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비누거품 같은 남북관계”… 북한, 개성공단 재가동 ‘으름장’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북한이 31일 남한에 강도를 높여 제재 완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례적으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구체적 요구 조건을 거론하면서다. 정부가 지나치게 국제사회 눈치를 보는 탓에 남북관계 개선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게 북측 주장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무엇이 북남관계의 새로운 여정을 가로막고 있는가’ 제하 논평을 통해 철도ㆍ도로 회담,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 남북 간 다양한 교류ㆍ협력 사안을 거론한 뒤 “문제는 펼쳐지고 있는 이 광경들이 관계 개선의 거세찬 실천적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 조성으로 그치고 있다는 데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신문은 남한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지적했다. “북남관계를 다루는 남조선 당국의 공식은 ‘비핵화 진전에 따른 관계 개선 추진’이다”라거나 “남측은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그런다’고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고 비꼬면서다. “서해지구의 쥐꼬리만한 군 통신선을 연결하는 극히 사소한 문제까지도 대양 건너의 승인을 받느라고 야단을 피우고, 개성공업지구에 개설하기 위한 공동연락사무소 작업에 필요한 몇 키로와트 용량의 발동발전기를 들여오는 것도 제 마음대로 결심하지 못한다”고도 했다. 철도ㆍ도로 협력 분야에서 역시 “공동점검ㆍ조사ㆍ연구 등 돈 안 드는 것만 진행하겠다는 심산”을 보이고 있다는 질책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가 금강산 관광 재개 같은 요구 사항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신문은 금강산 관광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 위기 극복을 위해 5ㆍ24 조치를 취하면서, 개성공단 가동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단적 결정에 따라 각각 중단됐다고 주장하면서 “지금이야말로 과거의 구태와 경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와 관점을 가지고 북남 관계를 대하여야 할 때”라고 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남북관계를 “거머쥐면 잡히지 않는 비누거품”에 비유하며, “부풀었던 비누거품이 꺼지면 형체도 남지 않는다”고 으름장을 놨다.
북한 대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도 이날 “물과 불이 어울릴 수 없듯이 제재와 대화가 병행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면서 “남조선 당국이 외세의 눈치를 보며 구태의연한 제재압박 놀음에 매달린다면 북남관계의 진정한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비핵화 없이는 제재 완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남한을 작정하고 공격하면서 정부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