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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용 전기도 계절ㆍ시간대별 요금 차등화해 누진제 보완”

입력
2018.07.30 18:05
수정
2018.07.30 21: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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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한시적 요금 할인도 검토”

무더위에 여름철 최대전력수요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23일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걸려있다. 연합뉴스
무더위에 여름철 최대전력수요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23일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걸려있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염으로 가정의 전기요금 부담 상승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주택용 전기에도 계절별 시간대별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계시별’ 요금제 도입을 추진하는 등 2016년 말 개편한 누진제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난 수준의 폭염으로 전기요금 걱정이 큰 상황이라는 것에 공감하고 국민 걱정을 잘 알고 있다”며 “전기요금 누진제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2년 전 누진제 개편으로 가계 요금 부담을 어느 정도 완화했는데도 문제가 여전해, 근본적인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다”며 “한시적으로 요금을 할인해달라는 요청도 검토해서 대응할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누진제 개편이 실제 전력수급이나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밀히 파악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르다”며 당장 어떤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박 국장은 “수요관리를 위해서라면 누진제보다 더 좋은 제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표적인 게 주택용에도 계시별 요금을 도입해서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그에 대해 책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계시별 요금제란 계절을 봄ㆍ가을, 여름, 겨울 3개로 분류하고, 시간대도 최대부하, 중간부하, 경부하 3개로 나눠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산업용과 일반용에는 이미 적용하고 있지만, 주택용은 아직 가구별로 실시간으로 사용한 전력량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도입되지 않았다.

정부는 계시별 요금제 도입을 위해 실시간 전력사용량과 요금을 파악할 수 있는 스마트계량기(AMI)를 2020년까지 전국에 보급할 계획이다. 현재 주택용 전기를 사용하는 2,400만 가구 중 537만 가구에 설치됐다.

산업부는 지난 18일 발표한 ‘제2차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약 2,000가구를 대상으로 계시별 요금제 시범사업을 하고, 2021년 세종시 전역에 계시별 요금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한편 산업부는 최근 폭염으로 계속 빗나간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를 다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주간의 전력사용 패턴과 최근 기상 정보, 냉방 수요가 전력사용량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해 8월 전력수요 전망을 다시 발표할 계획이다.

박 국장은 이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개별소비세 조정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제 개편으로 발전용 유연탄의 개별소비세는 1㎏당 36원에서 46원으로 인상되며 LNG 개별소비세는 1㎏당 91.4원에서 23원으로 인하된다. 이에 따라 유연탄의 정산단가는 kWh당 81.2원에서 85.0원으로 올라가고 LNG는 112.1원에서 102.8원으로 낮아진다. 우리나라는 발전원가가 저렴한 발전기부터 가동하기 때문에 LNG 정산단가를 낮추면 앞으로 LNG 발전량이 증가한다. 유연탄보다 비싼 LNG 발전량이 늘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정부는 사후 조정을 통해 요금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직 유연탄 발전량이 LNG보다 많은 지금 당장은 세제 개편이 오히려 전기요금 인하 요인이 된다고 박 국장은 설명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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