센 조세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도 “정부가 강남 등 특정 지역 부유층을 잡기 위해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오히려 서민들이 더 힘들어질 수 있고 복지 정책의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며 “우선 제도의 객관적 기준부터 잡은 뒤 현실화율 상승은 최대한 천천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는 “시가는 매일 변하기 때문에 공시가격을 100% 현실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국토부는 일관성을 갖고 장기적인 정책 조율을 하고 지자체는 지방세 과세 시 자체 보정률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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